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나 도로 미끄럽고
주문량 밀려 시간에 쫓겨
사고 위험-상품 파손우려
노심초사··· 안전장치 필요

도내는 물론 전국에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고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배달 노동자들이 사고위험과 물건 값 배상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비오는 날에는 도로가 미끄러워 사고 위험이 더 높아지지만 배달 주문량은 늘어 시간에 쫓기는 일이 많아 매번 배달노동자들은 안전과 신속한 배달시간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전주 혁신도시에서 3년째 오토바이 퀵 배달을 하는 박모씨(39) “혁신도시에는 아파트 단지가 많고 공공기관들이 밀집해 있어서 배달일이 많다”면서 “올 여름 유난히 비가 자주 많이 내려서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 했다.

그러면서 “지난 토요일 폭우가 쏟아질 때 오토바이를 몰고 음식 배달을 가던 중 빗길에 미끄러져서 다리도 다치고 음식도 못쓰게 됐다”며 “금전적 손해는 물론 몸까지 다쳐서 이틀간 일을 못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매일 ‘오늘도 무사히’라고 기도하면서 출근하지만 한건 이라도 많이 콜을 잡아야 수입이 올라가기 때문에 항상 시간에 쫓기는 삶”이라며 “배달일은 기상이 악화 될수록 일거리가 많아지고 이에 비례해서 사고 위험도 높아진다”고 토로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이륜차 음식배달 종사자 보호를 위한 안전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폭우·폭설 등 악천후에는 배달 지역 거리를 제한할 수 있다.

가령 폭우 등으로 가시 거리가 100m 이내로 좁아진 경우 업주는 매장과 1.5㎞ 이상 떨어진 지역의 배달 주문은 거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법적 규제가 아닌 단순 ‘권고’다 보니 업체가 이를 시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게 배달노동자들의 설명이다.

택배노동자들도 비 오는 날이면 상품이 비에 젖을까, 파손될까 노심초사한다.

대기업 택배회사 직원 강모(41)씨는 “요즘 같은 장마철에는 배송하는 상품박스가 어쩔수 없이 젖어오는 경우가 많다.

물건 받으시는 고객님 입장에서 기분이 안좋을 수도 있지만 대다수 기사들이 우산을 쓰고 배달하지 못하다 보니 박스가 비에 젖는다”며 “물건이 젖어서 파손되면 택배기사가 고스란히 물건 값을 배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씨는 “배송차에서 꺼낸 택배물을 수레에 실을 때 비에 안 젖도록 하기 위해, 또 고객의 사무실 또는 집 현관 앞에 택배물을 놓을 때도 바닥의 물기나 습기에 젖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신경을 쓰다 보니 택배물 하나를 배송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도 더 든다”고 토로했다.

강씨는 “장마철에 배송하다가 길이 미끄러워 바닥에 넘어진 적도 많다. 며칠 전 물건을 운반하고 계단을 내려오다가 굴러서 발목을 삐었다”며 “택배기사들은 ‘사람보다 물건이 먼저’라고 생각하고 일을 한다”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기상악화 시 노동자들을 쉬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둔 배달대행업체나 음식점들도 있지만, 노동자 입장에선 내가 힘들다고 물량을 줄이면 그만큼 수익도 줄어드는 것이다. 배달노동자 대부분이 생계형 노동자들”이라며 “노동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홍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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