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학기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 세계 대학 사회가 일찍이 겪어보지 못했던 것을 경험했다.

개강도 거의 한 달 정도 지연됐고, 더군다나 비대면 체제로 가야 됐기 때문에 온라인 매체 강의에 대부분의 교수들이 힘들어 했다.

특히 대면강의인 오프라인 강의에 지금까지 익었던 교수들께서는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 이공계 강의에서는 가설을 세우고 수식으로 증명하고 그리고 실험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필수적이다.

공식을 유도하고 숫자가 포함되는 문제를 풀을 때, 그리고 정확한 답을 계산해야 하는 교과목에선 색분필과 칠판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이 오프라인 강의가 아니면 할 수 없기 때문에 온라인 강의로 옮기기는 힘이 들었다.

학생들도 공식을 유도하고 문제를 푸는 순서 등의 이해가 중요한 과목에서 온라인 강의가 힘들었을 것이다.

문제는 2020년도 가을학기에서도 대면 수업이 점점 힘들어져 간다는 데 있다.

이 문제는 우리나라만 해결 된다고 해서 대면 수업으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처럼 미국과 주변 국가에서 COVID19가 계속 창궐한다면 우리도 계속 신경을 써야 되기 때문이다.

결국 COVID19가 세계에서 완전 소멸돼야 마음 놓고 모든 활동이 정상화되면서, 결국에는 대학수업도 대면수업으로 정상화가 될 텐데, 완전 소멸이 언제 될지도 의문이다.

따라서 지난 학기에 온라인 수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우리 대학 교육이 가야 할 길을 모색해야 한다.

우선 우리 대학생들은 이미 중·고교 때부터 온라인 강의, 즉 인터넷 강의(인강)에 길 들여져 있는 세대들이다.

수많은 교사들에 의해 EBS 및 사설 인강교재가 만들어졌다.

대학 수능시험에 범위 내에서 인강에 제대로 훈련된 전국제일의 스타강사가 아주 스피드하게, 자극적인 언어로, 전자칠판과 여러 강의 보조교재를 100% 살려서, 순발력을 최대한도로 발휘해 암기시키고, 오지선다형 문제를 재빨리, 그것도 실수 없이 전혀 틀리지 않게 풀 수 있는 방법을 훈련시키는 것이 이 인강의 주요 목적이다.

이 인강에 길들여진 우리 학생들은 이번 교수들의 온라인 강의에 많은 실망했을 것이다.

평생 온라인 강의를 한 번도 안 해본 교수들이 원리와 기초를 칠판을 이용해 충분히 설명해도 이해하기 힘든 내용을, 급조된 온라인 매체들의 불완전한 시스템에서 이해하기는 무척 어려웠을 것으로 추측된다.

대부분의 대학 교과목은 길게는 지난 2000년 동안의, 짧게는 지난 몇 백 년 동안의 학문 발전과 논리적 전개 그리고 오류 등을 충분히 “왜?”라는 명제를 이해하고 이를 발판 삼아서 내 전공영역을 키우는 데 있다.

그런데 작금의 급조된 온라인 시스템으로는 수능 정도의 암기하는 데는 도움이 되나, 기본 원리와 “왜?”라고 하는 명제를 얼마나 완벽하게 온라인 수업으로 수행했는가가 관건인 것이다.

즉 대학교육의 본질을 학생들한테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쯤에서 우리 대학 교육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

세계 최초의 대학은 1088년 이탈리아의 볼로냐 대학이다.

이 당시에는 문학부, 신학부, 법학부, 의학부 등이 개설돼 시작됐다.

현재의 학제와 비슷하다.

물론 700~800년경에 페르시아 반도에서 이슬람에 의해 대학의 원류가 발생해 볼로냐 대학의 문학부도 아랍어로 쓰여진 대학교재를 라틴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생겼다고 한다 이렇게 발생된 대학이 대항해 시대, 르네상스, 일차 산업혁명, 1·2차 세계대전, 자유와 공산 진영의 사상 대립, 2·3차 산업혁명 등의 1000여년을 거치면서도 대학의 학제와 기본 구성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 우리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국 대학은 학생들이 자기 전공에 직장 영역에서 프로답게 업무를 수행할 때 순간 순간 대처할 수 있는 기초 실력기본 능력을 배양시켜주는 곳이다.

즉 현재 대학 학부체제에서 각 전공 영역에서 4차 산업혁명이나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BD)부터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AI와 BD를 가르치고 배우면 좋겠지만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 그 이상의 것을 가르치고 배워봤자 사상누각이라고 하는 점이다.

이런 점에 있어서 구미 선진국의 대학교육이 창조식, 다독한 후에 이를 기초로 다양한 토론식 공부를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특징인 것이다.

이들 교육 시스템에 좋은 예가 바로 노벨상인 것이다.

필자가 미국 유학 중에 인상 깊게 남은 예 중에 하나가 어느 교수가 자기가 문제를 내놓고 그것을 자기가 완벽하게 푸는데 17.

5 시간이 걸렸다.

이 문제를 그대로 우리가 시험에 출제해 풀게 했다.

그것도 2시간 이내에 풀게 했다.

물론 영점 맞은 학생도 있었지만, 95점 맞은 학생도 있었다.

아주 100% 정확한 숫자의 답을 얻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원리적으로 옳게 접근하면 만점을 준 것이다.

이러한 교육까지도 가능할 수 있게 온라인 수업을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다.

한편 필자의 대학생활은 현재와 유사해다.

1979년 3학년 가을에는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이, 그 이듬해인 1980년, 4학년 때는 광주민주화 운동이 일어나 우리나라의 모든 대학은 거의 교문 자체를 열지 못했다.

물론 대학생활 4년 내내 독재타도 데모에 수업은 별로 한 기억이 없다.

그 당시에는 온라인수업 조차도 없었다.

이때 공부 못했던 것은 후에 석·박사 과정에서 다 다시 할 수밖에 없었다.

기초가 필요하였다는 얘기이다.

결국 대학 교육의 본질은 어떠한 현상과 이에 본질적인 분석함에 있어서 수행할 수 있는 기초 지식과 그리고 이들에 소양함에 있다.

이에 본질적인 명제를 벗어나면 대학의 기본 교육을 벗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계속되는 대학 수업에 온라인 수업에 있어서 방법론 쪽으로 이에 목적을 벗어나면 안 되며 어떠한 수를 써서라도 학생들에게 계속 독창적이며 창조적이고 자발적인 교육을 시켜야 되는 것은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다.

/강길선 전북대학교 교수 (고분자나노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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