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시속 20km이하 운전
했지만 불법유턴해 두살배기
남자아이 덮쳐 숨지게 해
운전자 사고 고의성 부인

20일 전북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전주 덕진경찰서 김택중 경비교통과장과 관계자들이 민식이법 시행 이후 첫 어린이 사망사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이원철기자
20일 전북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전주 덕진경찰서 김택중 경비교통과장과 관계자들이 민식이법 시행 이후 첫 어린이 사망사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이원철기자

이른바 ‘민식이법’ 시행 이후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첫 사망 사고를 낸 50대 운전자에 대해 경찰이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이 운전자가 시속 20㎞ 이하로 차량을 운전했지만 스쿨존에서 불법 유턴을 하다 두 살배기 남자아이를 덮쳐 숨지게 한 혐의로 민식이법을 적용했다.

전주덕진경찰서는 2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어린이 보호구역 치사) 혐의로 A씨(53)를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앞서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전주지방법원은 “피의자 과실로 인한 교통사고로 피해 아동이 사망하는 중한 결과가 발생했으나 피의자가 사고 경위와 자기 과실을 인정했고, 증거가 충분히 수집됐다”며 “해당 범죄사실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피해자 측 과실 여부, 피의자의 전과와 주거·가족 관계 등을 고려할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A씨는 지난 5월 21일 낮 12시15분께 전주시 덕진구 반월동 한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도로에서 자신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불법 유턴하다 B군(2)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고 당시 B군은 버스정류장 앞 도로 가장자리에 서 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B군 주위에 어머니가 있었지만, 사고를 막지 못했다.

경찰은 사고 당시 B군 어머니가 버스가 오는 쪽을 바라보고 있었던 탓에 A씨 차량이 아들을 덮치는 것을 보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블랙박스 분석 결과, 사고 당시 A씨의 차량 속도는 시속 9~18㎞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사고 직후 A씨를 상대로 음주 측정을 했지만, 혈중알코올농도는 나오지 않았다.

A씨는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차를 돌리는 과정에서) 아이를 보지 못했다”고 사고 고의성에 대해서는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고 책임을 지고 피해 부모와 합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난 스쿨존은 왕복 4차선 도로로 평소에도 불법 유턴이 잦았던 곳으로 조사됐다.

전주시는 이곳에서 불법 유턴 차량에 아이가 숨지자 사고 이튿날(5월 22일) 중앙분리대를 설치했다.

A씨 사고는 민식이법 시행 이후 58일 만에 발생한 첫 사망 사고다.

민식이법은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시 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당시 9세)군의 사고 이후 발의된 법안으로 지난 3월 25일 시행됐다.

운전자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안전운전 의무 부주의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3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주덕진경찰서 김택중 경비교통과장은 “사고 당시 가해 차량 속도가 스쿨존 규정 속도인 시속 30㎞를 넘지는 않았다”면서도 “운전자가 중앙선을 넘어 불법 유턴을 시도하다가 사고를 낸 상황이기 때문에 주의 의무를 충분히 기울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달 가까이 사고를 조사한 결과 운전자에 대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고 덧붙였다.

/윤홍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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