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 된 후 어느덧 30여 년이 지났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강산이 세 번이나 변하는 동안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30여 년 전과 비교해 변한 것이 거의 없다.

그동안 우리 지방자치제도는 겉만 지방자치라는 자조 섞인 지적을 받아왔다.

25년간의 군부독재를 청산하고 어렵게 실현한 지방자치였지만 중앙정부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된 정책 하나 주체적으로 추진할 수 없는 구조 탓이다.

일각에서는 지방정부가 무능하고 안일해서 중앙정부의 도움의 손길만을 바란다는 비판의 소리도 있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재정 격차만 봐도 그렇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8대2이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가 낸 세금의 20%가 지방으로 들어온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제는 최일선에서 주민을 위한 정책을 집행하는 것은 정작 지방정부인데 재정 기반이 미약해 또다시 중앙부처에 찾아가 국가 예산 확보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과 지방간의 불균형적인 권한 배분 역시 문제다.

그간 중앙에서 지방으로의 시시콜콜한 권한 이양이 이어져 왔지만, 68대32라는 국가사무와 지방사무의 비율은 주민을 위해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여전히 제한적임을 우리에게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적극적인 세원 이양과 중앙과 지방간의 적절한 권한 배분이 절실한 이유다.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자치분권을 위한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까 다소 염려가 되기도 했지만, 때마침 지난달 3일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우리 전주시가 사활을 걸고 있는 특례시 지정 관련 조건이 다소 완화되어 자치분권을 향한 지역 내 열망이 그 어느 때 보다 높다.

실제로 지난해 진행된 전주 특례시 지정을 촉구하는 범국민 서명운동에 7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참하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오랫동안 우리나라는 수도권과 대도시 중심의 불균형적인 성장 전략을 취해왔다.

고도의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그에 대한 결과로 수도권과 대도시는 더욱 발전하고 부유해진 반면, 우리 전주와 같은 지방은 낙후의 설움을 겪어야 했다.

어느샌가 잘사는 동네와 못사는 동네로 나뉘어 지역 간의 갈등 또한 날로 커져만 갔다.

심지어는 지방 중에서도 광역시가 있는 지역과 없는 지역으로 나뉘어 경제 격차는 날로 커져만 갔다.

특례시 지정은 지역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첫걸음이다.

단기적인 목표나 비전을 넘어 불균형의 틀을 깨고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능케하는 시금석이라고도 할 수 있다.

특례시 지정은 자치분권의 요추임을 정부와 국회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다만, 지방정부의 자율성 못지않게 민의를 대변하는 지방의회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지방의회는 시민의 대변인으로서 지방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중대한 책무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먼저 지방의원의 자치입법심의 등을 지원하는 입법 보좌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전문적인 정책 심의와 당면 현안에 대한 능동적 대응을 위해서다.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회기 운영 등과 같은 의회운영의 자율성 확보 역시 중요한 문제다.

흔히들 앞으로는 국가의 시대가 지나고 로컬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한다.

지방이 모여 나라를 이루는 만큼, 한 국가의 존망은 이제 지방자치분권의 성공적 정착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바라건대,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우리 지방의회가 그 중심에서 균형적인 역할을 해나가며 진정한 자치분권을 실현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강동화 전주시의회 의장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