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딸과 아들 : 아빠, 저희 피자 먹고 싶어요.

아빠 : 그래, 시켜 줄 테니까 싸우지 말고 잘 나눠 먹어야 해.

어린 딸과 아들 : 그럼요.

피자가 도착했고 아이들은 서로 많이 먹겠다고 싸우기 시작했다.

 어린 아들 : 내가 누나보다 체격이 더 크니까 더 많이 먹어야지.

어린 딸 : 이건 내가 좋아하는 피자고 내가 누나니까 더 많이 먹는 게 당연하지.

두 아이의 말싸움이 끝날 것 같지 않자 아빠가 아이디어를 내놨다.

아빠 : 그럼 이렇게 하자.

둘 중 한 사람이 피자를 둘로 나누고 다른 한 사람이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거야.

어때?어린 딸과 아들 : 좋아요.

두 아이는 한참이나 고민하다가 어린 딸이 피자를 둘로 나누고 아들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로 했다.

피자를 둘로 나누기로 한 어린 딸은 어떻게 나눌 것인가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자기가 더 많이 먹고 싶은데 한 쪽을 더 많게 나누면 남동생이 더 많은 쪽을 선택할 것이 뻔하고 자기는 어쩔 수 없이 더 적게 먹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어린 딸은 고민 끝에 결국 피자를 2분의 1로 똑같이 나눴다.

자기가 적게 먹는 것보다는 차라리 똑같이 먹는 게 자기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동일하게 나눴으니 선택권을 가지고 있는 남동생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반대의 경우도 결과는 동일했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협상론을 담당했던 교수가 강의 첫 시간에 실제 경험담을 예로 든 것이라고 한다.

두 아이가 피자를 균등하게 먹을 수 있었던 것은 두 아이가 모두 양보했기 때문이다.

두 아이는 협상이 뭔지 몰랐지만 어떻게 해야 서로 손해를 보지 않고 최상의 결과를 가져올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민법에서는 14가지 전형적인 계약유형을 규정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화해계약이다.

화해계약이 성립하려면 계약 당사자 ‘쌍방이 모두 양보’해야만 한다.

어느 한쪽만 양보해서는 화해계약이 성립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두 아이가 피자를 나누고 선택한 것도 일종의 화해계약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치권만큼 협상과 화해가 절실한 곳이 있을까? 우리 국민들 역시 정치권이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어제 통신비 지원에 대한 여야의 합의가 있었다.

처음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3세 이상 전 국민에게 지급하겠다고 하자 야당에서는 통신비 지원 자체에 대해 반대했었다.

하지만 여야가 조금씩 양보해 16~34세, 65세 이상으로 대상을 제한했다.

대상에서 배제된 연령층의 불만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협상이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바람직하고 모범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일부 언론에서 야당의 판정승이라고 하지만 사실 모두가 승리한 협상이다.

 이와 같은 협상이 단발로 끝나지 않고 산적해 있는 현안마다 결실로 맺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여당이 추진하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 감독법 제정안을 비롯한 공정경제 3법, 공수처의 출범 등에서도 조만간 성과가 도출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물론 모든 정책에서 여야의 합의가 이뤄질리 없고, 협상과정이 순조로울 리 없다.

협상과정이 국민들 눈높이에서 볼 때 때로는 정쟁으로 비춰질 수도 있고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협상에서 불가피한 과정이다.

피자를 나누는 어린 아이 역시 마찬가지 아니었나? 중요한 것은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가 상반되는 정책에 대하여 조율하려는 의지와 양보의 여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야당이라고 하여 견제라는 명목으로 무조건 정부정책에 대해 반대로만 일관하는 구태는 버려야 한다.

오히려 심사를 통해 문제의 소지는 없애되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책임을 묻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피자를 나누는 협상의 기술이 정치권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협상과 화해를 위한 모범적인 사례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식물국회니 동물국회니 하는 오명을 벗는 원년(元年)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로문 민주정책개발원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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