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류인플루엔자 확진 정읍 오리사육농장 가보니

발생농장 1만9천마리 3km내
닭-오리 39만 2천마리 예방적
살처분··· 농장주 눈시울 붉혀
"유통중단돼 사료값 어쩌나"

정읍시 한 오리사육농장. 

하얀 방역복을 입은 공무원들이 고병원성 조류 인프루엔자가(AI) 발생한 농장 인근에 있는 한 농장의 닭과 오리를 한쪽으로 몰기 시작했다.

죽음을 앞둔 닭과 오리는 안 잡힐려고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농장주는 살처분 진행과정을 보며 쟤들도 살아있는 생명인데 산채로 죽여야 한다니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조치는 정읍의 육용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이 농장은 지난 27일 오리를 출하하기 전 시행한 검사에서 H5형 항원이 나와 정밀 검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H5N8형 고병원성 AI로 확진됐다.

국내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것은 2018년 3월 이후 2년8개월 만이다. 

지난달 21일 철새도래지인 천안 봉강천의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AI가 처음 검출된 지 36일 만에 가금농장에서도 확진 사례가 나왔다. 

전북도는 지난 27일 H5 항원이 검출되자 초동대응팀을 현장에 급파해 농장 출입통제·역학조사를 시행하고 의심가축 발생농장의 오리 1만9000마리와 발생농장 인근 3㎞ 내 가금농장 6곳의 닭과 오리 39만2000마리를 예방적으로 살처분했다. 

이날 살처분 현장에서 만난 농장주들은 “올해는 조용히 지나가나 싶었는데 착잡하다”면서 지난겨울 동안 잠잠했던 고병원성 AI가 찾아왔다는 소식에 입을 모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날 AI 발병 농가와 인접한 한 산란계 농장에서는 예방적 살처분이 진행되고 있었다. 

굴착기를 이용해 달걀과 소독 약품이 섞인 흙을 버무리는 살처분 작업을 반복했다.

방역에 나선 공무원과 작업자들은 삽을 들어 굴착기 주변에 떨어진 잔여물을 치우거나 농장 주변에 연신 약제를 뿌려댔다.

마을 주민은 살처분 현장을 지켜보며 "지역에서 꽤 규모가 큰 농장인데 저 많은 달걀을 흙에다 묻어버리는 게 안타깝다"며 "가뜩이나 코로나로 사람들이 힘든데 AI까지 터져서 걱정" 이라고 혀를 찼다.

이와 인접한 다른 육계 농장에서도 굴착기가 동원된 살처분이 한창이었다.

불과 엊그제까지 많은 닭이 분주히 오갔을 계사는 살처분으로 텅 비어 썰렁한 모습을 자아냈다.

이 농장주는 " 바로 옆에서 AI가 발생하니까 예방적 살처분을 피할수 없게 됐다"면서 "코로나로 어려운데 하필이면 우리지역에서 AI가 발생해 답답할 따름" 이라고 한숨지었다. 

여기에다 정읍시의 모든 가금류 사육농장과 종사자는 전날부터 7일간 이동과 출입이 통제되면서 출하기를 맞은 농장주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농장주는 “지금 출하를 해야 하는데 유통이 전면 중단되는 바람에 사료 값등을 생각하면 막막하다”면서 “빨리 안정되기를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고병원성 AI는 시베리아 등 북쪽에서 날아온 철새를 따라 국내로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읍시 이 농장의 경우 농장 주변 철새 도래지 등에서 오염된 야생조류를 통해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방역당국은 보고 있다.

정읍시 관계자는 "가금농장 관계자는 바이러스 접촉 가능성이 있는 철새도래지·저수지·농경지 출입을 삼가고 농장 주변 생석회 도포, 축사 출입 시 장화 갈아신기·손 소독, 축사 내·외부 매일 소독 등의 차단방역을 실천해달라" 고 강조했다.

/정읍=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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