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지방자치 역사는 오랜 부침을 겪어왔다.

1948년 제헌헌법을 통해 지방자치법을 만들었지만 6.25 한국전쟁 등으로 1952년 4월에이르러 서야 첫 지방의회가 구성되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4.19혁명, 5.16 군사 쿠데타로 인해 지방자치는 전면 중단되었고 무려 30년이 지난 뒤에야 1991년 지방자치 부활을 맞을 수 있었다.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까지 직선제로 선출하게 되면서 비로소 지방 자치의 본연을 갖추었다.

이토록 어려운 길을 헤쳐 오며 숱하게 흘렸던 선열들의 붉은 피와 희생을 우리는 잊지 못하며,이 과정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이룩해온 과정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지난 7월 21대 국회가 개원한 이래, 여전히 진정한 지방자치분권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33년 전 시민의 힘으로 헌법 개정을 쟁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분권과 시민기본권 강화라는 시대 흐름을 담을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현행 헌법과 제도들이 제왕적 대통령과 무소불위의 중앙정부를 양산하며 지방자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많은 이들이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이렇듯 현 지방자치는 여전히 많은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지방분권국가의 선진사례로 손꼽히는 프랑스의 경우, 지방분권제도 시행 초기에 지방자치의 기반을 마련한 후, 헌법 개정 등의 법제적 정비를 통해 비로소 지방자치 체계가 잡혔다.

1960년 18%가 넘는 인구가 수도권에 살 정도로 파리 집중도가 높았으나 현재는 파리 인구의 연평균 증가율은 0.4%에 불과하고 각 지방의 인구유입과 성장률이 급성장하고 있다.

역대 정부는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각기 나름의 노력을 해왔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68대32라는 국가사무와 지방사무의 비율은 주민을 위해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여전히 제한적임을 우리에게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지방 자치분권의 실현을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자 요구임을 명심해야 한다.

인구 오천만이 넘는 대한민국의 온갖 정책과 복지를 중앙정부가 일일이 체크하고 지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지역실정을 잘 알지 못해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시민의 삶에 시급한 지원이나 청원이 이루어지는 것도 더디다.

대한민국이 정치적·경제적으로 더 큰 성장을 이루고, 시민이 행복을  체감하는 사회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중앙집권을 벗어나 지방자치를  지향해야 할 것이 자명하다.

일일이 잔소리를 늘어놓고 숙제검사를 해가며 회초리 들기에는 지방자치가 스물다섯의 장성한 청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거듭 바라건대,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서는 법제적인 토양의 정비와  주민들의 직접참정제도를 활성화, 지방분권을 전제하는 지방행정체제 개편,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적극적인 세원이양 등의 문제가   선결되어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도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지방의회의 위상을 바로 세우고 독립성·전문성 지원을 위한 대책 역시 필요하다.

지방자치법 개정을 비롯한 지방분권국가를 향한 노력은 단기적인 목표나 비전이 아닌,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성장의 과정이다.

무엇보다 지역사회의 주인인 주민의 권리를 세우고 균형적인 국가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민주주의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우리가 남긴 발자국을 보고 후대의 자손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고민하며 아름다운 민주주의 꽃을 피우기를 소망한다.

/강동화 전주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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