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신규택지개발지구 가격폭등
혁신도시 최고 1억원 이상 올라
가격조정대상지 미포함 투자몰려
에코시티 프리미엄 2억원 올라
아파트브랜드 1군건설사 밀집
"외지 갭투자 막을 방도 없어"

수도권 부동산 규제로 지방 몰려
도내 아파트 10채중 2채는 외투
매매 1만1,642건 중 21.9% 2,544건
메이저 브랜드 지방 침투 영향도

초저금리 유동성 자금 회수 관건
아파트 공급량 늘리기 대책 지적
내년부터 공급감소 부족 심화로
행정 인허가권으로 분양가 잡아야

전북지역 아파트 가격이 이상 급등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하락하던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신규 택지개발지구를 중심으로 오르기 시작한 아파트 가격은 꺾일 줄 모르는 기세로 상승해 주위를 놀라게 만들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잇단 부동산 규제 정책 속에서도 아파트 가격의 급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전주 에코시티와 혁신도시, 효천지구 같은 신규 택지개발지구를 중심으로 수천만원에서 억대 프리미엄까지 형성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이런 데는 시중에 풍부하게 떠도는 유동성 자금이 부동산으로 밀려들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한 외지 투자자들이 수도권 등 규제지역을 피해 전북지역으로 흘러 든 원인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북지역, 특히 전주의 부동산 이상 급등 현상에 대한 원인과 대책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전주 아파트 가격 이상 급등 ‘몸살’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주시내 신규 택지개발 지구를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하반기 이전에도 새 아파트 가격은 서서히 들썩이기 시작했고 구도심 지역에서 살고 있는 입주민들은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아파트 거래가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아서였다.

우선 살던 집이 팔리지 않아 새 아파트 이사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새 아파트 분양을 받아 놓은 일부 구도심 입주민은 살던 집과 새 아파트 분양권을 동시에 내놓고 먼저 나가는 집을 처분하려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어떤 입주민은 분양 받은 새 아파트에 들어갔다가 자금난을 버티지 못하고 기존 주택으로 되돌아오는 사례까지 생겨났다.

이처럼 전주시내에는 부동산 경기 위축의 찬바람을 조금씩 맞아왔고, 특히 구도심 아파트 거래가 실종돼 부동산 경기 침체기에는 집 없는 사람들의 이사 고민이 깊어갔다.

하지만 송천동 에코시티나 전북혁신도시, 효천지구 등 신규 택지개발지구의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은 거품 논란 속에서도 승승장구했다.

당시 효천지구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과거 전주 효천지구 아파트에 형성된 프리미엄을 보면 방향이나 선호도에 따라 84㎡(34평형) 기준 700만원, 1천만원, 1천500만원, 2천만원까지 다양하게 형성됐다”고 말했다.

그러던 전주시내 아파트 가격은 점점 더 치솟기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규 택지개발지구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이상 급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19로 시장 불안정성이 강화되고 풍부한 유동성 자금이 부동산에 밀려들면서 신규 아파트는 물론 기존 정주여건이 잘 조성된 지역의 아파트도 덩달아 가격이 올랐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올해 4개월 연속 감소하던 아파트 거래량은 조금씩 늘어났고 가격도 종전보다 더 급등했다.

어떤 곳은 불과 하루 이틀 만에 1~2천만원에서 억대로 호가가 오르면서 중개업자나 입주자들을 놀라게 했다.

전북혁신도시의 84㎡(34평형)는 최고 1억원 이상까지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

혁신도시 W아파트 1ㆍ2차의 경우 3억5천만원에서 3억6천ㆍ7천만원까지 상승된 가격으로 다양하게 형성돼 있다.

인근의 H아파트는 84㎡(34평형)가 4억원대를 넘어선 곳도 있다.

이 아파트 1차와 5차의 경우 3억7천만원~4억3천만원까지 형성돼 거래되고 있다.

전북혁신도시 J공인중개사 대표는 “이곳의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거래했던 가격이 있기 때문에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조성이 시작된 지 6년 정도 된 혁신도시 신규 아파트 가격은 1억원 이상 올랐다. 가격이 빠진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아직은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송천동 에코시티는 이곳보다 더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 본인들이 매수한 가격이 있어서 더 떨어뜨리지는 않을 것이다. 물건이 없어서 못 팔고 있다고 한다. 대전이나 청주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였지만 전주는 이번에 묶이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되레 전주로 이동하는 상황이다”며 “지방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부동산에서는 아파트가 ‘황금성’이 제일 좋기 때문에 갭투자로 많이 몰렸다. 그러다 보니 가격이 많이 오를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주민들은 지금이라도 아파트를 사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귀뜀할 정도였다.

전주 송천동 에코시티의 아파트 가격은 그야말로 경이로울 정도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대부분 84㎡(34평형)인 에코시티 아파트의 분양가는 3억원 정도였으나 현재는 최고 4억5천만원~4억8천만원까지 거래되고 있다.

무려 2억원의 프리미엄으로 거래된 아파트도 생겨났다.

분양가에 비해 2억원이 올라 5억원에 거래된 것이다.

에코시티 E공인중개사 대표는 “에코시티는 인구 규모가 모두 입주하면 3~4만 정도 되는데 전주시내에 이만한 신도시가 없다. 혁신도시가 있지만 에코시티는 아파트 브랜드도 1군 건설사들이고 대규모로 들어오기 때문에 투자할만한 곳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외지사람들이 투자목적으로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전주사람들도 이쪽으로 오고 싶어 하고 몰린다. 결국 아파트 가격이 안 오를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곳으로 몰려드는 외지 투자자에 대해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갭투자 한다는데 어떻게 합니까? 저도 부동산을 하는 사람이지만 세금이나 몽땅 때리든지 어떻게 할 수 없어요”라고 속내를 얘기했다.

이처럼 전주지역 아파트 가격 이상 급등 현상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아파트 가격 상승 누가 주도했나  

연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는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워왔다.

여기에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 발표 등 복합적인 영향이 되레 거래 활성화로 이어졌으며 전주시내 신규 택지개발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 이상 급등 현상을 보였다.

전북지역 아파트 가격 급등의 주범으로 외지 투기꾼들이 지목되고 있다.

외지 투기꾼들의 ‘전주 입성’이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규제 정책을 펴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투자수요가 전북 등 지방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20•30대 외지인이 매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는 후문이다.

부동산 지방원정단 격인 기획부동산 등 투기세력과 떴다방들이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전주권 신규 택지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분양시장을 휩쓸고 다니면서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외지 갭투자족들인 카페 리더, 부동산 명강사 등이 관광버스를 타고 전주지역 등 지방 중소도시를 헤집고 다닌다는 소문이 무성할 정도였다.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정책으로 수도권 규제를 피하기 위해 일부 투기 세력들이 지방에 눈독을 들였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올해 들어 전북지역에서 거래된 아파트 10채 중 2채는 외지인이 사들였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한국감정원 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 말까지 전북지역에서 이뤄진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1만1천642건으로 이 가운데 21.

9%에 해당하는 2천544건을 외지인이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올해 들어 전북지역에서 외지인들이 사들인 아파트를 월별로 보면 1월 566건, 2월 618건, 3월 575건, 4월 480건 등으로 나타났다.

외지인 투자자가 사들인 아파트는 5월 들어 더욱 급증했는데 5월 1천142건, 6월 1천38건으로 집계됐다.

외지 투자자의 전주 입성이 불러온 아파트 가격 이상 급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외지 투자자들의 전주지역 대거 유입과 함께 시작된 아파트값 상승은 내집 마련을 위한 실수요자들에게 가격 부담에 따른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원인도 있다.

공급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전북 등 지방 아파트 시장에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양가상한제 등 신규 아파트 분양에 압박이 가해지면서 소위 ‘메이저 브랜드’까지 지방으로 침투해 전주 아파트 분양권 시장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결국 아파트 가격 이상 급등 현상은 외지 투기꾼들의 ‘전주 입성’, 풍부한 시중 유동성 자금의 부동산 침투 등 갖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동성 자금ㆍ분양가 잡고 공급 늘려야  

아파트 가격의 급등 현상은 초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확대가 수도권을 비롯한 전북지역의 부동산 가격 급등과 거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들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최근까지 금리인하와 대규모 지원대책 등으로 시중에는 유동성 자금이 급증했고 부동산으로 밀려든 것이 사실이다.

그런 약점을 외지 투자자들이 노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유동성 자금을 회수하는 데는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처럼 실물경기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떠도는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주택자나 법인들의 유동자금이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들어갔을 뿐 소비로 활용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중 유동성 자금을 어떻게 잡느냐가 부동산 과열 현상을 잠재우는 묘수가 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것이 대책 가운데 하나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주지역에는 지난해 8천359세대의 아파트가 공급됐다.

올해는 이보다 조금 적지만 8천93세가가 들어섰다.

하지만 내년에는 공급이 급격하게 줄어 3천277세대에 그칠 전망이다.

이듬해인 오는 2022년에는 1천319세대의 아파트가 공급될 예정으로 부족 현상이 심화될 예정이다.

전주지역의 주택공급률이 포화상태라고 하지만 정작 집 없는 서민들이 살 수 있는 아파트는 아직도 부족한 실정이다.

전주의 경우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고 대거 유입된 외지인들이 아파트를 앞다퉈 사들이기 때문에 공급은 부족하고 가격은 오르는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가다가 전주지역도 향후 부동산 조정대상지역 지정과 같은 사태가 오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는 관측까지 나올 정도다.

인근 대전과 청주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면서 투자자들의 발길이 ‘전주로 전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식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전라북도지부장은 “아파트 가격 급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천조원 이상의 유동성 자금이 갈 곳이 없다. 규제지역이 아닌 대전, 청주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였는데 그러다 보니까 가까운 전주지역으로 외지 투자자들이 내려오는 것”이라며 “외지 투자자들이 전주지역 분양권 시장에 많이 들어와 있다. 법인이나 임대사업자, 백투자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주도 영향을 받아 아파트 가격이 엄청나게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가 22번째 정도 되는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지만 옥죄는 정책에서 향후 5년에는 완화하는 정책을 가져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높은 분양가에 대한 해법도 내놨다.

전주시내 아파트 한 입주민은 “치솟는 분양가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덩달아 올라가고 시세차익을 노린 외지 투기세력들이 몰려드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분양가부터 잡아야 한다. 행정에서 규제 권한이 없다고 하지만 각종 인ㆍ허가권을 들어 강력하게 권고하면 분양가는 조정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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