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연균외 78명 '그림 속 전라도'

섬진강변 마을-완산칠봉-만경강갯벌 등
79인작가 10여년에 걸친 연재물 엮어

전라도의 산수를 그림으로 그리고 그곳의 정서와 감흥을 글로 엮은 ‘그림 속 전라도’가 발간됐다.

월간 전라도닷컴에 연재해 온 79명의 화가들은 지난 2008년부터 10여년에 걸쳐 이들의 그림과 글을 모아 전라도 산천에 스민 전라도 역사와 정신, 사람살이를 한 데 만날 수 있다.

책 안에는 평생을 땅을 일구며 힘든 시절을 장하게 이겨내 온 어매 아버지들이 있고, 좌절 속에서도 뜨겁게 벼려온 희망이 있으며,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선한 풍경이 있고, 마음 따뜻하게 새근거리는 일상이 있다.

가슴 일렁이게 하는 아련함이 있고, 애잔하고 짠한 그리움이 있다.

‘삶의 숨결 켜켜이’ ‘길 위의 세상, 그리운 고향’ ‘산·들·바다 물결치고’ ‘오월꽃 핀 자리’ ‘시간의 두께, 그윽한 향기’ 등 전체 5부로 구성됐다.

송만규 작가는 섬진강변 마을이야기를 그렸다.

윗집 아랫집 자꾸 비어가지만, 당산나무는 덩치가 더욱 당당해지고, 속절없이 늙어가는 사람들의 마음엔 그리움이 차곡차곡 쌓이는 정경이다.

고인이 된 지용출(1963∼2010) 작가는 전주의 흔적을 찾는 작업 속에 온고지신의 미를 담았다.

“봉우리 하나하나마다 아름다운 이름이 있는 것이 너무 행복했었다”는 작가의 말을 〈완산칠봉〉 판화에서 새삼 확인한다.

“작가는 자신이 사는 지역의 역사와 자연환경에 대한 애착과 관심을 작품을 통해 표현해야 한다”고 말하는 김맹호 작가, 용담댐 건설로 수몰된 고향마을의 나무 한 그루, 돌멩이 하나, 집 한 채도 소홀히 하지 않고 기록하는 것이 고향에 대한 온당한 도리라고 여긴 김학곤 작가….

그런 자발적 책무가 낳은 붓질들로 어머니 같은 고향땅, 전라도 산천의 진미가 펼쳐진다.

조정태 작가는 동학농민혁명 120주년 기념 전시 작업 도중 세월호 참사를 만났다.

억장이 무너지고 가슴이 답답했으며, 힘없는 백성들의 설움과 슬픔은 오늘의 현실과 120년전과 자꾸 겹치면서 민중의 피맺힌 한을 세상에 내놓는다.

만경강 갯벌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김영곤 작가는 갯벌의 생명력과 중요성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알고 있다.

새만금 주변에 대규모의 토목공사가 시작되면서, 앞으로 그 섬들이 ‘없어질 섬’이 될 것이라는 안타까운 마음에 붓을 들어 그 섬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그 모습들을 화폭에서나마 ‘살아있는 섬과 갯벌’의 모습으로 담아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밖에 박홍규 작가의 희망의 노동을 이어가는 완주 이서면의 붉은 황토밭, 정경래 작가의 염부의 땀으로 피어나는 소금꽃인 부안 곰소염전, 김윤숙 작가의 새근거리는 설렘과 숨겨진 고샅 고샅의 전주한옥마을, 윤철규 작가의 강물 따라 이야기가 흐르는 전주 완산다리, 신가림 작가의 전주의 골목길, 문재성 작가의 반딧불이 반짝이는 무주 부남면 굴암리, 오병기 작가의 무주 설천면 담배건조장, 김금남 작가의 부안 변산 해변마을, 김수귀 작가의 볼수록 신비하고 기이한 진안 마이산, 송지호 작가의 물에 비친 가을빛이 눈부신 진안 운일암반일암, 이석중 작가의 초록의 너른 평야인 김제 공덕면 들녘 등을 만날 수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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