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춤-그림 사이 계절의 변화
자연과 시간의 흐름 연관지어 묘사
아리랑-아라리 가라가 우리네인생 담겨

시인은 세계를 마름질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마름질이란 옷감을 가위질 하면서 만들어질 옷을 머릿속에 그리는 것을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시인은 세계를 자신의 구상대로 마름질하며 그것은 시를 통해 세상에 빛을 발한다.

진동규 시인의 최근작 시집 ‘아리아리 하늘 메아리’ 역시 세상을 마름질하기 위한 여러 조각들이 한 편의 시를 통해 묘사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작업들은 단순히 평면적 텍스트로 끝나지 않고 독자들의 마음 한쪽을 움직이는 감동의 실마리도 제공한다.

이를 위해 시인은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한다.

땅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밝히는가 하면 옛 추억이 물씬 풍기는 시인의 고향도 등장한다.

시를 읽는 일은 내 자신을, 내가 서 있는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이런 의미에서 진동규 시인의 시는 과거 고향의 봄날을 상기하고 그곳에 있는 나무와 햇살, 언덕까지 다시 기억에서 소환한다.

시인은 소리와 춤과 그림 사이에서 계절이 오고 감을 거듭하고, 그것은 건실한 천지 운행의 리듬을 타고 있다.

자연을 노래하는 것은 자연에 대한 경탄이다.

시인은 자연의 경탄을 통해 시를 빚어낸다.

자연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는가 하는 데 따라 경탄의 길은 갈리기 마련이다.

자연과 역사를 연결하는 시인의 인문적 상상력의 경탄, 자연 그대로 경탄을 자아내는 시인의 시적 구성 등은 어설픈 해석을 허용하지 않는다.

자연에 대한 묘사는 시간을 흐름과 연관된다.

시인은 시간을 따라 살아간다.

태양을 떠올리게 하는 빛과 구름과, 땅속으로 스며들기 천년이 되는 물방울 등 하늘과 땅 그 사이를 온갖 조화로 오르내리는 물 등은 천 년의 시간이 걸려 있고 그 시간을 타고 우리네 인생이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시인이 노래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인간으로 귀결된다.

시집 표제처럼 인간의 살아가는 모습은 아리아리한 인생사다.

시인이 ‘아리고 쓰리게’ 노래하는 것은 이제까지 살아간 사람들의 삶의 노래요, 삶의 메아리인 것이다.

앞서 살아간 사람들의 외침에 대한 시인의 메아리 외침이다.

그렇게 해서 ‘아리랑’이나 ‘아라리’ 가락에 함께 어우러져 춤사위로 흥청거리는 것이다.

그 노래와 춤사위는 백제에 핏줄을 대고 있으며, 아리아리 노래하다가 ‘아리수’를 떠올리고 그게 백제 말로 한갈을 뜻한다는 사실을 세주로 달아놓고 있다.

아리고 쓰리게 살아간다는 것은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 데 인간 삶의 진실이 깃들인다.

아리고 쓰리게 사는 인간의 삶은 연꽃 향기 같은 향을 지닌 인간을 늘 그리워하고 있으며, 시인 역시 이런 사람들을 그리워하며 노래하고 있다.

우한용 소설가는 “진 시인은 허공에 창을 낸다. 그 허공을 뚫고 허공을 지나 도달한 그 살아있는 숲을 지나 그게 또 허공이 아니라고 울음을 토해낸다”며 “허공 저쪽으로 아침에도 산벚꽃 참나무 숲에 얼굴 감추고 자유의 치맛자락 산안개가 녹음을 문질러 산봉으로 치오른다”고 평했다.

시인은 “피어나는 귀롱꽃, 송이송이 고개 숙이고 퍼뜨리는 향도 향이지만 여린 잎들이 꽃빛깔을 도모하는 모습이 나를 흔들었다”며 “피어나는 여린 잎들이 깊어진 숲으로 이끌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전북 고창 출신으로 전북교육위원, 전북문인협회장,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온가람문화연구원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표현문학상, 영랑문학상, 목정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민들레야 민들레야’ 등 다수의 시집과 시극, 수필집 등을 발간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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