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직원 10명-가족 58억 대출 받아
신도시 개발 발표전 토지 100억원 투자
정부합동조사단 투기 의심 20명 확인
전북본부소속 관련자 4년간 노온사동
1만4천평 규모 26개필지 137억에 사들여
전 전북지역본부장 유서 남기고 숨져
경기본부 과천사업단 연루 정황 직원들
신도시 개발정보 유출 경로 집중 수사
지자체 개발사업 관련 공무원 특별감찰
전북도 운곡-부송-구암-순화 4개지구

전주시 에코-만성-효천-가련산 등 7곳
내부정보 이용 토지거래 행위 조사
현금대신 신도시땅주는 대토보상 노려
LH직원 대토 조건 맞춰 지분 쪼개기
정부, 모든 LH직원 대토보상 금지
비정상적 농작물 식재 보상 불인정
9년간 방치 이해충동방지법 제정 요구
'공직자 투기-부패 방지 5법' 급부상
토지관련 공직자 토지 주택 신고 의무
'LH방지법' 투기 근절 법안 36건 발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전ㆍ현직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참여연대의 폭로에서 시작된 LH 전ㆍ현직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이 같은 땅 투기 의혹은 전북지역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일부 전주 주민의 3기 신도시 ‘원정 투기’ 의혹은 이번 사태의 진원지로 드러나고 있는 양상이다.

국토교통부가 LH 직원이 매입했다고 밝힌 광명•시흥지구 일부를 LH 전북본부 전ㆍ현직 직원들이 사들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땅 투기 의혹에 대한 수사는 지방자치단체 공직자들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

전북도와 전주시, 익산시, 군산시, 고창군 등 자치단체도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에 칼을 빼 들었다.

LH 전ㆍ현직 직원들의 신도시 땅투기 의혹과 공직사회에 불고 있는 고강도 부동산 투기 대책, LH 사태로 9년만에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는 부동산 투기 이해충돌방지법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신도시 땅 투기 의혹…사건의 발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ㆍ현직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사건의 발단은 지난 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참여연대의 폭로에서 시작됐다.

LH 전ㆍ현직 직원 10여명과 가족이 58억원의 대규모 대출을 받아 3기 신도시 발표 전 해당 지구의 토지 10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는 것이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이 자리에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를 하겠다고 주장했다.

광명•시흥지구는 정부가 발표한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로 부지 넓이만 1271만㎡, 384만평에 달하고 향후 총 7만 가구 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다.

LH 전ㆍ현직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정부합동조사단은 지난 4일 LH 직원들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의혹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정부합동조사단은 국토부와 LH 전 직원 1만4천348명 중 제때 정보제공 동의서를 제출한 1만4천319명을 대상으로 3기 신도시 6곳, 100만㎡ 이상 대규모 택지 2곳의 토지거래를 조사했고 마침내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3기 신도시 등 8개 지구에서 국토교통부와 LH 전ㆍ현직 직원들의 토지거래를 조사한 결과 총 20명의 투기 의심 사례를 확인했다.

당초 민변과 참여연대가 제기한 투기 의심 직원 13명 외에 7명이 추가로 적발됐다.

투기 의심 사례가 발견된 20명은 모두 LH 전ㆍ현직 직원들로 드러났다.

하지만 1차 조사 결과 신뢰도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다.

합조단 조사가 직원 본인만을 대상으로 이루어져 이번 조사 결과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경찰은 부동산 비리 사태가 불거진 지 보름 만에 북시흥농협 등 6곳, 진주 LH 본사를 대상으로 2차 압수수색을 벌였다.

확보한 서류와 물품 분석 뒤 이르면 내주께 LH 직원들 소환이 시작될 전망이다.



▲전주발 ‘원정 투기’…드러나는 의혹  

전주발 3기 신도시 ‘원정 투기’ 의혹의 비밀상자가 하나 둘씩 열리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 노온사동의 땅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온사(老溫寺)라는 절 이름에서 유래한 이 지역 땅을 LH 전북지역본부 소속 전ㆍ현직 직원들과 관련자들이 조직적으로 사들인 실체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40여명에 이르는 전주 주민들은 지난 2017~2020년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도 광명시 노온사동의 땅 4만7천789㎡(약 1만4천500평)를 총 거래금액 137억원에 집중 매입했다는 사실이 전해지고 있다.

이들은 LH 전•현직 직원과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거나 친인척을 통해 연결됐으며 4년여 간 노온사동 땅 26개 필지를 사들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투기 의혹을 받는 현직 LH 전북지역본부 직원 A씨가 사는 완산구 B아파트 단지 주민 여러 명도 노온사동 땅을 샀으며, 모씨는 지난 2019년 12월 6억5천만원에 노온사동 땅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이 아파트에 사는 P씨는 배우자로 추정되는 한 사람과 함께 2018년 3월 노온사동의 논을, 같은 아파트의 또 다른 Y씨는 2019년 3월 다른 전주 주민 2명과 함께 노온사동 밭을 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모씨의 배우자 H씨도 지난 2017년부터 노온사동 땅을 사들였고 H씨는 노온사동 밭을 전주에 주소를 둔 다른 2명과 함께 수억원을 주고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주의 또 다른 A아파트 단지 같은 동 주민들도 비슷한 시기 노온사동에 땅을 샀으며, 이들은 가족과 친인척을 총동원해 광명•시흥 3기 신도시 내 유력 부지에 사전 투기한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경찰은 지난 12일 전 LH 전북지역본부장 임모씨의 극단적인 선택이 땅 투기 의혹과 연관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숨진 임씨는 “지역 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는 유서를 남겼다.

경찰은 광명시 노온사동 토지 구매자 중 일부가 지난 2018년 1월~2019년 12월까지 임씨의 LH 전북지역본부장 재임 시기에 전주에서 근무했고, 이들의 토지 매입 시기도 이 기간에 포함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LH 전북지역본부 내 근무자들을 시작으로 이들의 친척, 전직 LH 직원까지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들 내에서 신도시 개발 정보가 누구를 통해 어떤 경로로 유출됐는지 밝혀내는 것이 수사의 주된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북지역본부와 또 다른 조직적 투기가 의심되는 LH 경기지역본부 과천사업단과의 연결고리가 있는 직원도 수사 대상에 올라있어 수사가 전방위로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전주발 ‘원정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향후 전국이 부동산 투기의 회오리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전북도 등 도내 시ㆍ군도 땅 투기 캔다  

LH 전ㆍ현직 직원들의 땅 투기 여파는 전북도와 도내 시군 공직사회로도 확산하고 있다.

전북도와 시군은 관내 개발사업과 관련 공무원을 대상으로 특별감찰에 나섰다.

 전북도는 청원을 대상으로 지난 2015년 이후 전북도에서 승인한 4개 개발지구에 대해 내부 정보를 활용한 위법행위를 캐고 있다.

대상사업은 △완주운곡지구(완주군) △익산부송4지구(전북개발공사) △남원구암지구(LH공사) △순창순화지구(전북개발공사) 등이다.

전북도청 4천여명의 청원과 전북개발공사 87명 전 직원도 대상이다.

전북도 외에 도내 시군의 움직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주시는 대규모 택지개발을 통해 신도시로 조성한 △에코시티 △만성지구 △효천지구 를 비롯해 개발예정지구인 △가련산 △전주 역세권과 개발지로 급부상한 △천마지구 △여의지구 등 7곳을 대상으로 공무원 투기 여부 조사에 들어갔다.

최근 10여년 간 부동산 거래 내역과 소유자 명단 등을 파악해 개발 관련 부서 공무원이나 가족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했는지를 조사한다.

익산시 등 도내 다른 시군도 관련 직원들에 대한 전수 조사에 나서고 있다.

익산시는 관내 개발정보를 사전 취득해 부당 이윤을 취득한 모든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특별감찰에 돌입했다.

이번 조사에는 LH가 시행하는 △소라산공원개발지역과 △평화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를 비롯해 전북개발공사가 진행하는 △부송4지구까지 포함시켰다.

고창군도 최근 5년 동안 개발 중이거나 개발한 사업이 있는 LH와 전북개발공사 택지배발 예정지, 역사문화 관광도로 주변 등 내부 정보를 이용한 토지 거래 행위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 대상은 공공택지 보상 이전에 쪼개기 매입과 과도한 대출이 포함된 토지매입, 공무원과 직계가족이 포함된 매입 등 투기 의심 거래내역 등이다.

LH 발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에서 확대된 도내 공직사회의 고강도 부동산 투기 조사는 향후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대토보상 노리고, 지분 쪼개고…수법도 다양  

땅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은 대토 보상을 노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토보상은 신도시•택지지구 등 공공택지에서 땅을 수용 당하는 토지주들에게 현금 보상 대신 신도시 땅으로 되돌려 주는 제도를 말한다.

향후 신도시에 건물을 지을 경우 개발 이익을 그대로 누릴 수 있기 때문에 현금 보상보다 선호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지분 쪼개기는 건물이나 땅의 지분을 나눠 구분 등기를 함으로써 개발될 경우 아파트 분양권이나 대토를 많이 받아내는 형태의 투기 행위다.

투기 의혹이 있는 LH 직원들 가운데 일부는 구입한 토지 약 5000㎡를 4개 구역으로 쪼개서 LH의 대토 보상 기준인 1000㎡ 이상으로 맞췄다.

이 때문에 LH 직원 땅 투기 사례에 대토 보상을 악용한 투기수요를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결국 정부는 신규 택지 개발 예정지에 땅을 샀거나 앞으로 사는 모든 LH 직원에 대해 대토보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1차 조사결과 파악된 공직자 등에는 엄격한 보상 기준을 적용해 부당한 이득이 돌아가는 것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투기의심자 소유 토지는 엄격한 감정평가를 통해 부당한 이득이 없도록 하고, 비정상적 농작물의 식재 보상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현행법에 따라 매각대상 농지는 해당지역 농민에게만 팔 수 있다.

농지보상 규정을 바꿔서 LH 투기의심자의 경우 토지수용에 따른 보상시 대토보상은 배제하고 현금보상으로만 한정하고, 협의양도인 택지 보상 대상에서도 제외한다.

이를 통해 신도시 토지를 확보해 개발 후 추가 차익을 노리는 행위를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목소리 높아  

LH 직원의 3기 신도시 땅투기 사실이 밝혀지면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공개 정보를 악용한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요구가 거세다.

이해충돌방지법은 지난 2013년 정부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뒤 국회가 9년째 방치해왔다.

직무상 권한을 이용해 부당이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법의 취지다.

이해충돌방지법 발의안에 따르면 공직자는 직무 관련자가 사적 이해관계자라는 것을 알게 되면 기관장에게 의무적으로 신고하고 회피를 신청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의 경우 국토교통부나 토지 주택 관련 공기업,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의원 등 개발지 선정 및 인허가와 관련된 공직자 전원은 본인은 물론 가족 명의로 해당 부지에 땅을 갖고 있다면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이와 관련 국회에서는 이해충돌방지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법안은 최근 불거진 LH 사태 재발방지 대책으로 꼽히고 있는데 민주당이 추진하는 ‘공직자 투기•부패 방지 5법’ 중 하나에 포함됐지만 지난 9년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입법 당사자인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의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는데 이번에 LH 사태로 다시 급부상했다.

국회 정무위는 이날 개최한 공청회 이후 오는 22일 법안심사소위원회, 24일 전체회를 거쳐 전체회의에서 이해충돌방지법을 의결할 계획이다.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각종 법안도 줄줄이 발의되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공직자와 공기업의 부동산 투기 등을 막는 비슷한 내용의 ‘LH 방지법’ 등을 발의하면서 수십 건의 법안이 쏟아졌다.

이 시스템에는 ‘부동산 투기 근절법’ 총 36건이 발의됐다.

이 같은 법안 발의가 사후약방문이라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지만, 망국적인 땅 투기 의혹을 낱낱이 밝히고 처벌하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점에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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