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전북시대 열자 #2 화려했던 출판문화

'완산'이란 지역서 출판된 책-책판
닥나무 재배로 국내 최고 한지 생산
전라감영 동의보감 등 60여종 출간
19세기부터 130여년 춘향-심청전등
판매용 한글소설 23종 유통해
임란때 전주사고 조선왕조실록보존
방각본 전북 출판문화 특징 담겨
주로 한지 생산지-상업지역 발행
완판본 최대 규모 한글고전 대표
구운몽-별월봉기 등 현존 23가지

전북은 출판문화 중심이었다.

그 중심엔 완판본이 있다.

과거 전주는 조선시대 전남과 전북, 제주도를 관할하던 전라감영이 위치했던 곳이다.

전라감영이 자리했던 전주의 옛 명칭은 ‘완산’으로 그 때문에 전주에서 출판된 옛 책과 책판을 ‘완판본’이라 한다.

전라감영 내에는 한지를 만들던 지소, 책판을 인쇄하고 책을 만들던 인출방이 있었다.

또한 닥나무를 재배하여 각종 한지를 만들었으며 전국 최고의 품질과 최고의 생산량을 가지고 있었다.

전라감영에서는 동의보감을 비롯한 60여 종의 책을 출간됐으며 이때 발달한 한지, 각수, 목수, 인쇄시설 등은 전주 지역의 출판문화 활성화로 이어졌다.

전주는 전라감영의 인쇄문화의 영향으로 사간본이 250여 종류가 출간되었고, 이어서 방각본이 발간되어 조선 후기 가장 왕성한 출판문화를 갖게 됐다.

전주는 19세기 초부터 판매용 한글 고전소설을 찍어내기 시작하여 무려 130여 년간 ‘춘향전’, ‘심청전’, ‘홍길동전’ 등 한글 고전소설 23종을 유통 보급했다.

그렇다면 왜 완판본이 성행했을까.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책을 만들 수 있는 소재인 전주한지가 있었고, 책의 내용을 채울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판소리에서 차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전주는 전국적으로 최상품 한지를 생산하면서 그 한지를 통해 수많은 책을 출판해 낸 곳이었다.

일찍이 지적 욕구와 문화적 욕구가 강했던 전주 시민들은 사대부를 중심으로 인간의 정신을 고양하고 심성을 교화하는 책을 간행했고, 서민을 중심으로 진솔한 삶을 담아낸 이야기책과 교육용 책, 그리고 생활백과용 실용서적을 지속적으로 출판해왔다.

또한 전주는 임란 중에도 전주사고를 지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을 온전하게 보존해 왔다.

전라감영도 완판본 성행의 큰 몫을 했다.

전라감영은 지방행정을 책임지기 위해서 중앙정부에서 필요한 서적을 발간해야 했다.

서적은 학문 진흥과 함께 정치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감영은 서적 편찬과 간행에 심혈을 기울이게 됐다.

전라감영에서는 1600년대부터 1800년대에 걸쳐 약 60여 종에 이르는 책을 발간했다.

주로 사대부에게 필요한 것으로 정치, 역사, 제도, 사회, 의서, 병서, 어학, 문학, 유학에 관한 책이 많았다.

전라감영에서는 왕권의 강화, 유교 이념의 확립, 문화의 창달 등을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책을 발행하였고 이러한 전라감영의 활발한 편찬 사업은 인쇄술의 발달과 학문의 보급을 촉진시켰다.

하지만 완판본이 주목받는 것은 타 지역에서 간행되지 않았던 방각본 즉 한글소설 때문이다.

감영은 전라감영 뿐 아니라 충청, 강원, 경상감영 등 각 지역마다 존재했다.

감영에서 발간된 책들은 내용이 비슷해 전북만의 특징을 나타내는데 한계가 있었다.

전북의 출판문화 특징은 방각본에서 찾을 수 있다.

방각본은 조선 시대에 판매를 목적으로 민간에서 발행한 책을 뜻한다.

지역에서 발행된 것을 뜻하는 방간본으로도 불리는데, 주로 목판으로 인쇄되었기 때문에 방각본이라 불린다.

방각본의 출판이 주로 이루어진 곳은 서울, 전주, 안성 등지이다.

이들 지역은 서적의 보급이 활발하거나 종이가 생산되는 곳이거나 상업 지역이다.

이곳에서 간행된 방각본을 각각 경판본, 완판본, 안성판본이라 지칭했는데 이중 완판본이 가장 규모가 컸다.

방각본의 가장 대표적인 것은 한글고전소설이다.

방각본은 유학관련 서적도 출판하고, 아동교육서 등도 발행했지만 타 지역보다 월등하게 뛰어난 것은 바로 한글고전소설이다.

완판본 고전소설은 19세기 후반부터 활발하게 출판됐다.

가장 오래된 판본은 한문고전소설인 ‘구운몽’이며, 한글고전소설은 1823년이란 간기를 가진 ‘별월봉기’를 꼽는다.

하지만 이보다 주목받는 것은 판소리계 한글고전소실이다.

현존하는 완판본 한글고전소설의 종류는 23가지다.

이 가운데 판소리계 소설이 ‘열여춘향수절가’, ‘심청가’, ‘심청전’, ‘화룡도’, ‘토별가’ 등 5종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영웅소설이다.

판본이 다른 종류를 합치면 약 50여 종류가 된다.

이처럼 과거 출판문화의 중심에 섰던 완판본은 일제 강점기 이후 목판본이 사라지고, 근대기계가 들어오게 되면서 점차 자리를 잃게 됐다.

완판본 소설이 발행되고 판매됐던 당시 책방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수많았던 한글소설의 목판들도 한순간에 사라졌다.

심지어 완판본의 의미를 알고 있는 도민을 만나기조차 어렵게 된 상황이다.

전북이 과거 위상을 찾고 새로운 미래를 다지기 위해선 과거 찬란했던 출판문화의 중심이었던 완판본을 다시 한 번 귀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북대 이태영 교수는 ‘전북의 완판본과 한글고전소설’을 통해 “완판본이 발달하게 된 배경은 호남의 수도였던 전주가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조건 등을 고루 갖춘 곳이기에 인쇄문화가 크게 발달할 수 있었다”며 “완판본은 사전적 의미는 물론이고 도민들에게 지역의 문화유산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는 개념으로 자리를 잡길 바란다”고 밝혔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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