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찰수사관이 쓴 미스터리 소설
번뜩이는 복선-반전 독자시선 사로잡아

현직 검찰수사관이 쓴 본격 미스터리 소설 ‘각선당의 비극’이 출간됐다.

검찰수사관이 되어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가리다가, 마흔 줄을 넘긴 후 본격적으로 소설과 씨름을 시작한 오상근 작가는 이번 소설을 통해 냉철한 이성으로 추리의 장르를 절묘하게 배치하고 있다.

수사관은 냉철한 이성의 자세가 구현되어 있어야 한다.

감정에 휘둘리기 쉬우면 눈앞의 사건을 보다 입체적으로 관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수사관이 사건에 대해 사감을 가지면 안 된다는 경구가 수사 현장에 널리 퍼져 있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그 점을 감안하면 오상근 작가야말로 냉철한 이성이 치밀히 구축되어야 할 추리의 장르에 절묘하게 매치된다.

현직 검찰수사관으로서 수사 현장에서 잔뼈가 굵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작가가 문학성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여수해양문학상도 수상한 바 있다.

‘각선당의 비극’은 그런 작가의 이력이 가장 극명히 반영된 미스터리 작품이다.

굵직한 내러티브에 박진감 넘치는 전개, 그리고 섬세히 구현된 추리의 양상은 작품의 극적 리얼리티를 훌륭히 형상화시키고 있다.

거기에다 각선당이라는 하나의 세계가 빚어내는 운유는 현실의 세계를 날카롭게 관통시켜, 어느 작품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사회파미스터리의 전형을 구현시킨다.

무엇보다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작중인물 태민이 사건의 이면을 파헤치는 구조가 신선하며, 현직 검찰수사관인 오상근 작가의 이력이 반영되어 극중의 수사 과정에 크고 깊은 현실성이 반영되어 있는 점도 이 작품의 큰 미덕이다.

특히 태민이 여자친구의 부친을 살해하여 교도소 복역 후 각선당으로 귀환하여 새로운 살인사건에 맞닥뜨리게 되는 설정부터 이채롭다.

각선당이란 공간 자체도 의미심장하기 짝이 없다.

각선은 주변으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인물이다.

물론 태민도 진심으로 존경한다.

그런 각선이 피살된다.

용의자들은 각선이 건설한 각선당에서 머물고 있는 인물들이다.

더욱이 각선은 각선당에선 하나의 절대적 지존이나 매한가지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빚어지는 애욕은 현실 세계의 축소판이라 평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각각 용의자들의 오해와 불신, 욕망이 회오리친다.

진범을 쫓는 패턴은 추리소설의 가장 전통적이며 보편의 구조다.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지적 유희의 만족을 독자들이 획득할 수 있을 만큼, 내러티브 도중에 번뜩이는 복선과 반전은 가독성을 높이기에 충분하다.

신예작가의 범상치 않은 기량을 능히 유추시키게 만든다.

더욱이 오해와 불신이 파생시킨 비극의 근원을 담백한 필치로 추적해 나가는 과정에서 성취한 문학성은 이 작품을 사회파미스터리의 한 경지로 올라서도록 추동하고도 남는다.

진범의 범행동기가 구조적 모순에서 일탈되었다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에드거 앨런 포’, ‘아가사 크리스티’, ‘코난 도일’, ‘모리스 르블랑’ 등 미스터리 추리 소설 작가들이 들려주는 스릴 만점의 이야기에 빠져 지냈고, 2015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당선, 2016년 여수해양문학상 대상을 수상했고, 장편소설 ‘폐광’을 준비하고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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