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지지 없으면 선거 못이기고
호남표심 얻으면 선거 천군만마
호남중요성 인식 여야 잇단방문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
광주 5·18 묘역서 사죄의 무릎
수해땐 300명 남원서 복구활동
예산확보-전북현안 성과 촉각

민주당, 보수에 표심분산안돼
텃밭지키기 돌입 호남챙기기
오늘 지역균형뉴딜 현장최고위
예산소위에 전북포함 배려필요

29일 전주시 한국탄소융합기술원 상용화기술센터를 방문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송하진 도지사를 비롯한 정운천 국민통합위원장 및 관계자들이 간담회를 하고 있다./이원철기자

여야가 전북을 포함한 호남권 방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북을 불모지로 인식해 왔던 국민의힘이 올 들어 전북 방문 횟수를 늘리는 등 전북 구애(求愛)에 힘을 쏟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북이 텃밭이어서 혹여, 호남의 표심을 조금이라도 놓칠까 방어에 들어갔다.

이런 분위기여서 여야는 경쟁적으로 전북을 찾아 지역 현안 및 국가예산 확보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는 장기적으로 주요 선거가 계속 놓여 있다는 점이 주된 이유로 보인다.

내년에는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선 그리고 내후년에는 대선과 지방선거 등이 예정돼 있다.

정치권에는 "호남 민심을 잡지 않으면 선거 필패" 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여야의 민심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편집자주



최근 전북이 바쁘다.

정치인들의 방문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의 방문이 경쟁적으로 이뤄지는 이유는 정치인들이 호남의 중요성을 빠르게 느끼고 있어서다.

약무호남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 이순신 장군 당시와는 시대 상황이 다르지만 지금도 이 의미는 이어진다.

오히려 더욱 강해지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우리 국가의 지도부를 선출하는 선거를 보면 호남 표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지난 2017년 대선이나 2018년의 지방선거 그리고 올해 치러진 21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

호남의 지지가 없으면 선거에서 이길 수 없고 반대로 호남 표심을 얻으면 선거에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이 탄탄한 지지기반이다.

호남 뿐만 아니라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과 영남권 그리고 충청권에 거주하고 있는 범호남의 지지세가 강하다.

실제, 주요 선거가 치러질 때는 호남 표심이 결집 현상을 보이고 이런 추세가 매 선거 마다 핵심 변수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꿰뚫은 이들이 바로 현재의 국민의힘 지도부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과거와는 다른 호남관을 만들어가는 것으로 평가된다.

과거 보수정권이 호남을 의도적으로 '소외'시켰다면 이제는 보수정당이 거꾸로 호남으로부터 소외될 수도 있다.

이러한 위기감을 빠르게 느낀 이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다.

범전북 출신으로 분류되는 김 위원장은 보수정당 지도부로는 처음으로 광주 5.

18민주묘역을 찾아 사죄의 무릎을 꿇었고 과거 역사에 대해 의미있게 반성했다.

보수의 텃밭인 TK 출신인 주호영 원내대표(지역구 대구수성갑)는 호남과의 '거리감'을 줄이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겉으로 뿐만 아니라 속으로도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평이 조금씩 늘고 있다.

지난 여름, 전북은 엄청난 수해 피해를 입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당시 미래통합당은 주호영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국회의원과 보좌진, 당직자 등 300여명이 남원을 찾아 수해 복구에 나섰다.

이례적인 일이다.

규모도 그렇지만 이들의 활동은 상당히 이목을 끌었던 모양이다.

당시 함께 수해 복구 작업에 나섰던 송하진 도지사는 최근, 그 때 일화를 소개했다.

"정말 놀랐다. 겉으로 하는 게 아니라, 확실히 변화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주 원내대표가 의원(보좌진)들에게 이 쪽으로 몇 명, 저 쪽으로 몇 명, 분류해 일할 장소를 정해줬고 의원들은 열심히 했다. 마을 주민들도 정말 열심히 하는구나 하고 놀라기도 했다" .

송 지사의 말의 이면을 살펴보면 보수정당도 이제는 변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느끼는 것 같다.

실제로 선거에서 패배하면 정당의 존재 이유는 없다.

정당은 정권을 잡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근 주요 선거에서 참패를 거듭하고 있는 보수정당으로선 그 원인을 분석해야 했고, 결국 그 원인과 대책의 핵심으로 '친(親)전북, 친호남'을 꼽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북으로선 보수정당의 친전북 행보가 긍정적 역할을 할 지가 중요하다.

송하진 지사는 지난 27일 광주에서 열렸던 '국민의힘-전북광주전남 예산정책협의회'를 예로 들었다.

송 지사는 국민의힘이 호남을 자주 방문하니 현안을 자주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의대 설립이나 전북 제3금융중심지 등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만들어진다는 것.

송 지사는 "국민의힘이 많이 변하고 있고 우리 현안을 얘기하기도 조금 수월해졌다. 이종배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대학 동문이고 정운천 당 국민통합위원장은 고교, 대학 후배다. 말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사이인데다 국민의힘도 호남에 대한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 같아, 전북 현안을 충분히 설명했다" 고 말했다.

전북도정을 이끌어가는 송 지사의 이 같은 설명은 국민의힘이 전북에 더 많은 관심과 애정 그리고 지원을 해 달라는 뜻도 담겨 있다.

주요 현안은 여당만의 힘으로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야권이 반대하지 않도록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이해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야권이 지지해주면 더 좋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전북을 자주 찾고 현안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면서 전북의 내년도 국가예산 확보 및 주요 사업 추진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더욱이 국민의힘은 주요 선거에서 호남 인재를 더 배려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선출 과정에서 호남 인사를 우수 추천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호남 민심 잡기에 주력하면서 보수권 분위기에도 변화가 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더불어민주당, 텃밭 지키기 전력/

국민의힘이 전북에 대한 구애를 본격화하는 가운데 집권 더불어민주당도 텃밭 지키기에 들어갔다.

자칫 보수정당에게 표심이 '분산'되면 주요 선거에 악영향을 받을 수도 있어서다.

당내에선 전북을 포함한 호남권은 민주당 지지세가 앞으로도 강하겠지만, 출향민들 성향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다.

일례로 내년에 치러지는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호남 출향민들의 분위기가 선거판을 크게 바꿀 수 있다.

따라서 재경전북, 출향호남민들의 정서를 잡기 위해서는 전북과 광주전남부터 챙겨나가야 한다.

민주당은 이런 연장선상에서 '지역상생을 위한 지역균형뉴딜 광주전남전북 현장 최고위원회의 및 현장 방문' 행사를 30일 열기로 했다.

현장최고위원회의는 30일 오후 1시30분 부안군청에서 회의를 연 뒤 부안군 하서면 일원에 있는 신재생에너지산단을 방문한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국가예산 확보 및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서도 전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한 가지 고민을 갖고 있다.

국회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 배정과 관련해 호남권 몫으로 어느 의원을 포함시킬 것인지다.

관례대로 하면 올해 예산안조정소위 위원은 전북 의원이 들어가야 하지만 광주전남권은 반대 기류로 보인다.

광주전남권의 지역구 국회의원수가 전북보다 많은데다, 당내 지도부 파워도 강하다.

여기에다 21대 국회가 새로 출범한 만큼, 예산안조정소위 구성도 새롭게 해야 하며 이를 위해 광주전남권에서 소위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어서 전북의 뜻과는 완전히 배치된다.

/서울=김일현기자 khe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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