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20여 년 동안 공대 교수로서 인생 제일 목표를 제자 취직에 뒀다.

초창기 몇 년의 시행착오 끝에 작전은 대학원을 보내어 일단 스펙을 상승시킨 후에, 공대 석사로의 소양과 자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했다.

매년 국제학회를 미국이나 유럽으로 보내 조금이라도 국제 감각도 겸비시켰다.

실험비, 자질 향상과 국제학회 참가를 위한 엄청난 연구비는 중앙정부에서 거의 충당했다.

이렇게 지난 20여 년 동안 약 240여 명의 석·박사생 그리고 박사 후 연구원을 배출해 바이오·제약 분야에 100% 취직을 시켰다.

취직 시에 또 하나의 불문율이 최소한 수원 이북으로 보내려고 노력했고 대부분 성공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때부터 생겼다.

전라북도 내의 자금과 인프라로 길러낸 인재는 우리 도에서 일을 해 다시 재생산시켜야 하는데, 결국은 좋은 양질의 직장이 수도권에 있는 관계로 그 알토란 같은 청년 두뇌를 다 유출시켰다.

즉 두뇌유출(Brain Drain)이다.

돈을 벌어서 다른 도에 헌납하는 것이다.

더욱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수도권으로 올라간 우리 사회초년생들은 최근에 신조어로 “지방러(지방-er)”가 되는 것이다.

이 신조어는 지방에 er을 붙여 지방 출신 사람을 뜻한다.

이 지방러들이 첫 번째 만나는 관문이 수도권에 집이 있는 청년들에 비해 주택비 및 여타 생활비가 기본적으로 한 달에 60~100만 원 이상이 소요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집값이 싼 곳을 택해 출퇴근용 승용차라도 하나 장만하면 유지비가 엄청 들어가 아예 저축은 꿈도 못꾼다.

주거공간은 원룸, 반지하, 지하, 옥탑방 살이에서 시작하는 데 아주 기본적인 가구와 가전제품이 구비된 원룸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70%가 넘는다.

주거면적도 24㎡ (7.3평) 이하가 70%으로 열악하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전주에서 부모님들하고 생활하면 넓은 집에, 자연과 반려견과 함께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데 그림의 떡이다.

이들이 지불할 평균 보증금도 연 900여만 원에 평균 월세도 41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 월세에 식대, 관리비, 공과금 및 대출이자 등이 서울에 부모와 거주하는 같은 또래의 청년들에 비하면 한 달에 거의 100만 원 이상이 더 지출된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수도권 거주 청년들은 기본적으로 지방러들에 비해 월 100만 원, 연 1,200만 원, 10년이면 거의 2억 원 정도를 더 저축을 할 수 있다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

사실이 그렇다.

그러니 위화감이 절로 든다.

이러한 상태이니 지방러 사회초년생의 이야기가 “집이 서울인 동료가 부럽다”, “지방에서 올라와 저축은 꿈에도 못 꾼다”, “ 서울 사는 동료들과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기는 것 같다” 등의 한 많은 푸념들이다.

어른으로서, 지도교수로서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별다른 해결책이 없이 바라보고 있자니 애가 탄다.

그러니 목돈 마련은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중요한 문제는 가족들의 정이 그립다는 데 있다.

서울에서 가족들과 생활하는 직장동료들은 매일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퇴근하고 엄마가 해주는 따끈한 밥으로 식비도 들지 않는다.

부모 형제의 따뜻한 정이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지방대생들은 왜 지방러가 되기를 자처하는가?올해만 해도 4월의 통계로 취준생(취업준비생)은 117만 명이다.

실제적으로는 이의 3~4배인 400~500만 명이 될 것이다.

전라북도에만도 매년 순청년 고급 두뇌유출이 최소 4천~만 명이 수준이다.

이러한 절망적 이유는 간단하다.

양질의 직장이, 우수한 기업이 우리 도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은 전라북도의 도정(道政)이 잘못됐다는 이야기이다.

양질의 기업 유치에 실패했다는 말이다.

양질의 기업이 없이 여러 프로그램을 만들고 여러 정책을 만들어 봐야 미봉책이고 결국은 공무원들의 탁상행정으로 끝이 날 뿐이다.

시간과 더불어 예산 낭비이다.

어른들의 잘못된 정책이 왜 아이들한테 전가돼야 하는가? 왜 아이들이 뜻 모르게 고통을 받아야 되는가?이러한 현상은 수도권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자체들이 대동소이 할 것이다.

그러나 지방러를 더 이상 만들지 않는 지자체들도 많다.

우리 전라북도로서는 이러한 지방러를 만들지 않는 지자체에 담당 공무원을 직접 보내어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다.

가서 직접 봐야 된다.

지금도 우리의 우수한 제자, 아들, 딸, 조카들이 이 시간에도 엄청난 경쟁력을 뚫고 수도권에 취업이 되었다는 환희의 소식과 함께 원룸을 렌트해 수도권에 도착하는 순간, “지방러들의 비애”의 시작돼 악순환의 전철을 되밟고 있는 것이다.

/강길선 전북대 고분자나노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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