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다.

주말도 예외 없이 출근해야 한다.

열기 가득한 로비는 긴장한 부처 공무원들로 북적거린다.

자료를 요구하는 사람과 자료를 감추고 싶은 사람 사이의 신경전이 벌어진다.

보도자료가 홍수를 이루고 정부의 실책이 집중적으로 부각된다.

다름 아닌 국정감사기간 동안 국회의원회관의 광경이다.

국정감사가 아니면 이러한 모습을 보는 게 쉽지 않다.

코로나 19로 다소 달라지기는 했지만 과거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의원회관 안으로 들어가 보면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국회를 엿볼 수 있다.

“국회는 놀고먹는다.” “국회는 일은 안 하고 싸움만 한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각 부처도 예외는 아니다.

국정감사가 시작되면 의원실과 언론의 동태를 살펴가며 혹시라도 언론에 자기 부처에 부정적 기사가 나오는 것은 아닌지 노심초사다.

지금 국회에서는 제21대 첫 번째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일부에서는 국정감사 무용론, 국정감사 폐지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는 올 해만의 일은 아니다.

해마다 국정감사가 진행되면 어김없이 나오는 국정감사에 대한 비판적 단골 메뉴다.

국정감사의 필요성을 강조한 전문가 견해나 기사는 쉽게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어쩌면 이 글이 유일할 지도 모르겠다.

국정감사는 정말 무용(無用)한 것일까? 국정감사는 정말 폐지해야 하는 것일까? 국정감사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정책은 실종되고, 정치만 남았다” “상시 국감을 해야 한다” “국정조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된다.”는 근거를 들고 있다.

국정감사가 정쟁의 장이 되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국정감사에서 제기되는 정책적 문제제기나 대책 마련 등은 정쟁을 훨씬 뛰어 넘는 효과가 있다.

다른 때보다 정부의 문제점이 집중적으로 거론되기 때문에 부처에서는 이를 가볍게 볼 수도 없다.

상시국감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장차관이나 공무원이 상임위의 증인으로 나오지 않을 뿐 지금도 상임위원회 전체회의나 대정부질문 등에서 상시국감의 성격이 어느 정도 실현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관증인 뿐만 아니라 일반 증인도 채택해 회의를 진행할 수도 있다.

상임위원회는 장관과 소속 공무원들을 불러놓고 국정감사와 유사한 방법으로 진행한다.

평상시 정부에 자료를 요구해 언론에 이슈화시키는 것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국정감사를 폐지하고 상임위원회의 상시 국정감사로 전환한다 하여 국정감사 정도의 성과를 거둘 있을까? 단연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상시 국정감사의 파급력이 국정감사와 비교할 정도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국정감사 기간 동안 문제제기, 보도자료, 언론의 보도를 보면 거의 국회 1년 성과와 맞먹는 정도다.

현행 헌법상 국정조사를 효과적으로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수긍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정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여야가 합의를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을 볼 때 국정조사는 쉽게 실현될 수 없다.

설사 국정조사가 쉽게 이뤄진다면 아마 야당에서는 사사건건 국정조사를 하자고 들 것이다.

1년 내내 국정조사만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국정전반에 대해 기간을 정해 놓고 국정조사를 한다면 국정조사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지금의 국정감사와 다를 바 없게 된다.

국정감사는 집중성과 언론의 견제라는 두 가지 요소 때문에 나름대로의 성과를 내고 있다.

국정감사 기간은 20일 이지만 국회 일정에 특별한 사안이 없는 한 약 한 달 전부터 준비에 들어간다.

쟁점을 정리하고, 그에 따라 자료요구를 한 후, 자료를 받으면 분석에 들어간다.

제출된 자료가 대부분 충실하지 않기 때문에 집요하게 자료를 요구하며 보도자료와 질의서를 작성한다.

국정감사 기간 동안 언론의 집중 조명은 그만큼 언론에 의한 정부 견제라는 역할이 무엇인가를 절실히 깨닫게 한다.

동일한 사안이라도 국정감사에서는 다른 때보다 비중 있게 다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국정감사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뜨거울 수밖에 없다.

물론 국감스타가 되기 위한 국회의원의 욕심도 한 몫 한다고 볼 수 있다.

국정감사가 정쟁의 장으로 이용된다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는 국회 본연의 속성이기 때문에 상시 국정감사를 도입하거나 국정조사를 이용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이 아니다.

국정감사를 흔히 “국회의 꽃”이라고 한다.

그만큼 국정감사는 국회의 핵심 기능되었다.

단편적 사실만 보고 국정감사의 폐지를 논하기 보다는 국정감사의 폐단을 보완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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