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존태 시인 '죄인의 꿈'··· 한국전쟁때 월북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사무진 그리움 담아

이존태 시인의 시집 ‘죄인의 꿈’이 발간됐다.

시인은 한국전쟁 때 월북한 아버지로 인해 어린 시절, 가난보다 더 견디기 힘든 그리움을 안고 살았다.

식구를 버리고 떠난 아버지가 원망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 가슴 시리게 그리웠던 것이다.

연좌제로 인해 시인은 그저 ‘죄인’이란 생각으로 긴 세월 끙끙 앓고 살았다.

고통스런 삶을 보낸 뒤 시인은 이제 아버지를 용서한다고 고백한다.

시 ‘아버지 당신을 모르지요’를 통해서다.

이 시처럼 시인은 아버지처럼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버지의 길’을 따르겠다고 고백한다.

시인은 성장하면서 아버지가 월북하며 가졌던 꿈이 ‘민족의 통일’임을 알게 됐다.

자신과 가족의 겪어야 했던 고통 역시 민족의 분단에서 비롯된 것도 이해하게 됐다.

죄인으로 살아왔던 시인은 이제 당당히 민족통일을 위해선 아버지의 다른 이름이 되길 자처한다.

지난 2019년 ‘동방문학’을 통해 뒤늦게 등단했지만 사실 고교 시절 ‘포도원’이란 문학동인으로 활동했고, 고교 3학년때는 강상기 시인과 2인 시화전을 열 정도로 시창작을 했던 문학도이기도 했다.

이 2인 시화전의 첫날 풍경을 강상기 시인은 시집 발문에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허소라 시인과 함께 신석정 시인, 채만묵 시인도 오셨다. 방명록은 검정 노끈으로 묶여졌는데 맨 첫 장은 허소라 시인이 ‘영원한 기약을,,,’라고 적었고, 신석정 시인도 ‘시도는 가시밭길인 것을 알라’고 적었다. 채만묵 시인은 ‘꾸준하기를..’이라 격려말을 남겼다. 참으로 그때까 감회가 새로웠으며, 지금껏 방명록 보관을 잘 해온 친구는 자상하고 섬세한 구석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시집 해설에서 김광원 시인은 “이번 시집은 한국적 한의 삭임을 보여주는 대표적 시집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어린 시절 개인의 아픔과 가족사의 고통이 곧 민족의 아픔으로 확산되고 동일시되고 있다”며 “오로지 민족통일이라는 화두 하나로 집약되는 이 시집은 한 개인의 시집이라기보다는 민족 앞에 바치는 헌시 성격을 띤다”며 시집이 지니는 문학사적, 민족사적 가치를 밝히고 있다.

즉 시인에게 민족의 통일은 대결 속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가운데 이뤄짐을 강조하고 있다.

또 한의 미학적, 윤리적 승화를 이 시집의 중심적 미덕으로 정리하면, 이 시집은 전통성의 흐름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존태 시인은 자신이 지난온 삶을 다듬어서 일련의 시편으로 만들었고, 이를 기꺼이 통일이 밑거름으로 내놓는다.

시인에게 시련을 극복하고 일어서고 있는 조국은 어머니가 됐고, 민족통일은 아버지가 됐다.

시인은 “분단국가에 살면서 분단상황 극복을 위한 시를 쓰지 않으면 일종의 직무유기다”며 “아버지라는 민족과 민족의 아픔을 온몸으로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 이 시집을 바친다”고 말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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