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가장 가깝게 지내는 것이 문만 열면 아이스크림, 시원한 물, 싱싱한 과일 등이 있는 냉장고이다.

계절에 상관 없이 우리 생활의 필수 가전 제품이 되어 있다.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새로운 발명품은 인간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 냈고,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은 새로운 건축과 도시를 만들어 왔음을 알 수 있다.

기차의 발명은 기차역을 만들었고, 비행기의 발명은 공항을 만들었고, 자동차의 발명은 주유소와 고속도로와 주차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건축물들은 도시의 모습을 바꾸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사는 도시의 모습을 바꾼 혁신적인 발명품은 무엇일까? 자동차, 전화, TV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냉장고이다.

냉장고가 발명되기 이전에 사람들은 오랫동안 음식을 보관할 수 없었기에 식재료를 조금씩 사서 먹을 수밖에 없었다.

생산지에서 도시까지 오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기에 식료품점에서 집으로 가져가서 음식이 상하기 전에 먹으려면 서둘러야 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 주변에 모여서 살아야 했다.

하지만 냉장고의 발명 이후 사람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만 장을 보면 되게 되었다.

음식 부패를 막는 냉장고 덕분에 더 이상 식료품 가게 주변에 모여 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대신 자동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한 시간 달려서 일주일 치 음식을 트렁크에 가득 담아와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도시는 기존의 고밀도 도시에서 달걀 프라이처럼 땅에 널리 퍼진 주거지와 고속도로 교차로 주변의 쇼핑몰로 대체되었다.

고속도로, 자동차와 더불어 냉장고는 당시 미국 사람들의 삶을 교외에 위치한 주택에서의 삶으로 개편시켰다.

그래서 유태인은 할렘을 떠나 뉴저지와 롱아일랜드로 떠난 것이고 그 자리를 자동차가 없는 도시 빈민이 차지하게 된 것이다.

그 후로 수십 년간 할렘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슬럼으로 뉴욕시장의 골칫거리였다.

할렘의 치안이 나쁘니 뉴욕시의 범죄율을 높이게 되었고, 그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게 되고, 연쇄적으로 세금이 적게 걷히게 되고, 시의 예산을 줄이기 위해 경찰 인원을 줄여야 하고 다시 범죄율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뉴욕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몇 가지 비책을 구상하며 도시와 건축은 변화하고 있다.

/라인종합 건축사 사무소 김남중 대표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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