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의 ‘기강해이’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국민 노후자금 750조원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 운용역 4명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으며 파문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적으로 터져 나오는 말이 “국민연금에 수백조원의 노후자금을 믿고 맡길 수 있겠느냐”는 비난이다.

전북경찰은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기금운용본부 소속 대체투자를 담당하는 책임 운용역 A씨와 전임 운용역 B씨 등 4명을 지난 18일 불구속 입건해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대마초 투약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이들의 모발 검사를 의뢰, 당일 오후 4명 중 일부에서 마약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지난 2월~6월까지 4명 중 1명의 주거지에서 대마초를 피웠고, 다른 1명이 SNS를 통해 대마를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이 불거지자 국민연금은 징계위원회를 열고 지난 9일 직원 4명을 모두 해임했다.

이들에 대한 수사는 국민연금 내에 퍼진 소문과 고발장 접수로 시작됐다.

국민연금은 '직원들이 마약을 했다'는 소문을 접하고 자체 감사에 착수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후 4명을 직무에서 배제해 대기발령을 내고 지난 7월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자체감사를 통해 뒤늦게나마 이들의 범법행위를 바로잡은 잘한 일이지만, 도민들의 싸늘한 반응은 쉬이 가시지 않는 듯 보인다.

“수백조원의 노후자금을 과연 믿고 맡길 수 있느냐”는 것이다.

기금운용본부 직원 전체가 아닌 단일 사건이자 일부 직원의 일탈이지만 도민들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을 ‘범법자=노후자금 운용’의 형태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깊게 들어가 보면 단순히 한 직원의 일탈행위로만 봐야할까? 기금운용본부는 수백조원 상당의 연금을 운용하는 곳이다.

때문에 연금의 운용 위험요소를 낮추는 데 주안을 둬야하는 기관이다.

직원들의 일탈 행위 역시 기금 운용에 있어 운용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일상적인 윤리교육의 부재와 내부통제, 공직기강 해이는 모두 이런 위험의 잠재적 요인들이다.

이는 운용 위험에 대한 리스크(Risk) 관리를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음을 반증하는 요소라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한 직원의 일탈로만 보기 어렵다.

이는 곧 조직의 평판하락, 기관의 신뢰하락, 더 나아가 투자가치 하락으로 나타나고 실질적 경제손실을 가져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일련의 사태를 단순한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조직 내 리스크 최소화에 방점을 둔 준법감시 시스템을 재정비해 나가야할 것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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