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텅빈 음식점 매출 바닥
인건비 고사 문닫을 지경 '한숨'
신시가지, 버티면 손해 유령도시로

소상공인연합 실태조사 결과
10명중 7명 매출감소 37.4%
인건비-임대료 등 순이익 더적어
5인이상 집합금지-영업시간제한
1년간 거리두기 강도 높아져
기약없는 회복시기 폐업응답 32%
소상공인 불안-우울 위험도 20%
일반인比 심리적피해 강도 더 세

소상공인 지원책 현실성 없어
지원받은 소상공인 43.8% 불과해
지원사업수 1.3개-지원액 152만원
2차지원정책 이동통신비 지원
폐업점포 재도전 장려금 등
실효성 의문-위기 연장용일 뿐
임대료 부담 완화 정책 절실
위축된 소비 늘이기 등 대책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1년 간 지속되면서 사회 곳곳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그 바람은 일부 업종에는 훈풍이지만 소상공인에게는 매머드급 한파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지지 않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한파의 세기는 점점 더 거세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고개를 든 소상공인 폐업론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상황이 나빠지면서 버티기에 들어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도 여의치 않은 경우가 늘고 있다.

여행업계는 코로나19 사태 발생과 동시에 일찌감치 셔터를 내린 데다 연말연시 특수가 1년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유흥업계는 오래전 개점휴업 상태로 코마상태에 빠진 것.

외식업계 중 일부 대형 외식업체도 아예 문을 닫았으며,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중소형 음식점의 매출 부진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대형마트나 백화점, 전통시장 등도 코로나19 여파를 비껴가지는 못했다.

문제는 소상공인은 지역경제의 한 축인 상권의 주역으로, 이들의 위기가 곧 지역상권의 위기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이미 붕괴 직전에 놓인 심각한 상황으로, 이 사태가 더 길어질 경우 이는 걷잡을 수 없는 데다 재건하기까지 비용과 시간이 생각 이상으로 소요되는 만큼 코로나19 방역과 함께 지역상권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방안도 지속적으로 고민·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지역상권 현장을 엿보며, 애로사항과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편집자주   



“음식장사 20년간 하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인 것 같아요. 더는 버틸 여력이 없지만 그렇다고 생업인데 어떻게 셔터를 내리겠어요. 답답할 따름입니다.”

21일 점심시간 무렵 들린 전주시 팔복동 산업단지 일대의 A 음식점 사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만 아니었더라면 이 일대 맛집으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지만 지금은 텅텅 비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단골인 공장 직원들이 회식은커녕 점심마저 구내식당을 이용하면서 매출이 급감, 이에 얼마 전에는 5년이나 함께 일한 직원을 내보냈다면서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본인 명의의 건물로 임대료 부담이 없음에도 줄어드는 매출을 감당할 수 없음에 내린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는 “사정이 나아질 때까지만 쉬라고 했지만 언제쯤 나아질지 모르겠다. 특히 5인 이상 모이지 못하면서 손님이 더 줄었다”며 “하루에 5만원도 못 버는 날이 허다하다. 이런 데 어떻게 인건비를 감당하겠느냐”고 하소연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인근 식당들 한 번 둘러봐라. 대부분 비슷한 사정으로, 아예 문을 닫은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이전과는 달리 사뭇 침체된 분위기로, 기업들이 방역을 강화하면서 매출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

공공기관이 집중되고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전주시 신시가지 일대는 이보다 더 심각했다.

하루가 다르게 ‘임대 문의’가 부착된 상가가 늘어가고 있으며, 일부 구간은 ‘유령도시’라고 표현을 해도 무방할 지경이다.

음식점, 커피숍 등 업종과 관계없이 모두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B 고깃집 주인에게 ‘많이 어렵냐’고 물으니 그는 임대료를 감당할 수가 없어 가게를 접을 계획이라면서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연거푸 한숨을 내 쉬기만 하던 그는 “퇴직금을 털어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일인데 코로나19가 이렇게 발목을 잡을 줄 몰랐다”며 “몇 달 전 너무 힘들어 건물주에게 당분간만이라도 임대료를 내려달라고 사정을 했지만 그럴 수 없다고 거절당했다. 해서 대출을 받아 임대료를 내면서 버텨봤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나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누구를 탓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안다”며 “그런데 삶의 터전을 잃어 가는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은 너무 미흡하다. 또, 너무 현실을 모르는 정책뿐”이라면서 정부와 지자체의 미흡한 소상공인 지원 정책에 대해 지적했다.

인근에서 3년째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 모 씨도 “이제는 핫 플레이스가 없을 정도고 전주에 있는 대부분의 상권이 침체됐다. 임대료라도 내면 다행인 수준”이라며 “버티면 버틸수록 손해가 늘어 재기마저도 불가한 분위기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남부시장과 전주중앙시장 상인들도 “안 보이냐. 일부를 빼고는 개점휴업”이라며 “정부에서 올해 들어 소상공인 버팀목자금을 풀었지만 혜택을 받은 사람이나 안 받은 사람이나 별 차이가 없을 정도다”라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소상공인 눈물 마를 날 없어=코로나19 사태가 우리 일상에 많은 변화를 몰고 왔다.

소비·생활 방식은 물론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는 무엇보다 경기 침체를 불러왔다는 점에서 지역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특히, 영세한 규모의 소상공인에게는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경제적은 물론 정서적으로도 일반 국민보다 부정적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년간 코로나19 확산과 재확산이 거듭됨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에서 방역을 최우선으로 추진하다 보니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 효과가 확대,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모임 취소, 외출 자제 등이 잇따르면서 소상공인들은 사상 초유의 피해에 직면한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해 10월 19일부터 11월 5일까지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교육서비스업, 여가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소상공인 1천18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관련 소상공인 영향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소상공인 10명 중 7명은 2019년보다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매출 감소 비율은 평균 37.4%로 집계, 즉 2019년 매출의 약 60% 수준에 달한 것이다.

하지만 인건비와 임대료, 원자재가격 인상 등을 고려하면 실제 소상공인이 손에 쥔 순이익은 이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경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더욱이 영업일수 차이가 없는 가운데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결과적으로 코로나19 사태로 바깥출입을 꺼리는 소비자의 발길이 끊어짐에 따른 것으로, 특히 지난해 2월 말 신천지 집단 감염 여파가 8월 광복절 집회보다 더 큰 악영향을 미쳤다.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국가적 재난사태에 직면하면서 소비자들의 심리가 급속도로 위축됐다는 점이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조사 시점이 3차 유행 이전으로, 이를 고려할 경우 매출 타격은 현재가 가장 크다고 다수의 소상공인은 입을 모았다.

이 사태가 1여 년간 지속되다 보니 더는 버틸 힘이 남아있지 않은 가운데 5인 이상 모임 금지, 영업시간 제한 등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

더욱이 회복 시기에 대해 45.3%가 대체로 1~2년은 걸릴 것이라고 꼽은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된다면 폐업을 고려(31.7%)하거나 폐업할 것(0.7%)이라는 응답도 32.4%로 적지 않았다.

전북도청 인근에서 소고기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수년간 같이 일하던 직원들을 내보낸 상황이다.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으니 무작정 버틸 수만은 없지 않느냐”며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으니 더욱 답답할 노릇이다”고 하소연했다.

여기에 소상공인들은 현재 정서적인 면에서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메르스, 사스 사태 때보다 부정적 영향이 큰 만큼 코로나19 사태는 상공인의 우울감마저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실태조사에서도 불안 정도가 ‘위험군’에 속하는 소상공인은 17.1%, 우울 정도는 20.2%로 파악, 일반 국민의 경우 각각의 위험군 비율이 15.0%, 18.6%인 것과 비교하면 소상공인들이 받은 심리적 피해의 정도가 더 큰 것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건물마다 ‘임대’ 안내문이 부착돼 있으며, 1년째 빈 상가도 수두룩하다. 가게 문을 열면 열수록 손해를 보니 결국은 문을 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상황이 나날이 악화되다 보니 이전과 달리 상담을 하러 와서도 화를 내는 소상공인들이 많다. 스트레스가 그만큼 심하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경제 실핏줄인 소상공인 활기 불어넣어야 해=이로 인해 정부·지자체에서는 소상공인의 시름을 덜어주고, 생존권 보호를 위해 경영안정지금, 금융지원 등 다양한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는 물론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들에게 보탬이 되고 있지만 현재의 위기를 넘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데다 저리의 대출 역시 위기를 연장할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큰 상황이다.

더욱이 지원을 받은 소상공인은 소상공인연합회의 실태조사 결과, 43.8%밖에 되지 않으며, 받지 못한 경우가 10.2%, 나머지는 아예 신청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을 받은 소상공인의 경우 지원사업 수는 평균 1.3개이며, 전체 지원금액은 152만원에 그쳤다.

지원금은 주로 임대료(47.3%), 인건비(19.1%), 개인 생활비(13.5%) 등에 사용됐다.

이로 인해 현재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책이 소상공인들의 기대 수준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커질수록 불만의 목소리는 높아져 가는 상황이다.

특히, 2차 지원정책에 대해 이동통신비 지원, 폐업점포 재도전 장려금 등에 대해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비율이 높은 데다 정부의 지원 수준에 대해서는 2명 중 1명은 충분하지 못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또, 3차 유행 이후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되면서 이런 분위기가 더욱 확대, 소상공인 버팀목자금 지원에 대한 현장 반응도 신통치 않은 것.

이에 코로나19 여파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의 눈물을 조금이라도 닦아 주기 위해서는 우선, 코로나19 지원사업의 주된 사용처이자 애로사항 중 하나인 임대료 부담 완화 조치에 대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소상공인연합회는 제안했다.

더욱이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참여가 가장 중요한 만큼 자발적 임대료 인하를 위한 지원 강화, 공적 영역의 직접적 인하, 지자체별 인하 지원방안 등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성도 강조했다.

 또, 세부 지원정책이 즉각 시행될 수 있도록 신속한 법적·제도적 보완을 추진, 자발적 분위기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경제적 측면에서 벗어나 불안이나 우울과 같은 심리적 피해가 폐업 의도를 높이는 유의미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심리회복을 위한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어려움이 극심해 지면서 사회적 고립감이 증대, 이는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소상공인 개별 규모는 작지만 이들은 모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에 이들을 지역경제의 실핏줄이라고 하는 것”이라며 “실핏줄이 막히는데 어떻게 경기가 원활하겠느냐? 이들의 활성화를 통해 위축된 소비를 녹이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는 만큼 지자체의 지원과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성아기자 tjd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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