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해야 할 여성기업 #5 '(유)슬지제빵소' 김슬지 대표

아버지의 '슬지네안흥찐빵'
찐빵+제과 전세대 먹거리
공간변모··· 좋은원료 승부수
지역관광 활성화 역할 주도

드넓은 곰소염전 인근에 자리한 농업회사법인 유한회사 슬지제빵소(대표 김슬지)는 부안을 넘어 전북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그저 아름다운 풍경을 품은 이름이 독특한 디저트 카페 같지만, 이곳은 한 가족의 역사와 청년CEO의 속 깊은 철학이 담긴 엄연한 식품 제조업체다.

문을 연 지 3년밖에 되지 않지만 슬지제빵소의 시작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부안읍에서 ‘슬지네 안흥찐빵’으로 군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일명 ‘동네 맛집’이 그 출발점이다.

아버지의 일을 둘째 딸인 김슬지 대표가 맡으면서, 새로운 모습을 갖추고 새로운 의미를 담은 지금의 슬지제빵소로 재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김슬지 대표가 이를 맡기까지의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사춘기시절 자신의 이름을 딴 찐빵집이 너무도 싫었던 터라 성인이 되면 고향을 떠나겠다고 마음을 먹은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과 동시에 독립을 선언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수도권으로 떠났다.

스스로 선택한 일인 만큼 김 대표는 경제적으로 독립, 이에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로 혹독한 사회초년생 시기를 보냈다고.

하지만 타고난 근면·성실함으로 어렵게 홀로서기에 성공, 이에 인생 2막을 주얼리디자이너가 되고자 20대 후반에 대학원 진학을 준비했다.

그러던 찰나에 건강이 악화된 어머니를 대신해 건강한 찐빵을 함께 만들자는 아버지의 부탁을 뿌리칠 수가 없어 다시 부안으로 내려왔던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1년 정도만 도와드리고 올라갈 생각이었지만 아버지가 20년간 가족을 위해, 건강하고 바른 먹거리를 위해 정성을 다해 만드는 찐빵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지면서 단순히 동네 찐빵이 아닌 전 세대를 아우르는 먹거리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게 됐다.

그 목표가 오랫동안 지역의 맛집으로 불러온 슬지네 안흥진빵을 슬지제빵소로 변화시켰고, 그 이름에 책임을 지게 됐다.

김슬지 대표는 “여느 집의 찐빵과 달리 아버지의 찐빵에는 건강하고 바른 먹거리라는 철학이 담겨 있다. 우리 밀을 사용해 맛있는 찐빵을 만드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며 “그 맛을 위해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고, 안 다녀본 기관이 없을 정도다. 그런 과정을 옆에서 보고 자랐기에, 제 꿈만을 위해 다시 떠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고생스러울 줄 알았으면 그때 떠났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는 말뿐, 그의 얼굴에는 현재의 일에 대한 자부심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더욱이 아버지가 만든 찐빵은 그저 흔하디흔한 찐빵이 아닌 우리 농산물의 가치를 높이고 이를 통해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고자 흘린 땀의 결실이라는 알기에 김 대표는 이 정신을 이어가고 처음 세운 목표를 꼭 달성하겠다는 일념으로 동생들까지 불러 모았다.

이에 김 대표는 자신이 경영을 맡고, 남동생에게는 찐빵 생산을, 여동생은 슬지제빵소 운영을 맡기며 분업화했다.

남들은 소위 부모의 재력이 뒷받침된 것 아니냐고 하지만 사실, 이런 변화를 꾀할 수 있었던 것 역시 김 대표가 부안으로 내려와 농업진흥청의 ‘농식품 가공아이디어 콘테스트’에 참가해 대상으로 받은 상금이었다.

김 대표는 “아버지가 만든 찐빵이 당연히 베이스다. 하지만 이대로는 젊은 층을 공략할 수 없기에 젊은 층을 집중 겨냥했다. 이를 통해 좋은 결과를 얻으면서 사업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던 것”이라며 “해서 슬지제빵소는 찐빵과 제과가 결합된 형태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먹거리를 만드는 공간으로 탄생됐다. 동생들도 이런 과정을 지켜봤기에 저를 믿고 목표를 공유하며 어려운 길을 함께 걷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이기에 가능했다면서 그 힘이 어려운 순간마다 고비를 넘기게 해주고 있다고.

이에 김 대표는 ‘건강하고 바른 먹거리’라는 아버지의 철학을 이어가고자 우리 농산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해서 인근 청년농부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원료를 공급받고 있으며, 이제는 팥까지 공급받고자 적극 움직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혼자만이 아닌 슬지제빵소를 통해 인근 지역의 관광도 활성화를 꾀하고자 주민들과 네트워크를 구성해 다양한 활동도 추진하고 있다.

농촌지역의 청년기업가로서의 역할을 주도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슬지제빵소의 또 다른 가치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더욱이, 그의 이런 행보가 소문이 나며 현재 농촌의 경제 활성화를 위한 농촌융복합산업의 모델이자 농산물의 고부가가치화를 꾀하는 사례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김슬지 대표는 “도내 대표 관광지에 슬지제빵소를 열어 그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한 찐빵을 개발하고 싶다. 혼자만이 아닌 지역을 대표하는 식품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함이다”며 “이를 위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알지만 그동안에도 의지를 통해 가치를 지키고 성장해 온 만큼 앞으로도 묵묵히 그 길을 가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도 그래왔듯이 지역의 청년으로서의 역할에도 최선을 다하겠다. 성장하는 모습을 관심 있게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김성아기자 tjd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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