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절면지' 보절면지 편찬위원회
50회 현장답사 2천명 면민-출향인 참여
몸으로 살아있는 인문학 새로운 지평 열어

남원시 보절면의 역사, 지리, 인류학적 보고서인 ‘보절면지-보배와 절의가 숨어있는 보절 이야기’가 출간됐다.

50여회의 현장답사, 1,535명의 보절면민과 500여명의 출향인이 함께 쓴 보절 이야기는 몸으로 살아있는 인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책은 여섯 가지 관점에서 학술적으로 의미있는 새로운 점을 밝히고 있다.

첫째, 역사학의 관점에서 승자 중심의 역사에서 포착되지 않았던 백제의 역사를 규명하고 있다.

둘째 지리학적 관점에서 남과 북의 관점이 아니라 동과 서의 시선으로 보절의 지리적인 특징을 보고 있다.

셋째 보절 역사와 이야기를 추적하다보니 보절에 살았던 사람들이 남긴 문헌을 새롭게 발견했다.

넷째 유학연구의 관점에서 보절에서 활동했던 유림이 사림계통을 계승했고, 선조 시대를 중심으로 꽃피웠던 성리학의 논쟁에 보절 유림도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실을 조명했다.

다섯째 인류학적 관점에서 보절 성씨 정착과정을 통해 보절에 이른바 보절판 ‘디아스포라’ 현상이 있음을 발견했다.

마지막으로 보절 이야기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역사를 밝히는 데 일조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학의 연구 즉 남원학과 호남학을 연구하는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보절이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를 곰곰이 살필 필요도 있다.

보절은 보절과 관련괸 사람과 사건의 역사를 연결하는 기억장치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보절을 떠나 살고 있지만 보절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을 묶어주는 연결망이다.

이 점에서 이 책은 보절에서 태어났지만 보절이 아닌 타지에서 살고 있는 보절 사람들의 자식과 손자들을 위한 것이다.

또 보절을 행정 개념이 아닌 기억과 네트워크 개념으로 만들었다.

1914년 행정적으로 확정된 보절면에 대한 이야기로 한정되지만 보절 이야기는 보절과 관련된 사람과 일, 그리고 이야기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책은 역사 속의 만행산과 천황봉을 시작으로 역사 속의 보절의 탄생과정, 보절의 마을, 보절의 성씨, 보절의 인물, 보절의 교육, 보절의 말과 노래, 이야기, 보절의 명소와 명물, 보절면의 현황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책을 발간한 보절면지 편찬위원회는 책을 펴내는 과정에서 연구의 방법론과 관련해 문헌연구와 현장 연구의 결합이라는 점, 중앙에서 지방으로 내려오는 하향식이 아닌 가장 낮은 바탕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상향식 연구의 사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를 찾고 있다.

여기에 기존 문헌 중심의 역사 해석을 넘어 현장 중심의 유적, 마을에 내려오는 이야기와 지명의 결합이 가능하다는 점은 이 책의 강점으로 이를 바탕으로 백제시대 보절의 모습을 보여주는 성터와 유적에 대한 고고학 발굴이 이뤄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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