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 시절 사병 한 달 월급이 이등병 6천 원 대부터 병장 1만 원 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었지만 아무리 군인 신분이라 하더라도 그 당시에도 한 달을 버티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필자는 이등병 때부터 어느 단체의 소개로 몸이 불편한 학생과 자매결연을 맺고 7천 원도 안 되는 월급에서 매달 2천 원 정도 후원을 하기 시작했다.

전령(傳令)을 통해 첫 번째 후원금을 보낸 것이 한 겨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래 전 일이지만 지금도 이 맘 때가 되면 그 시절로 기억을 거슬러 본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인생에서 처음으로 후원을 시작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억지로라도 그때의 기억을 끄집어내면 이 겨울이 좀 더 따스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일지도 모른다.

단순한 동기에서 시작한 별 것 아닌 후원이었지만 거의 30년이 된 지금도 필자의 마음을 덥히고 있다.

주변을 돌아보면 우리의 관심과 도움을 절실하게 필요로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지금도 연탄 몇 장에 의존해 한 겨울을 보내거나 보일러가 있어도 난방비가 없어 냉방에서 지나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왕후의 밥 걸인의 찬”조차도 사치스럽게 여기는 소년소녀 가장도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이 분들에게는 입김조차 차가워지는 혹한의 계절을 보내야 할 생각에 이 겨울이 막막하기만 할 수도 있다.

올 겨울은 코로나 19까지 겹쳐서 어쩌면 그 어느 겨울 보다 더 춥게 느껴질 것이다.

그만큼 온정의 손길이 더 절실한 때이기도 하다.

식사 한 끼 정도, 한 번의 술값 내지는 담배 한 값밖에 안 되는 금액이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따뜻한 마음을 전하기에는 더 없이 충분하고 그 온기가 모아지면 한 겨울을 조금은 더 따뜻하게 보내는데 넉넉한 보탬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그 작은 나눔이 희망의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

기부를 한 사람들에게는 단 한 번의 작은 금액만으로도 인생에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뜨거워진 마음과 나눔의 기적이 덤으로 주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후원이나 기부를 어렵거나 부담스러운 일로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 전혀 어렵거나 부담스러운 일도 아니며 대단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작은 것이라도 나누려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후원이나 기부는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

금액이 적다고 온기가 낮거나, 많다고 온기가 훨씬 더 높은 것도 아니다.

폐지를 주어 팔아서 기부하는 할아버지, 단칸방에 사시면서도 채소 값을 아껴서 더 어려운 환경의 학생을 돕는 할머니가 결코 대단히 많은 것을 가져서가 아니라 더 깊은 관심과 더 많은 공감의 정(情)을 가지고 있어서이다.

광화문 광장을 비롯해 전국 17개 도시에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져 있고, 모금액이 늘어나면 그에 따라 ‘나눔의 온도’도 올라간다.

하지만 최근 일부 보도에 따르면 온도가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고 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목표액을 대폭 낮추었음에도 불구하고 목표액을 다 채울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

개인이나 단체는 물론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 등도 취약계층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지원하고 있지만 자칫 ‘사랑의 온도탑’마저 꽁꽁 얼어붙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이 많다.

하지만 코로나 19와 한파로 얼어붙어도 작은 것이라도 나누려는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을 것이고 그 따뜻한 사람들의 마음으로 인해 추위는 갈 길을 잃고 겨울은 오히려 더 훈훈해지리라 믿는다.

요즘 광고 중에 “나눔을 실천하는 여러분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말이 나온다.

주인공의 자리는 아직도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올 겨울에는 나눔에 있어 모두가 주인공이기를 바라는 마음은 지나친 것일까? 기부를 하려는 마음만 있다면 가까운 곳에서 손쉽게 기부할 수 있다.

나눔의 온도도 쉽게 높일 수 있다.

나눔의 온도는 아무리 뜨거워도 화상을 입지는 않는다.

월동 준비를 기부로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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