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해지면서 노후생활에 대한 불안 때문에 국민 모두가 만나면 연금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된다. 기승전결(起承轉結) 과정에서 결론에 이르게 되면 연금을 거론하게 된다. 기승전 연금이 주요 상식이 된 것이다. 국민의 상식으로서 『노동자 주주(맥스미디어)』 번역서를 내게 된 것이다. 국민의 노후 곳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국민연금공단 감사는 늘 이 문제를 노심초사 살펴보고 있다. 

우리나라 법 체제 아래에서 노후를 안전하게 지내려면 공적 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 그리고 공제 급여 등 다층적으로 소득을 형성해야 한다. 노인 한 사람이 기본적으로 한 달에 백만 원 정도의 소득을 확보해야만 한다고 본다. 공적 연금과 퇴직연금 등에 대략 3800만 명이 가입하고 있다. 

국민의 노후소득을 구성요소별로 살펴보자. 4대 공적 연금의 경우 2019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먼저 국민연금은 736.6조 원, 사학연금은 20.4조 원, 공무원연금은 12조원 그리고 군인연금은 1.2조 원을 쌓아두고 있으며, 이들 가입자는 24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퇴직연금은 610만 명이 221.2조 원, 개인연금은 702만 건에 143.4조 원 그리고 교직원공제회와 지방행정공제회는 111만 명이 52.9조 원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연인원 3800만 명(개인연금의 경우 계약 건수를 1명으로 환산)이 1187.9조 원을 연금 등의 형태로 적립하고 있다. 이는 2019년 우리나라의 GDP 1876조 원의 63.3%에 이르는 규모이다.

각종 연금주체는 본질적으로 대부분 노동자이며, 사용자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해 사학연금공단, 공무원연금공단 그리고 여러 금융기관들이 자산을 안전하게 운용하며 수익성을 높이고 국민의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우리 국민연금기금 등의 운용실태와 이 제도가 우리 사회에서 가지는 맥락 등을 볼 때 이 체제는 당연히 연금자본주의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생산의 중심인 노동자와 경영의 중심인 자본가가 우리의 연금기금을 공동으로 형성한다. 운용과정에서는 노동자와 자본가뿐 아니라 국제자본들도 헤지펀드 등의 형태로 참여하며 투자하거나 운용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연금자본주의라고 하는 것이다. 그것도 국제사회에 개방된 자유로운 연금자본주의라고 할 수 있다.

국내외 연구를 살피던 중 미국 보스턴대학교의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수인 데이비드웨버의 저서 『노동자 주주(The Rise of the Working-class Shareholder)』를  발견했다. 웨버의 이론은 연금철학 등 상식에 대한 답이다. 웨버는 맨 먼저 2003년 슈퍼마켓체인점인 세이프웨이 파업사태에서 연금기금 운용자가 기금을 잘못 운용함으로써 기금의 주인인 노동자의 일자리와 건강보호 등 각종 급여가 줄어드는 문제를 지적했다. 또 2008년 대침체기의 금융위기를 거쳐 오바마,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이르기까지 미국에서 제기된 연금쟁점에 두루 접근하고 있다. CEO의 막대한 보수에서부터 이사장과 CEO의 겸직에서 오는 여러 부작용, 이사회 구성의 편향성과 견제기능의 약화, 이사 선임 등의 문제를 정리하고 있다.

여기서 연금기금의 강력한 주체이자 연금기금이 투자한 기업의 주주로 등장한 노동자의 역할을 부각시키며, 주주 행동주의 등을 통해 연금기금의 운용질서를 바로잡고자 했다. 특히 주주총회 계절에 부딪히게 되는 주주제안권의 강화(proxy access, 좁게는 이사후보자 지명권) 문제를 깊게 연구하며, 쟁점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점은 웨버의 장점으로 꼽을 만하며,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점이 크다.

필자는 전북대학교와 전주대학교 등의 연금기금 학과 설치, 석박사 과정의 전문인력 양성을 가리켜 ‘전주학파’라고 명명한 바 있다. 미국 경제학을 대표하는 ‘시카고 학파’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노동자 주주』는 ‘전주학파’의 제1호 저술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더할 것이다. 『노동자 주주』는 사실상 『자본가 주주』를 일으켜 세우며 지탱해주는 모든 국민의 상식이다. 상식은 역사발전의 원동력이다.

/이춘구 국민연금공단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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