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중소기업협동조합 활성화 이끈다 #3 전북정읍수퍼마켓조합

골목상권 지키기 열정 쏟아
지역 수퍼마켓 협업 이끌어
'외부판매' 차별화 전략 성공
소비변화대응 냉동식품 확대

골목상권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형마트에 밀려난 뒤에도 대형식자재마트와 편의점은 물론 온라인 쇼핑몰까지 더해지면서 점점 더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 손을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저마다의 전략을 통해 위기의 파고를 넘고 있다.

특히, 독자생존보다는 연대를 통해 자생력과 경쟁력을 쌓아가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유지함으로써 외풍에 견딜 체력 키우고 있는 것이다.

‘수퍼마켓협동조합’이 바로 그 공동생존 방식 중 하나로, 현재 도내 골목상권의 든든한 지킴이 역할을 해 주고 있다.

더욱이, 전주, 군산, 익산 등의 수퍼마켓협동조합보다 후발 주자인 ‘전북정읍수퍼마켓조합(이사장 지백봉, 이하 정읍수퍼조합)’이 차별화 전략을 통해 정읍 일대의 골목상권을 점점 견인해 가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사회적경제기업과 협업, 의미 있는 행보에 나서면서 또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정읍수퍼조합을 이끌고 있는 지백봉 이사장을 만나 차별화 전략 등을 살펴보고 현재 그리고 있는 청사진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편집자주     



▲지역 수퍼마켓의 경쟁력 강화의 근간으로 성장=정읍지역 수퍼마켓들이 새로운 각오로 자생력을 키우고자 지난 2014년 설립한 전북정읍수퍼마켓조합.

그 중심에는 지백봉 이사장이 있다.

기존의 조합과 뜻이 맞지 않아 뿔뿔이 흩어졌던 수퍼마켓을 ‘신뢰’ 하나로 엮어 내며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설립 당시, 여러모로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지 이사장은 붕괴하는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 ‘반드시 힘을 모으겠다’는 각오 하나만으로 정읍수퍼조합의 기틀을 세웠다.

주변의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었기에 가시밭길이나 다름없는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갔다.

초기 자금력이 약했던 만큼 터미널 역할을 해야 하는 물류창고 역시 현재 부지로 오기까지 3번이나 옮겨 다녀야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지 이사장의 희생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좋은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가져와 회원사들에 납품하기까지 유통업계에서 25년간 쌓은 노하우를 모두 쏟아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통해 조합의 역할을 강화, 회원사들의 경쟁력을 뒷받침했다.

이런 과정을 오롯이 혼자 감내해야 했지만 지 이사장은 “설립 당시 이런 각오도 없었으면 나서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당연한 고생’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어 “일부에서는 고생을 사서 한다고 하는데 나에게도 이익이 되는 일이다. 혼자서는 생존할 수 없다”며 “힘을 모아야만 지역의 상권을 지키는 것은 물론 견인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지 이사장의 움직임에 독자생존을 택했던 수퍼마켓들이 하나둘 합류, 현재는 정회원사 50개사, 비회원사 200개사 등 총 250개사가 회원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정읍수퍼조합이 비교적 짧은 시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외부 판매다.

설립 일로는 전국 52개 수퍼마켓협동조합 중 후순위에 있지만 유일하게 외부 조합에 물건을 파는 조합이라는 의미다.

정읍수퍼조합만의 차별화 전략이자 힘인 셈이다.

지백봉 이사장은 “외부 판매를 통해 남긴 이익으로 조합을 운영, 즉 회원사가 외풍에 견딜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었다”며 “차별화를 또 하나의 경쟁력을 갖추기까지 정말 안 다녀본 곳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과 협업, 조합의 이미지 향상=이런 노력 덕분에 정읍수퍼조합은 드디어 최근 흑자 조합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지 이사장은 이제 출발이라면서 한층 더 도약하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단순 이익 추구가 아닌 ‘함께’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의미 있는 일에 힘을 보태기 위함이다.

바로, 사회적경제기업과 협업을 통해 공동 이익을 실현하겠다는 것.

이는 정읍수퍼조합은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이 될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협동조합 활성화의 또 다른 성장 모델이 될 것이라고 지 시장은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사실, 중소기업중앙회 전북본부의 지원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던 일로, 이를 위해 도내 사회적경제기업의 우수 상품을 선별해 조합 내 입고한 뒤 회원사와 공동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 상품만을 별도로 배치해 판매하고 홍보물을 제작해 다양한 제품을 소비자에게 알린다는 복안이다.

지 이사장은 “아무리 좋은 제품도 팔리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이번 협업은 사회적경제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조합 역시 이런 좋은 제품을 선보임으로써 경쟁업체와 차별화를 꾀함은 물론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서로 윈윈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가격경쟁력을 중기중 전북본부의 지원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중기중 전북본부은 조합이 어려울 때마다 든든한 지원군이 돼 주고 있다”며 “그야말로 다양한 힘이 모여 새로운 발전적인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다”고 덧붙였다.



▲체인화 통해 회원사는 물론 골목상권 지킴이=이런 다양한 행보를 통해 정읍수퍼조합은 건강한 조합으로 성장해 나가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단순히 생존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 역할을 다함으로써 모범이 되는 조합이 되겠다는 의지다.

이와 함께 소비 패턴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무엇보다 체인화가 절실한 만큼 이를 선도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인구·가구 형태의 변화와 함께 현재 편의점이 골목상권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만큼 이에 적극 대응해 정읍수퍼조합만의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지백봉 이사장은 “공산품 공동구매는 한계인 만큼 이제는 영역을 (냉동)식품으로 확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냉장 시설을 갖춰야 한다”며 “해서 앞으로 농수산물 공동구매도 함께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궁극적으로는 체인화를 실시, 그 길을 정읍슈퍼조합이 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이어 “이를 통해 결국, 골목상권의 든든한 지킴이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제 역할을 하는 조합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아기자 tjd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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