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부산에서는 1년 임기의 시장을 뽑기 위한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내년이면 지방선거가 있고, 그 다음해에는 대통령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서울과 부산의 보궐선거는 지방선거이지만 상징성이 큰 만큼 대한민국 전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유권자들은 선거 때마다 어떤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할 것인지 고민이다.

흔히 하는 말이 “선거는 최선이 아니라 차선을 선택하는 것이다”라든지 “선거는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다”라고 한다.

그나마 차선을 선택할 수 있는 고민이라면 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인식이 조금은 긍정적일 수도 있겠지만 ‘덜 나쁜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를 마주한 유권자들에게는 그렇지 않아도 부정적으로 보이는 정치가 더욱더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후보 가운데 누가 ‘덜 나쁜 후보’ 또는 누가 ‘더 나쁜 후보’일까?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이를 구분하는 것조차 결코 쉽지 않다.

어쩌면 개인적인 성향 때문에 더 나쁜 후보가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고, 더 나쁜 후보가 명확하더라도 이를 부정하고 싶은 생각이 더 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성향을 떠나서 더 나쁜 후보를 찾아내 덜 나쁜 후보에게 투표를 해야 한다.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기준을 가지고 판단해 본다면 ‘더 나쁜 후보’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먼저 분명한 것은 열 번 도둑질 한 사람보다는 한 번 도둑질한 사람이 낫다는 것이다.

단순히 후보만 가지고 판단할 것은 아니다.

그 후보가 속한 정당이 한 것도 같이 봐야 한다.

만약 믿었던 한 사람이 한 번 도둑질을 했다고 하여 배신감을 느껴 열 번 도둑질 한 사람을 선택한다면 이는 도둑에게 곳간을 맡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러한 선택이 반복된다면 누가 단 한 번의 도둑질에 그치려고 하겠는가! 이전 선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믿었던 한 후보나 정권 또는 정당의 최근 실책으로 인해 과거에 큰 잘못을 범하고 많은 잘못을 한 후보나 정당이 더 많은 지지를 받는 경우가 흔하게 나타난다.

지난 과오라 하여 현재의 잘못보다 더 가벼울 수 없다.

과거의 것이라 하여 용서받은 것도 아니다.

잘못된 선택은 작은 도둑을 큰 도둑으로, 큰 도둑은 더욱더 큰 도둑으로 만들 수 있다.

다음으로 의혹이 경미하고 의혹의 가지 수가 적은 후보보다는 크고 작은 의혹이 난무하는 후보가 상대적으로 더 나쁜 후보일 수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기 때문이다.

의혹은 의혹에 불과하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의혹을 대해서는 안 된다.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와 의혹 뒤에 숨어 있을 수 있는 진실, 후보가 당선된 후 의혹이 수사와 재판으로 이어지거나 당선무효가 될 수 있다는 점 등 의혹의 파급력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선거기간 끈질기게 제기된 엄청난 의혹을 부인했다가 결국에는 진실이 밝혀져 대한민국의 망신이 된 사건을 되새겨 본다면 의혹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지 않은가? 때로는 밝혀진 사소한 과오보다 밝혀지지 않은 의혹이 더 심각할 때가 적지 않다.

‘악마는 의혹 속에 숨어서 자신의 존재를 진실인 것처럼 꾸미고 의혹을 보고 듣는 사람을 현혹 시킨다’ 선거에서 악마가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는 의혹을 간과하지 않는 유권자이다.

거의 15년 전 어느 신문에 온갖 과오와 의혹에도 대통령이 된 사람이 임기를 다 채우고 퇴임할 때 국민들에게 “이건 몰랐지?”라며 떠나는 모습을 그린 만평이 있었다.

“의혹이 진실인 줄은 몰랐지?”라는 것이었다.

만평은 대통령 당선 직후 실린 것이었지만 그 만평은 현실이 되었다.

국민들만 우롱당한 것이다.

자신의 성향과 일치한다는 이유로 잘못이나 의혹을 가볍게 생각하고 간과해버린다면 이러한 일은 또 발생할 수 있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만 의존한다면 세상에 더 나쁜 후보란 없다.

단지 반대편에서 나쁘다고 생각하는 후보만 있을 뿐이다.

분명 더 나쁜 후보와 덜 나쁜 후보는 있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뒤로 한다면 누구든 충분히 구별할 수 있다.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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