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대지역재생연구센터기획전
서학동사진관서 내달 5일까지

서학동사진관은 군산대 지역재생연구센터 기획전인 ‘장항제련소 사택’ 전시를 마련했다.

오는 9월 5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물이 차오르거나 물이 빠져 삶터를 잃어버리듯, 거대한 제련소 굴뚝의 연기가 멈추며 대규모 단지가 순식간에 사라진 장항제련소 사택을 주제로 하고 있다.

금강에서 서해에 이르는 기수역에 위치한 장항은 매립과 축항 후 1930년대 산업시설 장항제련소, 장항선 철길, 장항항 물길의 세축 도시기반시설을 갖추며 급성장한 한국 근대산업도시의 전형이다.

초등학교 교과서 표지에 등장하는 장항제련소는 일제강점기 1936년 가동을 시작해 1989년 제련공정 폐쇄에 이르기까지 굴뚝의 높이를 키웠고, 근로자들을 위한 배후지원시설인 사택단지를 넓히며 작은 도시를 이끌었다.

사택은 그 당시 관청, 철도, 학교 등의 주택은 정부가 건립한 관사와 구분해 은행, 산업시설과 같이 민간에서 건립한 주거시설을 뜻한다.

공공성격의 관사에 비해 산업시설에서 건립한 사택들은 기업의 매각 및 업종 변화와 같은 여건 변화와 민간 재산이라는 점으로 인해 기록 및 보존이 되는 경우가 드물다.

장항제련소 사택은 장암리와 화천리에 단지를 형성해 근로자들의 군집된 삶을 지원했다.

초기 주거단지로서 건축, 도시적 의미를 지닌 장항제련소 사택은 신축과 철거, 증축을 거듭하며 350여 세대에게 주거공간을 제공했다.

일제강점기 초기 사택은 식민지 지배를 강화하는 일본식 주거공간으로 엄격한 직급체계가 고스란히 사택의 규모와 단지 배치에 반영됐다.

해방 후 산업발전과 함께 병원, 운동장, 목욕탕, 매점 등을 갖춘 복합단자로 자리잡았고, 지역 기후와 주거문화를 받아들여 온돌방이 들어왔다.

럭크금성그룹이 운영하던 1980년대 전후에는 사택이 기업이 직접 건설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 택지 개발에 조합을 구성해 국민주택을 분양받는 형식을 취하기로 했다.

불란서주택으로 불리는 대규모 국민주택군이 장항 장라로와 신창동로 일대에 110여채가 남아있다.

1990년대 사택은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주거 유형인 아파트로 전환됐고, 2010년 민간개발업자에게 매도되는 수순을 밟으며 2014년 전면 철거에 이른다.

새마을주택 2동만이 잡초더미 속에서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있다.

군산대 지역재생연구센터 박성신 센터장은 “한 시절 사택에서 군집해서 살았던 근로자와 가족들, 제련소와 장항의 화양연화를 되새겨보는 일이다”며 “당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업사와 지역사를 찾고, 국가기록원 자료와 옛 도면을 열람하고 항공사진을 통해 변천의 과정을 살폈다. 기록 결과물이 제법 두터워졌고,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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