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7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장관은 윤한홍 미래통합당(당시) 의원이 고기영 법무부 차관에게 “서울동부지검장에서 근무하다가 갑작스럽게 법무부 차관으로 발령이 났는데, 추 장관 아들 수사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질의했다.

윤 의원 질의는 추 장관 아들이 군 복무 시절 휴가 미복귀 의혹으로 동부지검에 고발돼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이 고 차관의 영전과 연관성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공세였다.

이에 고 차관은 당황스럽다는 듯 웃으며 “글쎄요”라고 답했고, 이 과정을 지켜보던 추 장관은 “소설을 쓰시네”라고 불쾌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소설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픽션과 논픽션이다.

픽션(fiction), 즉 문학 소설이나 희곡 따위에서, 실제로는 없는 사건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창조해 내는 것 또는 그런 이야기을 말한다.

논픽션(Non-fiction)은 픽션이 아닌 것, 즉 사람이 상상해 창조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다큐멘터리,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 또는 소설 등이 대표적인 논픽션에 속한다.

그런 의미에서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말한 소설은 전자인 픽션에 대한 언급으로 생각된다.

즉 전혀 사실과 다른 엉뚱한 말을 각색하여 만들었다는 의미로 ‘소설을 쓰시네’라고 표현한 것이다.

최근에 일어난 여러 사건으로 인해 추미애 장관의 “소설을 쓰시네”라는 말을 그 상황에는 전혀 공감하지 않지만 그 언어가 가지는 의미에는 긍정적 생각을 가진다.

지난 2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특혜 의혹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린 서울동부지검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추 장관 아들 서모씨가 사용한 19일간 1·2차 병가는 관련 기록이 없지만, 지휘관이 승인해 구두로 통보했으니 괜찮다.

서씨가 병가가 끝난 후에도 부대에 돌아오지 않고 개인휴가를 밖에서 붙여 썼지만, 휴가는 전화로 연장해도 괜찮다.

추 장관이 아들의 병가 휴가 미복귀 상태에서, 전(前) 보좌관에게 군부대에 전화할 것을 지시했으나 이는 ‘문의’를 위한 것이지 ‘청탁’은 아니다.

보좌관이 군부대에 전화해 나눈 대화는 ‘절차를 안내 받은 것’이지 ‘청탁’이 아니다.

’ 그런데 그 과정에서 나왔던 추미애 장관의 아들 휴가 특혜 의혹과 관련된 국회에서 한 발언이 문제가 되었다.

“그런 사실이 없다.” “관여한 바가 없다.” “외압을 쓸 이유도 없고 쓰지도 않았다.” “보좌관이 뭐하러 그런 사적인 일에 지시를 받고 하겠는가.” “(전화를 시킨) 그런 사실은 없습니다.” “보좌관에게 그런 사실을 시킨 바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럴 이유조차 없습니다.” “제가 보좌관에게 전화 걸라고 시킨 사실이 없습니다.”

그러나 검찰의 전 보좌관 최씨의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밝혀진 바는 앞서 기록한 국회 답변이 거짓말로 밝혀졌다.

아들의 휴가에 대해 보좌관과의 카톡을 통해 연락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검찰의 판결을 떠나서 장관님께서 소설을 쓰신 것이다.

필자는 오래 전에 육군 만 3년인 36개월의 복무를 마치고 제대했다.

물론 세월이 많이 흘렀기 때문에 군대의 모든 상황이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시대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런데 휴가 연장을 구두로 할 수 있고 그것은 사병이 가진 정당한 권리라는 것이 소설처럼 들리는 것이 필자 역시 오랜 옛날 사람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최근에 제대한 젊은 사람들에게도 유사한 말을 듣게 된다.

이 사건에 더불어민주당의 원내대변인이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한 것”이라는 훈수는 당을 대변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당론으로 여길 수 있는데 안중근 의사가 겨우 그 정도 밖에는 안된다는 말로 들려서 소설을 쓰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벨기에 왕실의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엘리자베스 공주가 왕립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 군사훈련을 하는 사진이 공개되었다.

공주는 160여 명의 동기 생도들과 함께 총을 들고 흙바닥을 기고, 달리고, 완전군장을 한 채 행군을 한다.

식사 배급이나 청소 등 사관학교 내 생활에서도 엄격한 규율에 따른다.

공주대접과 같은 ‘특권찬스’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복무 관련 논란에 대해 “카투사 자체가 편한 군대라 논란은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카투사가 그렇게 편하고 군인으로서 특별한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볼 때 전쟁이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 휴전 중이기 때문에 소강상태라고 볼 수 있어서 ‘종전선언’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군인은 모든 정당한 복무규정에 복종하는 것이 의무인데 앞으로 많은 사병들이 휴가를 나와서 특정한 이유로 인해 구두로 휴가를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이 권리라는 중요한 선례가 된 것으로 입증된다.

왠지 소설 같은 이야기로 들린다.

혹 유전무죄 무전유죄와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군 관계자는 이번 사안을 명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이런 건과 유사한 사항에 법률적 판단을 해야 하는 일들이 많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27)씨의 특혜 군 휴가 의혹에 대해 사과한 것을 두고 친여 성향 네티즌들이 지난 달 17일 박 의원의 페이스북에 “배신자” “양아치냐” “탈당하라” 등 거친 항의글을 쏟아냈다.

박 의원은 전날 라디오에 출연해 “교육과 병역은 온 국민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국민의 역린”이라며 “군대 다녀온 평범한 청년들에게도 그들이 갖는 허탈함이 어떤 건지에 대해서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런 말이 양아치가 되고 탈당의 사유처럼 된다는 것이 소설처럼 들린다.

국방부 인사기획관실에서 작성한 문서 가운데 서씨의 직속상사는 같은 기간 암 진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정상 근무하다 군 병원으로 이송된 사실이 있다는데 이제 검찰에 의해 무협의 처분된 이 사건이 논픽션이길 바라는 마음일 뿐이다.

/전주남부교회 강태문 목사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