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도화지에 색 연필로 기와집, 초가집, 눈이 하얗게 쌓인 장독대, 울타리에 서있는 오동나무, 깨죽나무, 지붕에 주렁주렁 달린 하얀 박, 살짝 열린 싸리문을 들여다보는 다정한 옆집 아주머니를 그려보고 그러다 싫증나면 무지개도, 마당에 활짝 핀 목련도 장미도 그려 보던 시절이 그립다.

이렇게 전주란 도시를 한폭의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이 천만그루정원도시 아닌가.

종합경기장에 백제대로 주변에, 전주를 가로질러 흐르고 있는 전주천 주변에 전주시민들이 쉬고, 한가롭게 거닐며 정신적 여유와 힐링의 시간과 장소를 조성하겠다는 야무진 계획, 천만그루 정원도시 전주를 꾸며보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허수아비에게 멋진 양복과 외제 화장품을 바른다고 사람들이 멋지다, 잘 꾸미고 섯네 할까? 

조선의 본향 전주라는 역사적 도시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과 긍지로 언젠가 옛 영화를 마음으로 누릴려는 감성이 풍부한 전주시민들이기에 천만그루정원도시에 대한 기대가 크다.

전주는 대동, 올 곧음, 풍류, 창신을 정신으로 전주를 꽃심의 도시 원동력으로, 옛것을 소중히 새기고 새로운 것을 접목하여 새 시대를 열어보겠다는 계획도 천만그루 정원도시 계획에 의미가 같이 해야할 것이다.

올 곧음의 상징인 간재 전우의 제자 금재 최병심이 옥동사에 칩거하자 그를 찾는 인사들이 전주로 모이고 만나기를 기다리다 집을 짓고 왜인들이 중심가로 자꾸 나오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한 인사들이 집을 짓기 시작하였고, 지었던 집들이 모여 있는 곳이 한옥마을이라 한다.

그래서 전주 한옥마을은 일제에 저항한 대표적 마을이며 항일운동의 정신이 깃든 곳이다.

금재 최병심이 공부하고 후학을 가르치며 일제에 항거하던 옥동사는 금방이라도 무너질듯하다.

 자만동에 관광객들이 찾도록 벽화도 그려놓고, 편의시설도 하면서 옥동사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수하고 주변을 정리하였다면 전주의 올 곧음도 느끼고 갔을 관광객도 있었을텐데, 금재 최병심의 옥동사와 묘소는 방치된 채로 올곧은 정신으로 조선을 지켰으며, 조선의 정신을 빼앗아 갈려는 왜놈들에게 눈을 부릅뜨고 호령하던 기상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온전히 보존된 한벽당을 볼 수 있는 것도 금재 최병심의 저항을 왜놈들이 꺽지 못한 결과에 숙연함 마저 든다.

대동계를 조직하여 마을자치 실현을 꿈꾸고 손죽도에 침입한 왜놈들을 격파한 정여립의 정신을 기린다며 전주에 정여립로가 있으나 완주군 소재 집을 파헤친 파쇼 장소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창암 이삼만이 부채에 그림을 그리자 나비가 와서 앉았다하여 나비 부채, 전라도에서만 활동한 서예가가 조선 삼필의 반열에 오른다는 것을 결코 우연이 아닐 것 임에도 자만동 암각서가 있는 곳은 풍년초가 군락을 이루며 풍년초 꽃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놓았다, 차마 관리를 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하기에는 쬐끔 부끄럽다.

곤지산 끝자락의 초록바위는 동학의 지도자 김개남의 처형장, 천주교신자들의 순교지이다. 

24그루의 이팝나무 꽃은 어려운 시절 쌀밥을 생각할 수 있게 하였다하여 전주시민들이 좋아했던 이팝나무 24그루는 잡목에 둘러싸여 잘 보이지도 않는다.

초록바위 위에 사발통문은 내용을 삭제한 채 모형만 덩그러니 놓여있고, 달맞이 명소 곤지명월을 감상하던 흡월대의 정취를 느낄만한 흔적은 온데간데없다.

전주천에서 아낙네들이 우리가 입던 옷을 빨래하고, 삼고, 염색하고, 아낙네들도, 아이들도 미역을 감던 전주천의 풍경을 재현할 수 있도록 하여야함에도 걷고, 자전거 탈수 있는 정도이다.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도록 아름답고, 이쁘게 꾸민다는 것은 환영한다, 그러면서 구도심 등의 소외되는 지역이 없어야 할 것이며 지역의 역사문화와 함께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런지요? 

‘구술이 서말이라도 꽤어야 보배’라하였다, 조선의 본향, 전주가 간직한 역사문화를 활용할 줄 모른다면 사장되고 말 것이다. 역사와 문화가 있는 곳에 역사와 문화에 어울리게 아름답고 예쁜 정원이 조성된다면 효과가 더 클 것은 분명할 것이다. 

명분에 만 잡혀도 큰 그림이 망가질 수 있음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천만그루 정원도시 설명회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전주의 혼이 없다는 생각이다.

전주천의 옛 정취, 옥동사의 복원 및 관리, 창암이삼만의 암각서, 초록바위, 만경대의 정몽주, 이서구의 암각서, 정여립의 생가 등 전주 정신과 같이하는 지역을 전주정신에 어울리게 아름답고 이쁘게 꽃도, 나무도 심고 조성한다면 찾아 간 관광객들이 왜 이렇게 했어 할까요? 아니면 어! 이런 역사적 의미도 있었구나 할까요? 물론 전자도 후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시대에 어떻게 하는 것이 후대의 교훈이 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정원도시 전주의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영진 한중문화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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