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자를 찾아내어 이동경로 구석구석을 빠르게 공개하는 나라다.

한국은 지난 20여년간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서 몇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2015년 메르스 사태의 교훈을 코로나19 대응에 활용할 줄 아는 나라이면서 동시에 2018년 태안 화력발전소 김용균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사망한 일을 겪고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이유로 또 사람을 죽게 만드는 나라이기도 하다.

‘K-방역’의 세계 표준화라는 자부심에 들떠 정작 그 ‘K-방역’을 떠받치느라 자신을 갈아 넣은 사람들을 놓치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는 우선순위가 제대로 정해지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염병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신화 속 영웅들이 아닌 바로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이 모여 일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콜센터, 물류센터, 요양병원, 정신병동에서 발생한 감염과 죽음은 바이러스를 물리친 큰 전쟁에서 불가피했던 부수적 희생이 아니다.

사회적 재난의 가장 중요한 피해임을 인식하자.

바이러스와 백신 연구만이 아니라 밀집, 밀폐, 밀접 공간에서 일하고 사는 것을 멈출 수 없는 사람들이 있음을 잊지 않고 그들에 대한 보호와 대책을 만들자.

더 적은 사람에게 더 적은 비용으로 일을 떠맡기는 시스템의 문제는 없는지 살펴보고, 꼭 필요한 곳에 충분한 수의 사람을 배치해서 신체적·심리적·사회적 고통을 줄여 나가는데 전주시가 먼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 시행될 코로나19 백신 접종 역시 마찬가지다.

주소지가 불분명한 경우에 어떻게 백신 접종에 대해 안내할지 꼼꼼하게 살피자.

지난해 정부주도 공적마스크 배급에 있어서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민과 난민이 완전 배제되는 일이 있었다.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방역일선의 의료진 의료접종 시 동일한 공간에 일하는 격리병동 청소·시설관리·간병 노동자 등 비의료인 역시 포함되어야 한다.

이동이 어려운 독거노인 및 재가 장애인을 위한 접종 방법도 살펴야 한다.

그 외 집단시설 등 필수노동자 우선 접종도 고려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접근에 있어서 어느 누구도 소외되거나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

관련 기관·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도록 하자.

분명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과 기능은 다르다.

하지만 적어도 인권을 기반으로 어느 누구도 배제되지 않도록 ‘공공성 강화’, ‘불평등 완화’, ‘사회적 약자 우선’을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백신의 우선순위와 배분은 백신 이기주의, 백신국가주의, 제약회사의 지적재산권을 넘어서는 생명과 안전, 공중보건의 문제이며, 비차별과 상호의존이라는 인권의 원칙으로 수립해야하기 때문이다.

/김병용 전주시 인권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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