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0년 편찬 추정 채경묵
편찬 필사본 1책 유일본
전라감영 선화당 주련문
복원 도움 기대··· 동헌편액
남고산성 등 기문-시 담겨
전주역사박물관 영일본출판

전주역사박물관은 지금까지 찾아지지 않은 전주지역의 기록물 ‘풍패집록’을 발굴했다.

풍패집록은 전주지역의 관아, 성문, 학교, 군진, 누정 등의 상량문ㆍ중수기ㆍ시문 등을 비롯하여 사가의 재실과 정려기 등을 일일이 필사하여 엮은 책이다.

조선말경 전주사람 채경묵이 편찬한 필사본으로 1책이며 유일본이다.

이 책에는 전주지역 총 108개의 상량문ㆍ기문류와 69편의 시가 실려 있다.

이 중에 상량문ㆍ기문류 84개, 시 63편 정도가 ‘완산지’에 실려 있지 않은 것들이다.

이 책은 조선말 전주의 풍경을 일상 속에서 저 깊은 곳까지 속속들이 생생하게 보여주는 1차적 기록물로 전주의 역사문화를 풍부하게 해주고 이를 복원해 가는데 획기적인 자료이다.

우선 주목되는 것은 관아건물들의 상량문, 기문, 시 등이다.

전라감영 선화당과 작청의 주련문을 비롯해서 관풍각, 연신당, 재가청 등에 걸려 있던 편액들이 필사되어 있다.

전라감영 선화당을 복원하고 주련문을 붙이지 못했는데 이제 이 문제도 해결될 수 있게 되었다.

작청을 복원하게 되면 이 책에 실려 있는 작청 중건기, 주련 등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전주 동헌에 걸려 있던 많은 편액들도 이 책에 필사되어 있다.

동헌의 편액들은 통치행정을 담고 있는 것들로 조선시대 전주지역의 지방통치를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동헌에는 아전들의 세금포탈을 금하는 일, 환곡, 향임 택임을 비롯하여 지방통치에 필요한 자료들을 나무판에 적어 편액으로 걸어 놓았다.

이들 편액이 이 책에 필사되어 있다.

현재 향교 앞에 이건되어 있는 동헌에 이 편액들이 붙으면 훨씬 더 콘텐츠가 풍부해지리라 본다.

관방시설로 남고산성, 위봉산성, 만마관 등의 기문들도 필사되어 있다.

공북루, 진남루, 승금정, 비비정, 한벽당 등 전주지역 누정과 다가정, 천양정, 읍양정, 군자정 등의 활터의 기문과 시 등이 필사되어 있다.

향교와 희현당, 양사고 등의 교육 관련 건물, 풍남문, 패서문 등 전주성의 문루에 대해서도 알려진 기록물과 다른 기문들이 필사되어 있다.

조선말 전주지역의 이런 기문들을 일일이 답사하고 모아서, 필사해 이 책을 엮은 채경묵은 평강채씨로 전주에 세거한 가문의 후예이다.

그는 글씨를 잘 썼던 인물이었다.

이 책을 쓴 이유에 대해 그는 명사들조차 자신들이 사는 지역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 책의 편찬시기는 조선말경으로 보인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을 보면 늦게는 간재 전우선생이 1891년에 지은 ‘발김효자행실’이 실려 있다.

전라감사 서호수가 찬한 ‘희현당중수기’ 말미에는 개국 505년 병신(1896)에 훼철되었다고 세필로 표기해 놓았다.

이 세주는 추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볼 때 이 책의 편찬 시기는 1890년대경으로 추정된다.

이 책을 박물관에서 구하게 된 것은 전라감영 선화당 주련문을 찾으면서이다.

전라감영 선화당을 복원하였는데 주련이 빠져 아쉬웠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알게 되었고, 그 가치가 확인됨에 따라 전주역사박물관에서 매입하여 소장하고 있다.

자료가 영구보존되고,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박물관은 영인본 출판에 들어갔으며, 1월 중순경에 마무리 작업을 마치고 출간될 예정이다.

전주역사박물관 관계자는 “2005년 이후 전주학의 본산을 표방하고 매년 총서를 간행하여 왔다.

이번 ‘풍패집록’ 간행으로 총서 50집을 기록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전주에 대한 새로운 자료를 발굴해 출간하는 것에 노력을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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