남북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일로(惡化一路)로 치닫고 있다.

대북 전단 살포를 이유로 험악한 말 폭탄을 날릴 때만 해도 현재의 상황이 초래되리라고는 쉽게 예상할 수 없었다.

북에서 남북 대화채널 폐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비무장지대 대남 확성기 재설치를 실행에 옮기게 되자 남북관계가 판문점선언 이전의 냉랭한 남북관계로 되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급기야 북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모욕적 언사까지 서슴지 않자 북에 대한 국민 정서도 강경해지고 있는 듯하다.

북이 앞으로 어디까지 나갈지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상당 기간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를 자극할 것은 확실해 보인다.

자극이 도발로 이어진다면 우리 정부로서는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남북관계의 평화와 통일'이라는 기본적 자세는 유지하여야 하며 이러한 거시적 차원에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현 정부의 출범 당시에 확립했던 남북관계의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발적인 자극에 단발적 감정으로 응해서도 안되고 그럴 필요도 없다.

남북간의 냉전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로 3차 북미회담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3차 북미회담은 단순히 현재의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2차 북미회담에 이은 후속 회담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특별한 성과 없이 끝난 2차 북미회담 이후 고착국면을 해소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 핫이슈인 볼턴 회고록에 따르면 문 대통령 역시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작년 6월 12일부터 7월 27일 사이에 3차 북미회담을 북에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당시 제안 역시 3차 북미회담을 통하여 남북의 평화체제를 정착시킬 좀 더 확실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북미 이해관계를 고려하거나 시기를 따져봐도 3차 북미회담을 추진할 적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 봐도 3차 북미회담은 충분한 가치와 의미가 있다.

미국에도 경색된 남북관계가 결코 득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남북관계의 악화를 더 이상 방관하고 있을 수는 없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내적으로 악재가 겹치며 지지율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3차 북미회담은 좋은 카드가 될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3차 북미회담을 내심 바라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놓고 말은 못해도 문 대통령이 나서서 3차 북미회담을 주선해주기를 바라며 생떼를 쓰는 것일 수도 있다.

미국에 대해서는 아직 노골적인 비방을 자제하고 있고 김 국무위원장이 정면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을 봐도 뭔가 간절하게 바라고 있지만 말은 못하고 우회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북의 의도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3차 북미회담을 추진한다면 북의 입장에서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북미회담은 한반도 긴장 완화와 향후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

3차 북미회담이 성사된다면 지금까지의 만남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관과 김국무위원장의 대남 대미 태도에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의 남북정상회담 및 북미회담을 통해 얻은 시행착오를 토대로 향후 대북관계에 대한 새로운 길을 모색할 기회가 될 수 있다.

3차 북미회담을 적극적으로 중개하는 것 역시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의 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3차 북미회담 추진을 통하여 진정한 한반도 운전자론의 가치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로문 법학박사 민주정책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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