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수필이 있는 서예··· 평화-축원-오유'
'탄설'-'불이물상성' 등 50점 작품 수록

전북대 김병기 교수가 ‘수필이 있는 서예–평화·축원·오유’라는 저서를 출간했다.

책은 김병기 교수가 창작한 150여 점의 서예작품 사진과 100여 편의 길고 짧은 수필이 수록됐다.

서예작품 창작의 소재로 택한 문장의 깊은 의미를 풀어 쓰고, 그 글을 택하여 작품을 창작한 이유를 잔잔한 분위기의 수필로 풀어 썼다.

김병기 교수는 지금은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서예’가 필요한 시대라고 하면서 서예를 배우고, 연마하고, 창작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김 교수 스스로가 겪은 이야기를 맛깔 나는 수필로 풀어썼다.

책의 제1부는 축원이다.

서예를 통해 남이 잘 되기를 축원하는 내용의 작품을 수록했다.

결혼을 축하하고, 장수를 축원하고, 득남득녀, 이사, 개업 등을 축원하는 글을 서예작품으로 창작하고 수필을 통해 글의 출전과 함의를 상세히 밝히고 있다.

서예는 연필이나 불펜처럼 딱딱한 필기구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동물의 부드러운 털에 먹물을 묻혀 글씨를 쓰기 때문에 필획의 굵기가 일정하지 않아 붓 끝에 온 정신을 집중해야만 글씨를 제대로 쓸 수 있다.

서예는 동서고금의 명언을 쓰면서 온 정신을 집중을 할 수 있는 예술이기 때문에 서예를 하다 보면 모든 잡념과 분노와 원망 등이 사라지고 마음의 평화를 회복하게 된다.

제2부는 김 교수가 서예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회복한 여러 예를 들면서 ‘서예가 곧 평화’임을 대변하는 작품을 수록했다.

눈을 삼켜서라도 마음의 불을 끄자는 다짐을 표현한 ‘탄설(呑雪)’, 물건으로 인하여 내 마음이 손상을 입는 일이 없게 하자는 뜻을 담은 ‘불이물상성(不以物傷性)’ 등 50여 점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유년시절부터 아버지와 한자를 통래 나눈 이야기들과 아버지께서 선서하신 후 노모를 모시는 과정에서 겪은 일과 얻은 생각들을 서예작품으로 표현하고 그에 덧붙여 쓴 수필도 만날 수 있다.

서예와 수필의 절묘한 조합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제3부에는 ‘오유(傲遊)’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김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오유’는 무례한 오만을 범하면서까지 내 맘대로 살자는 뜻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존심과 자긍심을 가지면서 ‘뼈대 있게 놀자’라는 뜻이다.

또 김 교수의 이러한 오유 정신을 그대로 반영한 대형 예서와 초서 작품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7언구 두 구절 14자를 한 장에 두 글자씩 쓴 대자 초서로 병풍서는 웅장한 기상과 함께 오유의 정신을 담고 있으며, 광개토태왕비체와 청나라의 이병수(李秉綬), 조선의 추사 김정희 선생 필획을 응용하여 큰 글씨의 예서로 쓴 병풍서 역시 오유의 정신이 담긴 시원한 작품이다.

김 교수는 이 책의 서문에서 “코로나19의 상황 이전의 인류는 안으로 수렴하는 문화보다는 밖으로 발산하는 문화, 내적 성찰보다는 외적 표현, 정적인 문화예술보다는 동적인 연예나 스포츠에 더 관심을 많이 가졌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할 코로나19의 상황에서 서예는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예술”임을 강조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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