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호남 출신 인사들이 대권 구도에 가장 근접하고 있다.

내년 3월 치러지는 대선의 더불어민주당 유력 후보 빅3 중 2명이 호남 출신이다.

지역을 놓고 인위적으로 단일화를 추진해선 안 되겠지만 호남의 대권 등극을 위해선 전략적으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호남과 민주진보 진영 후보는 지난 1997년 대선에서 DJ를 당선시키면서 대선의 한(恨)을 풀었다.

이후에 노무현, 문재인 정부를 출범시켰다.

진보진영과 민주당은 대선 승리를 통해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호남으로선 아쉬운 대목이 있다.

‘영남 출신의 민주후보’라는 대선후보 등식이 성립된 것 아니냐는 점이다.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이 이 등식으로 대권에 올랐다.

호남의 압도적 지원을 받는, 영남이 고향인 후보다.

상대적으로 호남 출신은 대선 경쟁 구도에서도 멀어졌다.

물론 대선이 호남과 영남만의 대결구도는 아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영호남 표심간 최종 경쟁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호남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2007년 대선에 전북이 고향인 정동영(DY) 전 의원을 여권 후보로 내세웠지만 보수진영에 패배했다.

이후에는 이렇다할 주자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호남 출신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내년 대선의 자천타천 여권 후보로는 경북 안동 출신의 이재명 경기지사, 전남 영광이 고향인 이낙연 민주당 대표, 전북 진안 출신의 정세균(SK) 국무총리 등이 빅3로 꼽힌다.

여기에다 전남 장흥이 고향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4후보군으로 불린다.

임 전 실장까지 포함하면 4명의 자천타천 유력 인사 중 3명이 호남 출신이고 이중 정 총리가 전북이다.

호남은 DJ 이후 대권에 가장 근접하고 있다.

그러나 호남권 후보가 모두 경선에 나선다면 여권의 대선 후보 경선부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형태로 치열한 인물 경쟁을 펼쳐야 하고, 결국에는 호남 후보의 단일화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호남 민심의 중요성을 감안한 듯,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가 10일 광주를 찾는다.

정 총리는 이날 광주시청에서 코로나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다.

이낙연 대표도 이날 광주전남을 찾아 민생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설 명절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호남 표심 안기 경쟁에 들어서는 셈이다.

전북은 정세균 총리 이후, 앞으로 상당 기간 대선 후보군을 갖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도내 정치권의 주류인 국회의원을 보면 대부분 초재선이다.

이들 현역과 원외 인사까지 포함해도 차기 대선에 도전할 만한 주자는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실제로 도내에는 “앞으로 상당 세월, 정세균 이후 전북의 대권 도전 주자는 없을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이 많다.

SK 같은 인물을 키우기 위해선 장기간의 지원과 본인의 노력 그리고 시운(時運)까지 얻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전북은 모처럼 호기를 맞았다.

어떤 형태로든 SK의 도전에 힘을 실어 줄 필요가 있는 이유다.

광주전남은 물론 영남, 충청 등 타 지역에 비해 발전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전북은 대통령 배출을 통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

전북이 SK를 압도적으로 지지한다고 해서 대선 후보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탄탄한 지원으로 도민 여론이 하나로 형성된다면 대선 후보 경선 결과와 관계없이 전북은 ‘무서운 지역’으로 재평가될 것이다.

/김일현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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