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클래식 작곡가 평소 예술관 표현
베토벤-바그너 등 예술적 영감 '사랑
인문학, 저자의 변함없는 예술혼 깨워

도내에서 클래식 작곡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지성호 작곡가의 저서 ‘클래식 음악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가 발간됐다.

그랜드 오페라를 7곡이나 작곡한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클래식을 포함해 모든 예술은 재료만 다를 뿐, 그 표현의 궁극은 인간이 걸어간 삶의 무늬에 있다고 강조한다.

책의 제목에서도 저자의 이런 의지를 강하게 엿볼 수 있다.

책 1부는 이런 작곡가의 시선으로 음악가들의 사랑을 추적한다.

베토벤의 아델라이데를 프렐류드로 하여 슈베르트에서 바그너에 이르기까지, 작곡가들의 생몰 연대를 순서대로 기술하기는 하나 서사의 연관성은 전혀 없다.

관통하는 것은 음악가들의 사랑이다.

단테에게 베아트리체가, 페트라르카에게는 라우라가, 보카치오에게 피아메타가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문학이 가능했던 것처럼, 작곡가들도 퍼내고 퍼내도 고갈되지 않은 영감의 배후에는 모두 ‘구원의 여인’이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작곡가의 뮤즈들은 사랑의 광기에 불을 지르거나 얼음 같은 이별로 작곡가들을 고통 속으로 밀어 넣는다.

따지고 보면 세상의 모든 사랑은 다 그렇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런 과정에서 작곡가들은 창작 의욕을 자극받아 불후의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사랑의 열정은 그게 성취든 좌절이든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2부에서는 음악의 본질과 인간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성찰한다.

여느 사람에게는 보통 지나쳐버리고 마는 신화나 철학적 담론과 같은 무형적인 것에서부터 서양의 유서 깊은 성당이나 초등학교 학동들이 부는 피리 같은 유형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작곡가다운 남다른 시각이 작용하여 그 기승전결을 깊이 있게 천착한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전문적인 식견으로 독자를 지루하게 할 틈을 주지는 않는다.

서점가에 가면 클래식에 관한 책들의 즐비하다.

클래식 곡을 나열하며 소개하는 책을 비롯해 클래식 작곡가들의 생애를 찾는 책, 클래식 음악을 바탕으로 한 수필 비슷하게 자신의 감정을 담아낸 책 등 교양서적을 비롯해 클래식 음악미학, 클래식 음악사 등 전공서적도 만날 수 있다.

이번에 발간된 책은 이런 교양서와 전문서의 중간 단계에 위치해 있다.

초보를 위한 입문서가 아니며, 전문가를 위한 서적이 아닌 만큼, 클래식에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작곡가 지성호가 평소 지향하는 예술관이 있다.

창조의 힘은 생각에서 비롯되는 만큼 예술가의 영혼은 인문학적 통찰력으로 예리하게 벼려져야 한다는 것이고, 여기에 더해 인간이 겪는 기쁨과 슬픔과 고통, 하다못해 죽음까지도 예술가만의 특별한 감수성으로 공감하는 예민한 촉각의 더듬이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갖춰야만 형용 불가능한 외부가 예술가를 통해 형용 가능한 작품으로 완성된다는 것이다.

이번 책은 저자의 음악적 생애를 꾸준하게 관통하며 변함없는 예술혼을 일깨웠던 인문학의 향기도 느낄 수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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