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한국전쟁 유해 발굴
매장지 400㎡ 조사 중간보고
M1-칼빈탄피등 軍 무기발견
구덩이매납 학살 계획 추론

28일 전주 황방산에서 김승수 시장과 김건우 전주대학교 박물관장, 자문위원, 유족회원들이 참석해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 조사결과 중간보고회'를 갖고 발굴현장을 살펴보고 있다./이원철기자
28일 전주 황방산에서 김승수 시장과 김건우 전주대학교 박물관장, 자문위원, 유족회원들이 참석해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 조사결과 중간보고회'를 갖고 발굴현장을 살펴보고 있다./이원철기자

한국전쟁 당시 억울하게 희생된 전주지역 민간인 희생자들에 대한 유해가 황방산에서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전주시는 28일 황방산 발굴조사 현장에서 김승수 전주시장과 김건우 전주대학교 박물관장, 자문위원, 유족회원 등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 조사결과 중간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번 중간보고회는 유해발굴 조사를 맡은 박현수 전주대학교 박물관 학예연구실장으로부터 효자동 황방산과 산정동 소리개재 등 유해매장 추정지 약 400㎡에 대한 발굴조사 결과를 듣고, 향후 처리방안 등을 논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황방산 매장 추정지 1~3열 중 3열에서 다리뼈와 팔뼈 등 잔존 상태가 좋은 희생자 유해가 확인됐으며, 희생자 것으로 추정되는 허리벨트와 단추 등의 유품도 출토됐다.

허리벨트는 희생자가 형이 확정되지 않는 미결수이거나 혹은 보도연맹과 관련된 예비검속(혐의자를 미리 잡아 가두어 놓는 일) 시 착용하는 것이어서 희생 당시의 상태를 추정할 수 있다.

1·2열에서는 계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토양화가 진행된 두개골편과 치아, 일부 다리뼈와 팔뼈 등이 확인됐다.

희생자 주변에서는 M1 소총 탄피와 칼빈 소총 탄피 등 당시 군인 또는 경찰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무기들이 발견됐다.

이번 2차 유해발굴 조사결과는 지난해 추진된 1차 조사결과와 대비해 매납 형태에서 차이가 났다.

지난해 확인된 유해는 산사면에 민간인을 학살하고 그 위를 덮어 흔적을 지운 형태였지만, 이번 유해 매장지는 구덩이를 파고 매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박현수 학예연구실장은 “구덩이를 파고 매납한 행위는 일정한 계획에 의해 학살이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며 “매납 형태의 차이로 매장 당시와 매장 전후 상황 등을 추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는 내년 3월까지 유해를 수습하고 감식을 마친 뒤 조사결과에 대한 최종보고회를 열고 유해와 유품을 안치할 계획이다.

앞서 시는 지난 7월 1차 유해발굴에서 나온 두개골과 치아, 다리뼈 일부 등 유해 237건과 M1 소총과 권총의 탄피, 벨트 등 유품 129건을 세종시 추모의 집에 안치했다.

전주시 기획조정국 관계자는 “민간인 희생자 진실규명에 다가설 수 있도록 발굴조사단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면서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민간인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낙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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