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확산 방지위해 부모들 자녀들에 내려오지 말라 당부
영상통화로 안부물으며 아쉬움 달래··· 역귀성도 자제해야

“올해 추석에는 고향에 내려오지 않아도 된다. 대신 내려오는 차비까지 두둑하게 용돈으로 보내고 꼭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내라”

군산에 사는 윤철용씨(72)는 추석명절을 앞두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화상대화로 딸에게 안부를 전했다.

그는 서울에 살고 있는 막내 딸 윤민정씨(39)와 사위에게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추석에 내려오지 말 것을 당부했다.

윤씨의 외손녀 김모양(6)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너무 보고 싶어요. 코로나가 물러나면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요”라고 화답했다.

윤씨는 또 충남 아산에 사는 큰딸과 사위에게도 추석연휴에 군산을 방문하지 말 것을 권했다.

윤씨는 “다들 바쁘게 살기 때문에 1년에 설날과 추석 이외에는 얼굴 보기 힘든 딸들과 사위들 그리고 손자 손녀들이라 올 추석에 만나지 못한다니 너무 아쉽다”며 “하지만 코로나라는 국가적 비상상황에 서로서로 이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윤씨는 종갓집에서 함께 차례를 지내는 친척들에게도 일일이 전화를 걸어 이번 추석에는 방문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명절이면 객지에 있는 자녀들과 함께 조상들을 위해 차례 음식을 준비했지만, 올해는 윤씨 부부가 종갓집의 추석 차례상을 전부 준비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렇다보니 완곡한 만류에도 추석 당일 종가를 찾는 종친들이 있을거라 예상하고, 차례를 지내고 먹는 술과 음식인 음복을 도시락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전주 동산동에 사는 김모씨(71)는 “아들 둘이 서울과 분당에 살고 있어 추석이나 설 명절때면 우리 부부가 서울로 올라가는 역귀성을 하곤 했다”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아들들이 올라오지 말라고 당부해서 집에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자 손녀들 얼굴이 눈에 선해서 올라가고 싶은 마음 굴뚝 같지만 이번 추석이 코로나19의 중대한 변곡점이 된다고 하니, 다소 힘들고 어렵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씨의 부인 박모씨(65)는 “우리 동네는 노인들이 많이 사는데 코로나로 자식들 고향 방문을 자제하는 분위기라 우리도 일찌감치 자식들에게 연락해서 내려오지 말라고 했다”며 “몹시 서운하지만 그래도 영상통화로 얼굴들을 보고 얘기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7일 “이번 추석은 부모님과 어르신의 안전을 위해 고향 방문을 자제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날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추석 연휴기간 국민의 이동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전쟁에 준하는 사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 총리는 “추석 연휴 최고의 선물은 멀리서 그리운 마음을 전하는 ‘망운지정’”이라며 “올해만큼은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하는 게 오히려 효도하는 길이라고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홍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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