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익산 성당포구 마을에서 2020년 12월부터 마을자치연금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마을의 자치연금은 주민이 운영하는 농촌체험마을 수입과 태양광에서 나오는 전력생산 대금으로 기금을 형성하고, 이를 운용해서 나오는 수익금 등으로 70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지급하는 형태이다. 자치연금은 우선적으로 5만원씩 지급되다가 올 하반기부터 10만원 내지 15만원으로 올라갈 예정이다. 태양광 설치 후 전력을 생산해내면서 이익이 창출되기 때문이다. 

마을자치연금은 익산시가 공동체연금 도입이 가능한 마을을 선정하고, 국민연금공단은 그 마을을 대상으로 연금을 설계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공단은 익산시와 함께 도입 가능성과 연금보험설계, 연금지급, 지속가능성 등을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연구원과 원광대학교 등이 이론적 틀을 제공하고 실천 가능한 대안 등을 제시했다. 성당포구 마을의 경우 농촌체험마을 수입과 태양광 전력생산 대금이 기금으로 축적된다. 1억 4천만 원의 설치비가 들어간 태양광은 공단과 대·중소기업농업협력재단,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국토정보공사,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새만금개발공사, 한솔테크닉스 등이 지원한 것이다. 

마을자치연금의 실시로 절대빈곤에 허덕이던 어르신들이 경제적으로 조금은 여유를 갖게 된다. 경제적 생산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건강을 유지하고, 마을공동체의 소멸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헌율 익산시장의 표현대로 연어가 회귀하듯이 마을을 떠났던 옛 주민이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을자치연금의 효과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의 전통문화를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보존할 수 있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전통인 계와 두레, 향약 등이 추구하고자 했던 상부상조의 정신이 되살아날 것이다.

마을자치연금은 마을 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특히 전라북도의 경우 송하진 지사가 성공적으로 추진해온 삼락농정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사는 공간에 따라 농촌형, 어촌형, 산촌형, 도시형 공동체연금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사회적 기업을 비롯해 사회적 협동조합, 일반 기업 등에서도 공동체연금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마을과 기업에서 시·군, 시·도, 국가공동체 전반에 걸쳐 이중삼중으로 공동체연금제가 시행될 것이다. 이 같은 형태의 공동체연금은 지구촌공동체로 확산돼 지구촌의 평화를 정착시키고 인류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할 것이다. 홍익인간 재세이화(弘益人間 在世理化) 대동세상의 구현이다. 

공동체연금제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공동체의 주요 덕목이다. 여기서 사회적 가치는 생산으로 인한 경제적 가치와 공동체 유지를 위해 그 가치를 투입함으로써 창출되는 또 다른 가치를 말한다. 공동체연금제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며 빈곤에 허덕이는 43% 노인에게 희망을 이어주면 좋겠다. 공동체연금은 한 달에 소위 절대소득 100만원을 보장하게 하는 사다리이다. 즉 기초연금+공적연금(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퇴직연금+개인연금+공동체연금=100만원을 보장할 수 있는 수단이다. 지금 수준에서 절대소득 100만원은 연금공동체 입장에서는 기본소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다층적 노후소득보장체계 구축을 위해 공단은 모든 역량을 동원하고 있다.

공동체연금은 아직 법률로 명시적으로 제도화된 게 아니다. 지금처럼 공단과 시·군이 협력해서 연금보험설계를 하고, 공동체가 주변의 공공기관, 기업 등의 지원을 얻어 기금을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단이 익산시처럼 성공사례를 늘려나가고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후에 복지정책의 중심인 보건복지부가 주관해서 공동체연금제를 시행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면 좋겠다. 입법으로 한다면 「국민연금법」 또는 「노후준비지원법」 등을 개정하거나 아예 「공동체연금법」을 신설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강철 같은 의지로 3년 가까이 공을 들여 마을연금을 도입시킨 사회적가치부 강철 부장의 노고에 감사한다.

/이춘구 국민연금공단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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