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정 작가 장편소설 '왕의 밀사'
의혹투성이 연쇄살인사건의 전말 파헤쳐

조선통신사 살인사건을 주제로 한 허수정 작가의 장편소설 ‘왕의 밀사’가 출간됐다.

소설은 1655년을 배경으로 조선통신사 사절단의 여정에 따라 교토와 에도를 넘나들면서 빚어지는 의혹투성이의 연쇄살인사건을 파헤치는 본격 미스터리소설이다.

소설은 살해당한 무사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진행을 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막부 내 권력 쟁탈전과 에도와 교토 조정과의 대립 등이 실재감 넘치게 표현되면서 당대 일본의 공간적 배경을 사실처럼 묘사하고 있다.

이 점이 가능한 까닭은 작가가 획득한 객관의 관점과 시대 풍정의 묘사마저 예사로 넘기지 않는 작가의 빼어난 디테일에 있다.

그래서 본격 미스터리적 요소를 차치한 채 들여다보면 이 작품은 시대물의 성과를 월등히 올린 치밀한 역사소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실재성이 뛰어나다.

이 부분은 독보적이라 할 만큼 허수정 작가의 큰 매력이다.

조선탐정 박명준 시리즈로 나온 전작 ‘요시와라 유녀와 비밀의 히데요시’에서도 당대의 모습을 리얼하게 재현시킨 바 있다.

미스터리의 외피를 걸치지 않은 시대물 장편소설인 ‘노량’에서도 매한가지다.

이번 책은 시대물 미스터리소설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국적인 공간적 배경에 다양한 캐릭터의 활약은 독자들을 단숨에 끌어들이는 흡인력을 가지고 있다.

더 나아가 작품의 대미를 장식하는 진범의 범행동기도 당대의 시대상을 꿰뚫어 나갈 정도로 현실성이 짙으며, 압도적인 반전으로 작용된다.

고루하거나 상투적이지 않으며, 세계를 보는 냉철한 관점과 살아 숨 쉬는 듯한 각 캐릭터들의 실재감 위에 본격 미스터리의 제반 요소가 철두철미하게 흘러간다.

여기에 마치 1655년의 그날, 사건의 현장과 작중인물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처럼 사실적이다.

저자는 “1655년 그날, 교토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짜릿한 긴장을 머금고 힘차게 그곳으로 발을 내딛어 보길 바란다”며 “감히 가이드 역할을 자처한다.

아니, 함께 낯선 곳을 여행하는 길동무가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허수정 작가는 실천문학에 ‘구사대와 봉투’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인간의 내면과 감성을 묘사하는 작품뿐만 아니라 정치, 시대물과 팩션미스터리 등 사회와 역사 및 국제관계를 소재로 한 추리소설들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근현대사를 다룬 작품 ‘소설 김대중’, ‘거인’, 팩션미스터리 ‘요시와라 유녀와 비밀의 히데요시’, ‘백안소녀 살인사건’, ‘부용화’, 시대물 소설 ‘노량’ 등 다수가 있다.

/조석창기자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