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호재 '아시아 시대는 케이팝처럼 온다'

동아시아 투쟁의 역사 문명적 보편성에
한국 창의성-합리적 시스템 구축 빛발해

전 세계적으로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엑소 등으로 대표되는 케이팝 그룹의 인기가 날마다 새롭다.

이제는 한국을 넘어서 각국의 수많은 재능 있는 청년들이 케이팝의 일원이 되어 무대에 서기를 꿈꾼다.

케이팝은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지름길이 된지 오래다.

케이팝은 학문적 분석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매년 수많은 논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만하면 한국인으로서 민족적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저자는 케이팝 열풍에서 좀더 보편적인 가치를 발견한다.

케이팝 열풍은 전 아시아에 적용가능한 문화 플랫폼이며, 전 지구적 문화교류와 교차의 산물이자 국적을 뛰어넘는 범아시아적 발상의 결과라는 점에서 그 가능성을 찾는다.

케이팝에서 보이는 합리적인 시스템, 계약 관계의 혁신, 미디어의 개방성과 공유, 자유로운 표현, 공정한 경쟁, 세계적 수준의 도덕적 감수성 등이 더해져 뚜렷한 문화적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아시아 시대의 징후적 현상”이라고 명명한다.

전 아시아를 묶을 수 있는 문명적 관점으로 아시아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한국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 되었을까? 저자는 “개인이 국가와의 대결에서 굴복하지 않고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획득했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다양한 개인들이 국가의 감시와 통제를 이겨내고 창의성을 발현하고, 자신의 (신체적, 예술적) 재능과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합리적인 미디어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적을 뛰어넘어 호소할 수 있는 시야를 가졌기 때문인 것이다.

언뜻 보기에 케이팝 열풍과 동남아의 반부패, 반독재, 반군부 민주화 운동과는 큰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이 두 가지 큰 사회적 현상에서 공통점을 발견한다.

동아시아의 역사는 국가 권력과 부를 독점하는 세력(군부, 귀족 가문 등)과의 투쟁을 통해 점진적으로 문명사적인 보편성을 나누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인 셈이다.

케이팝이 스타들과 팬덤이 음악과 엔터테인먼트를 공유하고 각종 통제와 제약에 저항하며 국제적인 시장을 일구어냈듯이, 동남아의 정치가들 또한 민중과 더불어 권력 기관에 저항하고 (때로는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점차로 획득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책은 한국의 경제 성장과 한류 열풍의 달콤한 열매에 만족하지 않고 한국을 넘어 아시아와 세계로 좀더 멀리 내다보는 시각을 획득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깊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좋은 책이 되리라 믿는다.

저저 정호재는 전북 익산 출신이다.

고려대와 경희대 석사를 마치고 현재 싱가포르국립대학교 비교아시아학 박사 과정에 있다.

몽골에서부터 중국을 거쳐 아세안을 지나 스리랑카까지 동아시아의 많은 지역을 답사하며 견문을 넓혀왔다.

동시에 태국의 탁신,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캄보디아의 삼랑시 등 동남아 대표 정치인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관련 책들도 번역했다.

현재 싱가포르와 미얀마를 오가며 아시아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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