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명 시집 '바람 한 점 손에 쥐고'
자아 존재론적 성찰-인생론적 고뇌 담겨

류인명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바람 한 점 손에 쥐고’가 발간됐다.

두 번째 시집을 발간한 지 6년 만이며, 그동안 각 동인지에 발표한 작품과 신작시를 모아 다시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저자는 이번 시집을 내면서 ‘글쓰기란 제가 지핀 불에 스스로 몸을 태우는 다비’라 했던 어느 시인의 말을 되새겼다.

그만큼 이번 시집이 세상에 얼굴을 내밀기까지 불면의 밤은 참 길고도 멀었다.

시인은 시를 쓰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닌 줄 알면서도 오래도록 세상에 남아 어두운 밤 별이 되어 반짝이기를 발원하는 마음으로 이 길을 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설익은 자신의 언어의 파편들이 시위를 떠난 화살이 되고 말았으니 세상에 소음이 될까 두렵다고 고백한다.

시인의 작품에는 다독여서 박효시킨 고차원의 시간이 깃들어산다.

사물에 대한 예리한 관찰을 토대로 한 시인 고유의 아날로지가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나의 시’, ‘여울묵에서’, ‘바람 한 점’ 등의 작품에는 사물을 대하는 절제된 부드러움이 잘 나타나있다.

절제된 부드러움 속에는 ‘내가 낳은 시도/ 저 민들레 홀씨처럼 멀리 날아갈 수 있다면’(나의 시 중에서)에서 볼 수 있듯, 바람을 만나면 세상 끝까지 날아갈 수 있는 잠재적인 힘이 내재돼 있다.

‘징검다리’, ‘풀잎의 눈물’, ‘야단법석’ 등의 작품에는 사물을 미학적으로 관조하는 시적 인식을 통해 이 땅의 시인들이 어떤 세계를 지향해야 하는지를 넌지시 암시하고 있다.

생활 속에서 촉발된 사유를 멀리 넓게 끌고 가서 우리 앞에 끝없는 지평을 펼쳐주고 있다.

시인이 세상에 세 번째로 내놓은 이번 시집은 존재론적 허무조차 맑게 걸러낸 정갈함을 기저로 해 엄정한 균제미와 따뜻한 포용력으로 구축한 시인만의 세계가 향기롭게 느껴진다.

김영 김제예총회장은 “이번 시집은 자아의 존재론적 성찰과 삶에 대한 인생론적 고뇌를 과거 체험의 진솔한 반추의 과정을 거쳐 간명하고 평범한 어법으로 그려내고 있다”며 “일상에서 접촉하는 체험적 사건과 상황을 시의 질료로 활용함과 더불어 일상어를 사용해 직설적 표현으로 직시함으로서 쉽게 편안하게 읽히는 시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남곤 전 전북예총 회장은 “류 시인의 시에는 단아함이 묻어나 있다. 군더더기가 없이 매끈하다”며 “그러면서도 시가 유약에 흐르지 않고 시대의 아픔과 삶에 스민 명암의 맥을 놓침없이 짚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시인은 “시인은 할 이야기가 많은 사람인데 나는 말을 잘 부릴 줄 몰라 여지껏 울림 있는 시 한 편 쓰지 못한 채 해가 저물고 있다”며 “홀로 내면에 칩거해 판도라 상자 속에 묻혀있는 시의 종자를 끌어내 영감이 일러주는 말을 받아적고 싶다”고 말했다.

전북 부안 출생으로 1998년 전북지방경찰청에서 정년퇴임했다.

2006년 ‘한국 시’로 등단했으며, 시집에 ‘바람의 길’, ‘둥지에 부는 바람’ 등이 있다.

대통령 근정포상, 온글문학상, 대한문학 대상 등을 수상했고, 전북문협, 전북시인협회, 표현문학, 온글문학, 미당문학, 석정문학, 부안문학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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