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고 이건희 회장의 미술 기증품에 대한 각 지자체의 유치경쟁에 치열한 가운데 유독 전북은 침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애써 외면하는 눈초리지만 삼성과 특별한 인연이 없는데다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을 흡수할 수 있는 유인책도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건희 컬렉션은 2만3,000건에 달하며 감정가는 3조원을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작품 중 문화재와 고미술품 2만1,600여점과 한국서양 근현대미술품 1,488점은 이미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각각 기증됐다.

또 지방에는 전남도립미술관과 대구미술관, 제주 이중섭미술관, 강원 박수근 미술관 등 5곳 미술관에 작품이 돌아갔다.

지방 미술관 작품기증은 작품 주인의 지역 연고를 고려해 선택됐다.

하지만 전북에는 단 한 점의 작품도 기증이 되지 않으면서 안타까움과 함께 이참에 지역 미술계 위상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건희 컬렉션을 제쳐두더라도 향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전북이 우선순위가 될 수 있는 몸짓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다.

전북에는 현재 전북도립미술관과 정읍시립미술관, 남원김병종미술관 등 지자체가 운영하는 미술관 외에 다양한 사립미술관이 운영 중에 있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전북도립미술관의 예를 들더라도 현재 소장하고 작품 중 가장 최고가는 1억5,000여만에 불과하고, 작품 구입 예산도 개관 이래 평균 2억3,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술관은 수장고까지 확장공사를 진행했지만 올해도 작품구입 예산은 2억3,000만원을 넘지 못했다.

때문에 이번 이건희 컬렉션이 기부 기증이 아닌 판매가 됐더라도 전북에 올 수 있는 작품은 거의 전무한 게 현실이다.

전북으로 끌어올 수 있는 예산과 관련 유인책이 없기 때문이다.

전북은 현재 새만금청을 중심으로 새만금에 미술관 건립을 내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미술관 규모나 운영 예산 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제2의 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전주시 역시 전주종합경기장 야구장 안에 전주시립미술관 건립을 구상 중이다.

총사업비 420여억원이 투입될 전망이지만 제2의 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대응방안은 현재로선 미지수다.

전북도 관계자는 “기부목록이 구체적으로 공개되면 정부 차원에서 지자체별 안배가 될 수도 있다”며 “현재로선 이건희 컬렉션에 대해 논할 단계가 아니다. 신중하게 생각해 볼 문제다”고 밝혔다.

미술계 한 인사는 “미술의 고장, 예향의 고장이라고 하지만 전북에서 작품을 볼 수 없다는 현실에 안타깝기만 하다”며 “전북미술의 위상을 높이고 나아가 전북예술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면 해결될 일이다. 지자체장의 의지가 중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조석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