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권 시집-장편소설 '색'이어 동시집 발간
동심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이야기 그려

창작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전북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조기호 원로시인에게는 그 끝이 없어 보인다.

지금까지 ‘하지 무렵’ 등 22권의 시집을 발간하며 왕성한 창작력을 선보였던 시인은 최근에 자신의 인생역정을 집대성한 장편소설 ‘색’을 발간하며 지칠 줄 모르는 창작력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색’이 발간된 지 얼마되지 않아 올해는 그냥 넘어가는가 싶더니 이번엔 동시집을 들고 나왔다.

지칠 줄 모르는 시심과 그 문학적 신념이 대단하다는 생각 뿐이다.

이번에 발간된 동시집 ‘오월은 푸르구나’(바벨리온)은 어린이들의 순수성과 솔직성, 상상력과 호기심을 살려 동심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의 이야기다.

시인은 동시를 쓴다는 것은 그리 특별한 사건은 아니다.

독자가 어른에서 어린이로 바뀔 뿐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보통의 일은 아니다.

어린이를 위한 시를 쓴다는 것은 시인이 먼저 어린이가 돼야 하며,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 어린이만의 때묻지 않은 그 특별함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동시집은 시인이 직접 어린이가 돼 평소 마주하는 할아버지의 모습, 봄비, 아침햇살, 바람, 바다 등을 노래하고 있다.

‘푸른 오월엔 물방울도/ 푸른 눈을 뜨고/ 아이들 마음도/ 새파랗게 물들어/ 치자나무 꽃/ 향기 푸르고/ 해맑게 푸른 하늘/ 환히 밝아서/ 오늘 아침엔 까치도/ 연두색깔로 울더라고(동시 푸른 오월엔) 시집 제목과 비슷한 이 시에는 시인의 무한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단순히 보고 보이는 것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숨어 있는 색깔까지도 기억하고 표현한다.

그래서 시인의 눈은 세상을 바라보는 현미경이고, 자신의 몸을 빌려 세상의 모든 것을 노래하는 표현방식의 일부로 작용한다.

푸른 물방울이 푸른 눈을 뜨고, 까치도 연두색깔로 울고 있다는 등의 상상력은 그동안 쌓여왔던 말로 표현하기 힘든 시인만이 가진 표현의 힘을 대변하는 듯 하다.

서재균 시인은 “조기호 시인은 어린이들의 순수성과 솔직성, 상상력과 호기심을 살려 동심의 눈으로 자연을 통해 그 꿈을 이루고자 한다”며 “동심과 자연을 동시적 대상으로 해 어린이에게 꿈의 날개를 달아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평했다.

조기호 시인은 “오월은 푸르고 우리들은 자란다는 노래 속에 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들 자라는 세상에 물 흘려질까봐 뱅뱅 돌고 말았다”며 “어린이에게 꿈을 심어주려 했다. 시를 통해, 해맑은 동심의 세계를 위해 어린이들 눈높이와 상상력을 조금이나마 높여보려 시도했다. 어린이에게 시의 맛을 선사하고 싶었다”고 발간의도를 밝혔다.

전주 출생으로 문예가족을 비롯해 전주풍물시인동인, 전주문인협회 3~4대 회장을 역임했다.

시집으로는 ‘저 꽃잎에 흐르는 바람아’, ‘바람 가슴에 핀 노래’, ‘산에서는 산이 자라나고’, ‘가을 중모리’, ‘새야 새야 개땅새야’, ‘노을꽃보다 더 고운 당신’, ‘별 하나 떨어져 새가 되고’, ‘하현달 지듯 살며시 간 사람’, ‘묵화 치는 새’, ‘겨울 수심가’, ‘백제의 미소’, ‘건지산네 유월’,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꿈꾸었네’, ‘아리운 이야기’, ‘신화’, ‘헛소리’, ‘그 긴 여름의 이명과 귀머거리’, ‘전주성’, ‘민들레 가시내야’, ‘이별백신’ 등이 있으며, 장편소설 ‘색’을 발간했다.

목정문화상, 후광문학상, 전북예술상, 시인정신상, 표현문학상, 전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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