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로 쓴 다이어리' 김성은 첫 수필집
어린시절 실명 아픔 딛고 쓴 수필 60편 담아

김성은 수필가의 수필집 ‘점자로 쓴 다이어리’가 출간됐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저자는 어린 시절 녹내장이 발병해 18세에 실명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이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꾸준하게 배움을 이어갔다.

대학을 졸업한 후 익산의 시각장애특수학교에서 직업교육을 담당했으며, 지난 2000년 천리안 PC통신을 통해 이메일 펜팔을 시작하면서 지금의 남편도 만나게 됐다.

수필가가 되기까지 남편과 펜팔로 편지를 주고받았던 연애경험이 큰 도움이 됐을 것으로 여겨진다.

글쓰기는 편지쓰기보다 더 좋은 훈련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후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반에 수필강의를 들으려 익산에서 전주를 오고갔다.

수필을 만나 열심히 공부를 하더니 2017년에는 제1회 신아문예대학 수필작가상을 수상했고, 2018년에는 종합문예지 계간 ‘표현’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당당하게 수필가로 등단했다.

그 집념의 산물인 첫 수필집은 60편의 수필이 6부로 구성돼 있다.

이번 수필집은 그동안 자신이 살아왔던 여러 경험담을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저자가 경험하는 물리적인 세계는 사실 가정과 직장, 신아문예대학과 교회로 국한된다.

그 한계를 뛰어넘고 싶어 맹렬하게 읽고 썼다.

엄마, 딸, 아내, 특수교사의 눈으로 감각하고 사유한 궤적을 오롯히 담아냈다.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시각장애인 관련 용어들이 곳곳에 등장해 각주를 붙이기도 했다.

특히 수필가는 역사의 기록자가 돼야 한다는 말처럼 수필 한 편 한 편마다 그런 각오로 기록을 남기고 있다.

수필의 문장은 행복을 주는 언어로 짜져 있으며, 늘 사용하는 언어인 사실언어와 감동언어가 여기저기 든든히 받치고 있다.

수필의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나이가 많다고, 학벌이 좋다고,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돈이 많다고, 오래 썼다고 좋은 수필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수필을 빚는데 왕도란 있을 수 없으며,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해야 한다.

김성은 수필가를 지칭하는 말로 여겨진다.

김학 수필가는 “문학은 체험의 재구성이다. 문학의 다섯 가지 장르 중 수필은 특히 체험 자체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장점이 있다. 그 체험에 의미부여란 양념이 제대로 버무려지지 않으면 수필로서 대접을 받지 못한다”며 “수필은 거짓없는 자화상이다. 수필가 김성은은 첫 수필집을 시작으로 차기 수필집 출간을 통해 낙양의 지가를 올리길 바란다”고 평했다.

김성은 수필가는 “읽고 쓰기를 열망하는 사람으로서 가슴 벅찬 출간이다. 달콤한 조각 케이크를 먹듯 출근하기 전 새벽시간에 근근히 원고작업을 했다”며 “겁많고 게으른 한 개인의 부끄러운 기록이지만 이 역시 나의 역사다. 언제까지고 쓰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서울 출생으로 국립서울맹학교와 대구대 특수교육과를 졸업했다.

제1회 신아문예작가상을 수상했고, 표현문학으로 등단했다.

현재 전북맹아학교에서 특수교사로 재직 중이다.

/조석창기자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