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모 대부업체대표 투자사기
전통싲아 상인 상대로 연 7~10%
이자 미끼로 투자사기 벌여
소개자 일정비율 배당 다단계식

오랫동안 지역 금융기관서 일해
신뢰 쌓아 상인들 수억씩 피해
지난해 인천서 같은 수법 범행

전주지검 정읍지청 행정직원
부동산투자금 명목 300억 챙겨
고수익 보장-온갖 거짓말등 속여
검찰동료 10여명 수천만원 피해
검찰공무원 신분-좋은 평판 속아

20대 취준생 보이스피싱 피해
11시간 동안 통화 못끊게 해
430만원 날려 결국 극단적 선택
전북경찰 조직 전달책 검거

최근 3년간(2017년~2019년) 도내에서 발생한 사기범죄는 2만 6490건에 달한다.

연도별로는 지난 2017년 7834건, 2018년 9046건, 지난해 9610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올해 현재도 5월 기준 4511건이나 사기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위축되면서 약자인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처럼 국가경제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시기에 서민을 등치는 각종 사기행위가 끊이지 않고 그 수법도 날로 지능화.

고도화 되고 있다.

최근 전주시내 전통시장 등 상인 등 수백여명을 상대로 430억원대 투자 사기사건이 발생, 서민경제가 휘청했다.

사기범인 대부업자가 경찰에 검거됐지만, 그의 통장 잔고에 돈은 없었다.

경찰은 차명계좌에 대한 수사 확대에 나섰지만, 상인들의 소중한 투자원금을 제대로 돌려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전주지검 정읍지청 행정직원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검찰직원은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고수익을 미끼로 지인 수십명으로부터 투자금 300여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사기단에 속아 극단적 선택을 한 취준생의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이처럼 사기범들의 수법은 지능적이고, 장기간에 걸쳐 계획했다는 점에서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날로 진화하는 사기범들의 범죄 수법과 예방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은행 근무하며 친분 쌓은 시장 상인들에게 수백억 사기

지난 5월 전주의 한 대부업체 대표가 높은 배당을 미끼로 전통시장 상인 등으로부터 수백억원의 투자금을 받아 챙긴 뒤 잠적했다.

전주 중앙시장과 모래내시장 영세상인들 수백여명이 피해를 당했고 부동산업과 요식업 계통에서도 투자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전주의 한 대부업체 직원 14명은 지난 5월 22일 이 업체 박모 대표(47)가 회삿돈 300억원을 들고 잠적했다며 고소장을 내 수사에 착수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박씨는 지역 금융기관에서 수년 동안 일하며 시장 상인들과 교분을 쌓아왔고 은행을 그만둔 뒤 지난 2018년 대부업체를 차렸다.

대부업체는 작년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투자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 하루 1만원씩 100일 동안 투자금을 넣으면 연 7~10% 정도 이자를 줬다.

다른 상인을 소개해주는 상인에겐 약속한 것보다 더 높은 이자를 주기도 하면서 신뢰를 쌓은 것.

그러다 이 대부업체는 지난 1월부터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많게는 원금의 월 10%에서 적게는 3%까지 배당을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소개한 사람은 10%의 배당에서 일정비율을 자신이 취하고 나머지를 배당해 주는 다단계 방식이었다.

고배당금에 현혹돼 투자액수를 늘리는 바람에 수억원을 투자한 피해자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피해 상인들은 “오랫동안 친분이 있던 박씨를 믿고 돈을 맡겼고, 이자도 꼬박꼬박 받았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데 지난 3월부터 이자와 원금이 들어오는 날이 들쭉날쭉했고, 이번 달 중순부터는 아예 입금이 되지 않았다.

한 상인은 “원금 대비 월6% 이자를 준다고 해서 투자를 결정했다. 주변 상인들이 이 대부업체를 이용해 큰돈을 만져왔던 것을 봐왔던 터라 믿고 돈을 맡겼다”며 “첫 달에 약속한 이자가 입금됐고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은 자금으로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빌려주는 데 쓴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대부업체는 인천에 본사를 두고 전주 만성동과 전주 신시가지 등 두 곳에 지사를 둬 자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피해 규모 등을 확인하고 있으며 피해금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난해 11월 인천에서도 비슷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러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최근 열린 공판에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설마 검찰 직원이 사기를 칠 줄이야’

5월 22일 전주지검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사기)로 전주지검 정읍지청 행정직원 A씨(39)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A씨는 지난해 3월부터 1년여간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며 지인들에게 부동산 투자금 명목으로 300억원가량을 받아 실제로는 주식에 투자한 혐의로 기소됐다.

투자금 대부분은 주식 투자로 날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은 A씨로부터 꼬박꼬박 들어오던 이자 등이 몇 달째 밀리고 연락도 끊기자 피해자 일부가 지난 3월 20일 정읍경찰서에 고소장을 내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투자자 중 16명은 아직도 27억~28억원가량을 못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수사 단계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A씨는 “법무법인(로펌)에서 부동산 투자를 하는데 여기에 투자하면 고수익이 보장된다” “부장검사 출신이 로펌을 차렸다” 등의 거짓말로 지인들을 속였다고 한다.

10명에 가까운 검찰 동료 일부도 A씨에게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빌려 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동료들에게는 투자가 아닌 다른 용도로 급한 사정을 얘기하면서 '며칠만 쓰고 주겠다'며 돈을 빌렸다고 한다.

현재까지 정읍지청 직원 중에서 A씨를 고소한 동료는 1명이다.

해당 직원은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1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빌려줬지만, 돈을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가 불과 1년여 만에 300억원이 넘는 거액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건 그의 ‘검찰 공무원’ 신분과 고향인 정읍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좋은 평판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에서 약 14년간 근무한 A씨는 4년 전쯤 전주지검에서 정읍지청에 온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투자금을 모은 사람이 현직 검찰 직원인 데다 A씨가 시중 금리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지급해 ‘설마 검찰 직원이 사기를 치겠느냐’며 A씨를 믿었다고 한다.



▲검사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극단적 선택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돈을 빼앗긴 20대 취준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지난 1월 B씨(28)는 자신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라고 소개한 남성의 전화를 받았다.

이 남성은 “당신의 계좌가 대규모 금융사기에 연루돼 있으니 돈을 인출하라”고 B씨를 속였다.

그는 B씨에게 조작된 검찰 출입증과 명함을 찍은 사진을 보내 안심시키고 전화를 끊지 못하게 했다.

전화를 끊으면 현행법에 따라 처벌받는다고 협박도 했다.

B씨는 은행에서 430만원을 인출, KTX를 타고 서울로 가 이 남성이 지시한 곳에 돈을 뒀다.

남성은 B씨를 여의도의 한 카페로 이동하도록 한 뒤 돈을 챙겨 달아났다.

무려 11시간에 걸쳐 이 남성과 통화한 B씨는 뒤늦게 사기임을 알아챘고 이틀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B씨 부모는 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피해예방과 처벌강화를 호소했다.

B씨 부친은 ‘내 아들을 죽인 얼굴 없는 검사 김민수 잡을 수 있을까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며 “얼마 전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아버지로서 이 원통하고 억울한 일을 국민 여러분께 나누고, 아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한 것”이라고 청원 취지를 밝혔다.

한편 피해 신고를 접수한 전북경찰은 계좌 추적과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의 전달책인 중국인 부부를 서울에서 검거했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의 돈을 인출책을 통해 건네받은 뒤 이를 자신들이 운영하던 환전소를 거쳐 중국의 총책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전달한 돈은 3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지검은 사기 방조,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남편(37)을 구속기소하고 아내(36)를 불구속기소 했다.

 

▲임채원 부장검사 “사기범죄 날로 진화...예방이 최선”

“국민들이 가장 쉽게, 많이 노출돼 있는 것이 사기 범죄인데도 너무 몰라요.

문구 하나 잘못 써서 불이익을 받기 태반이고, 되레 사기꾼이 갑이 되는 현실이 안타까워요”임채원 전주지검 중요경제범죄수사단장(부장검사)의 말이다.

임 단장은 “사기범죄는 날로 진화해 10건의 고소 중 2건만 인정받는 게 현실이에요. 상식을 모르면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돼 있어요. 예방하는 게 최선이죠” 임 단장은 사기는 예방이 최선이라며 사기를 당한 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말해준다.

이른바 예방 4훈, 사후 4훈이다.

사기 예방 첫 수칙은 첫 느낌이 안 좋은 사람은 경계의 끈을 놓지 말라는 것이다.

둘째는 세상에 공짜는 없기 때문에 상식에 어긋나는 제안을 하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반드시 문서로 증거를 남겨야 하며, 마지막으로 다운계약서를 함부로 써 줬다간 사기사건에 연루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말이 아닌 문서로, 그것도 자필로 남겨야 해요. 컴퓨터로 문서를 만드는 것은 위조 도장이 많아 피해야 합니다. 1억원을 빌려줄 때 기계를 산다고 해서 주는 것인지, 빚 상환자금으로 주는 것인지를 적시하는 것의 차이는 엄청납니다. 용도를 안 쓰면 피해자는 몇 배 복잡해져요. 그리고 당사자 간 녹음은 위법이 아니라는 점도 설명해 줍니다”

사후 4훈 중 첫 번째는 해결할 수 없는 사기사건은 빨리 포기하라는 것이다.

사기범에게 끌려 다니다 결국 인생이 망가지는 사례를 수없이 봐 온 그였다.

두 번째는 사기사건임을 알았다면 즉시 고소해야지 미적거리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사기의 60%는 잘 아는 사람으로부터 발생하는데 친족관계 사기는 6개월 안에 고소해야 범죄가 성립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사기 피해자들은 ‘외상합의’(임 단장이 만든 용어)를 절대 해서는 안됩니다. ‘합의서를 써 주면 나중에 잘되면 갚겠다’고 말하지만 이것을 빌미로 또 사기행각에 휘말리게 됩니다. 냉정하게 대처해야 그나마 길이 열려요. 사기범은 사기 치고 도망가서 공소시효 끝나면 종결된다는 인식을 대부분 갖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기범은 수사나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가벼운 처벌을 받기 위하여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하는데, 요즘과 같은 불경기에는 사기범이 교도소에서 차라리 징역을 살겠다고 하면서 피해금액을 갚지 않고 버티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유능한 검사도 더 이상 피해자를 도와줄 수 없다.

이것이 수사기관의 태생적인 한계이다.

그래서 사기를 당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임 단장은 최근 대법원에서 사기죄로 실형 4년이 선고된 희대의 사기범 장영자씨를 4번째로 구속한 장본인이다.

/윤홍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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