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 벤또 등 일본말 사투리
둔갑 기재··· 전량 회수 검토

전북도가 전국 최초로 추진한 방언사전 편찬과 발간사업이 상식 이하의 부실용역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라북도 방언사전은 ‘국어기본법’이 규정하는 지자체의 지역어 보전 책무에 따라 전라북도의 전통과 문화적 역량을 대외에 알리기 위해 시작된 편찬사업이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편찬용역에 3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지역의 고유색이 투영된 방언(사투리)을 수집해서 집대성해야 하는 방언사전에 식민잔재인 일본말이나 표준어, 한자어가 다수 수록돼 있다는 점이다.

이병도 의원은 11일 행정사무감사에서 “누가 봐도 표준어인 단어를 사투리라고 버젓이 올려놓는가 하면 ‘벤또’나 ‘구루마’와 같은 일본말을 멀쩡한 방언으로 등재시켜 놓은 것은 전문가적 식견과 무관하게 상식선에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질타했다.

이 의원이 지적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벤또’나 ‘구루마’ 이외에도 ‘고무다라’, ‘공고리’, ‘공고리질’, ‘나멘’, ‘빵꾸’ 등 청산되지 않은 식민잔재 일본말과 ‘미친년 널뛰다’, ‘나비’, ‘나무뚜껑’, ‘술빵’, ‘떡가래’ 등 표준어, ‘농구(農具)’와 같은 한자어 등이 있다.

방언사전에는 ‘벤또’와 같은 일본말을 전라북도 고유의 사투리로 둔갑시킨 것도 모자라 ‘벤또’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지역으로 군산과 무주, 완주, 임실을 기재해 놨다.

이 의원은 “방언사전 머리말에도 나와 있듯이 방언은 전북만의 독특한 언어적 특징을 간직하고 있어 언어적, 문화적으로 상당한 가치가 있는 지역의 문화자산”이라며 “이러한 문화자산을 엉뚱한 일본말과 멀쩡한 표준말로 뒤섞어 놓고 대외에 발간 배포한 것은 지역의 문화자산을 널리 알리기는커녕 망신살을 자초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라북도 방언사전은 지난해에 발간비 2천만원을 들여 제작해 220부를 배포했다.

전북도는 이날 이병도 의원의 회수조치 촉구에 따라 전량 회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박정미기자 jung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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