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기업대출잔액 28조276억
대기업 6.6% 중기대출비중커
기업대출 전년比 4,969억↑
업계출혈경쟁-경기악화 지속

전주시 효자동 주거밀집지역에서 3년 동안 커피숍을 운영한 김 모 씨는 오랜 고심 끝에 지난 4월 결국 가게 문을 닫았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제2의 인생을 커피숍과 함께 시작, 그동안 성실하게 일해 왔지만 어느 순간부터 주변에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한 커피숍으로 인해 더는 운영이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 제일 먼저 터를 잡았지만 뒤늦게 생긴 커피숍들과의 출혈 경쟁에 늘어난 것은 대출뿐이었다고 김 씨는 말했다.

여기에 올해 예기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단골의 발길마저 끊기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김 씨는 “대출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버텨봐야 느는 건 빚뿐이다”며 “정부의 소상공인지원도 임시방편이지 않으냐”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소득절벽에 직면한 자영업자들의 ‘폐업 위기론’이 나날이 고조되고 있다.

동종 업종 간 출혈경쟁이 여전한 가운데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기 침체기가 길어지면서 불어나는 대출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위기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1일 한국은행 전북본부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도내 예금은행,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등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잔액(4월 말 기준)은 28조1천27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대기업 대출의 비중은 6.6%에 불과, 나머지는 중소기업 대출이다.

특히, 지난 1월~4월까지 기업대출 금액은 7천556억원으로 전년동기간보다 무려 4천969억원가량 증가했다.

더욱이 몇 년 사이 1금융권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늘면서 2금융권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지역의 경우 기업 10곳 중 9곳이 중소기업이며 이 역시 대부분 소기업·소상공인으로, 이 같은 중소기업 대출 추이는 사실상, 자영업자의 자금사정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는 50세 이상 은퇴자들과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생계를 위해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동종업종 간 출혈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데다 최근 코로나19가 가뜩이나 침체된 경기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됨에 따른 것이다.

다시 말해, 비교적 손쉬운 창업으로 눈을 돌리다 보니 외식업, 도소매 등이 포화상태인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로 바깥출입이 줄고 소비 패턴이 변화하면서 자영업자들이 수익을 제대로 올리지 못함에 따라 인건비와 임대료 등 운영경비를 대출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 사태가 올 하반기에도 지속, 이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불어나는 대출을 더는 감당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자영업자의 폐업 속출이 우려, 이미 상가 밀집지역인 전주서부신시가지 일대에는 ‘임대문의’라는 현수막이 부착된 상가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상황은 부실화도 동시에 불러오는 만큼 금융권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일부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연체율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자영업자가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경기 활성화 정책이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도내 소상공인 관련 기관 관계자들은 “자영업자는 경기의 바로미터라 불릴 만큼 경기 변동에 민감하다. 일부 업종은 출혈경쟁이 심했던 만큼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버티기 힘들 것”이라며 “이에 이들의 대출 추이를 살펴보는 동시에 경기 침체가 심화되지 않도록 경제 활성화 대책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아기자 tjddk@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