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해설서 '초 단편의 메타픽션성'
관습적 양식서 벗어난 그의 표현법 풀이 담아

무라카미 하루키 해설서는 장편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대부분이고 어느 책이나 약간씩 난해한 전문서가 많기도 할 뿐만 아니라 자신도 잘 모르는 작품에 대해 뭔가 한마디 거들려고 하다가 오히려 더 꼬여 버리는 책도 더러 있다.

미로에서 나가려고 손에 거머쥔 가이드북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면 그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책이 되고 만다.

가끔 단편을 다룬 하루키 책이 있다 하더라도 흔히 단행본의 대표작만 읽고 만다.

또한 방대한 양의 하루키 작품 중에 비평의 대상은 한정되어 있으며 단편을 상세히 다룬 책은 물론이며 특히 본서가 취급하고 있는 '초 단편' 작품은 지금까지 언급된 경우가 극히 드물다.

그런 가운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모든 작품을 시야에 넣고 완벽에 가깝게 정리한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연구사전”을 들 수 있다.

본서도 '초 단편'을 모두 다룬 것은 아니지만 '초 단편'에 특화되어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독자적인 호소력과 의미는 충분하다고 하겠다.

하루키 문학의 다의적이면서 다원적인 복합성을 이해하는데 이 책의 특성 몇 가지를 들어보면, 초 단편 19작품을 작가 하루키와 인간 하루키가 가로지르며 교차하는 지점에서 찰나적인 느낌을 언어화한 소설해석을 통해 사람들의 소박한 내면을, 아주 사소한 것에서 우리네 삶과 세계관은 유지되고 있음을, 때로는 위트가 가득한 언어예술임을, 때로는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규범과 보편의 분명한 경계를 넘어선 실제적 반전의 상황들을 알기 쉽게 일목요연하게 제시해 준다.

또한 하루키 문학의 문법적 표현기법이라 할 수 있는 직유표현이 하루키 문학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면서 종래의 관습적인 소설양식에서 벗어나 형식에 변화를 주어 보편적인 진실이나 질서보다는 파편적인 상황을 리얼리티하게 재현해 방황하는 우리와 나, 그리고 방황 끝에 다가온 새로운 질서에 대한 진실은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과 마주하게 한다.

진실에 대한 모호함과 실체의 허구를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들의 자화상과 같은 패러디이면서 거울과 같은 미로에서 길을 찾아 뒤틀린 자신을 바라보며 하나의 틀을 거부하고 뒤집는 ‘메타픽션’의 속성 또한 충실히 다루고 있다.

끝으로 하루키 문학을 읽는 사람이면 누구나 매우 재미있지만 난해하고 함의적이라고 느낄 것이다.

그래서인지 여러 다각적인 해석이 나오고 있어 어느 것이 본래의 의미이고, 올바른 해석인지, 납득이 가는 해석방법을 찾는 데까지 꽤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게 된다.

재미있지만 난해하고 복합적인 하루키 문학을 이해하는데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안내서로서 이 번역서가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리라 여겨진다.

한 독자는 “깊은 생각 없이 하루키 작품을 읽다 보면 느낌을 잘 알 수 없었는데 초 단편 집 읽으니 하루키 작품을 좀 더 이해가 잘 되는 것 같다”며 “하루키 작품을 보고 이해가 잘 안되는 사람은 꼭 무라카미 하루키 초 단편의 메타픽션성을 보면 많은 도움이 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책의 저자는 하라 젠, 번역은 최순애씨가 맡았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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