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 명절 앞둔 전통시장 표정

평소보다 소비자 발길늘어
5인이상 모임금지 연장에
설선물 구매 줄고 제수용품
가격올라 매출 반토막 한숨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이달 14일까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를 연장하면서 명절 대목을 손꼽아 기다려온 재래시장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설 연휴를 일주일여 앞둔 6일 오후 전주 남부시장은 명절 대목이지만 상인들의 표정은 무겁다.

과일 선물세트, 굴비, 김부각 등 명절 맞춤 상품을 잔뜩 내놓았지만 찾는 소비자가 거의 없다.

상인들은 “예년 명절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될 만큼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곳에서 40년 이상 배추, 고추 등 야채 장사를 해왔다는 김모씨(65)는 “작년 추석보다 사람이 더 없다”면서 “5인 이상 모이질 못하게 하니 누가 명절 음식 장만을 하겠느냐”며 울먹거렸다.

김 씨는 “그냥 나와서 앉아만 있다”면서 “지난해 설 명절과 비교했을 때 반에 반도 안 팔린다”고 말했다.

이어 “대파 한 단에 1만 3000원이 넘는다”면서 “나와 같은 소매상들은 잘 팔리지도 않는 데다 채소 값까지 치솟아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김치·젓갈 등을 파는 상인 장모씨(56)도 “아들딸, 손자 손녀가 안 오는데 누가 명절 음식을 장만하냐”며 “귀성 자제만을 권고했던 지난 추석보다 배로 힘들다”고 전했다.

장 씨는 “명절 대목인데 평소보다 사람이 더 없다”며 “코로나 전 평상시 명절과 비교했을 때 매출이 절반도 안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대인시장을 방문한 박모씨(53)는 “이번 설에는 결혼 안 한 딸아이 한 명만 내려와 셋이서 먹을 떡국, 갈비 정도만 간단히 준비할 예정”이라면서 “지난 설과 비교하면 반의반도 장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모래내시장은 남부시장과는 달리 그나마 조금 활기가 느껴졌다.

코로나19 여파로 예년만은 못하지만 과일, 생선 등 제수용품을 구입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채소를 판매하는 상인은 “집합 금지로 손님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만에 손님들이 많이 방문해서 명절 분위기가 나서 좋다”면서 “하지만 채소값이 워낙 오른 탓에 구입을 망설이는 손님들이 많아서 실제 구매까지 이뤄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주·전북지회 소비자정보센터가 설을 앞두고 제수용품 비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설보다 가격을 내린 품목은 10개, 오른 품목은 22개에 달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집밥 수요 증가와 쌀 값이 오르면서 떡국 재료인 가래떡이 2kg 기준 지난해보다 21.6% 오른 것으로 조사됐고, 사과 1개는 올해 3천 원 수준으로 지난해 대비 46.1% 상승, 밤은 1kg에 44.3% 오른 만 원대, 국거리용 쇠고기는 100g당 5천6백 원, 계란은 30개 1판이 39.8% 올라 7천3백 원까지 인상됐다.

시장을 방문한 강모씨(49)는 "자식들이 연휴 동안 나눠서 들른다니 한끼씩은 제대로 해 먹여 보내야 하긴 할텐데 딱히 평소보다 뭘 더 줄여야 할지 모르겠다"며 "아직 고기랑 과일은 사지도 못했는데 음료수랑 전 부칠 재료, 손주가 좋아하는 바나나우유랑 라면 몇 개 넣었는데도 10만원이 넘었다"고 하소연했다.

정모씨(38)는 “명절에 부모님 댁에 방문을 하지 않는 건 처음”이라면서 “집합 금지 때문에 가족들이 다 모이지는 못하고 자식들과 넷이서 명절 분위기라도 내려고 전이랑 과일을 구매하러 왔다”고 말했다.

이어 “다들 거리두기 때문에 시장이 한가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시장이 붐벼서 놀랐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주시 관계자는 “명절에도 고향을 찾지 못하는 시민들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설 연휴를 무사히 보내고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될 때까지 방역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정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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