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무형문화재 명창 22일
국립극장서 정정렬제춘향가
선봬··· 다양한 부침새-바디
음악적 아름다움 돋보여

전북무형문화재 모보경 명창이 서울을 찾는다.

국립극장은 완창판소리 ‘모보경의 춘향가’를 오는 22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진행한다.

전북 무형문화재 제2호 판소리 ‘춘향가’ 예능보유자인 모보경 명창은 대를 이어 계승해오고 있는 정정렬제 ‘춘향가’를 장장 여섯 시간에 걸쳐 선보인다.

모보경 명창의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무대는 2012년 이후 9년 만이다.

모보경은 어머니이자 판소리 명창인 최승희의 소리를 듣고 자라며 자연스럽게 판소리에 입문했다.

어린 시절부터 가야금과 여러 국악기 연주에 능했고,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무용과에 진학한 후에도 판소리와 시조, 민요까지 두루 섭렵하는 등 예인의 기질을 보였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펼치던 그는 30대가 되면서 다시 소리연마에 집중했고, 1999년 완산전국국악대제전 판소리 부문 장원, 2000년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판소리 명창부 장원으로 대통령상을 연이어 거머쥐며 명창 반열에 올랐다.

이후 본격적인 소리 인생을 펼치게 된 모보경 명창은 현재 전라북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 교수이자 ‘정정렬제 최승희 판소리보존회’ 이사장으로 판소리 보존과 대중화를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또 지난 해에는 전북무형문화재로 등극이 되면서 더욱 활발한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어머니인 최승희 명창 밑에서 정정렬제 전수교육조교로 활동했던 모보경 명창은 어머니의 권유로 문화재 신청 준비를 하게 됐고, 어렵사리 시험에 응하게 된 것이다.

어린 시절 당초 전공은 무용이었다.

국악예고 재학중에도 무용과를 다녔다.

물론 어머니의 영향으로 소리를 병행했다.

태아 때부터 익힌 소리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다.

1983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했지만 빈곤한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과감하게 국립창극단은 나와 일종의 ‘프리랜서’ 길을 걸었다.

영화에도 출연했고, 대중가수가 되고 싶어 음반까지 냈다.

하지만 10여년의 방황의 길 끝에 돌아온 것은 허탈하게 지난 세월과 텅 비어있는 주머니뿐이었다.

고향에 내려오라는 어머니의 권유가 왔다.

새로 시작하려니 불안했지만 큰 마음 먹고 전북도립국악원 시간강사로 다시 시작을 했다.

완산국악대제전에 도전해 대상인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며 맥이 끊겼다고 했던 정정렬제 판소리 부활을 알렸다.

내친김에 2000년에는 판소리대회의 긴 역사를 자랑하는 전주대사습놀이에 도전했다.

첫 출전한 전주대사습에서 대통령상을 거머쥐면서 명실상부 명창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이번 완창판소리 무대에서 들려줄 정정렬제 ‘춘향가’는 정정렬 명창이 기존 ‘춘향가’의 장단과 조를 창의적으로 변주하고, 자신만의 해석으로 극적 구성과 사설을 새롭게 완성한 소리다.

당대 ‘신식 소리꾼’으로 불리며 현대 창극의 전형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받는 정정렬(1876~1938) 명창의 소리는 판소리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정정렬의 ‘춘향가’는 ‘정정렬 나고 춘향가 다시 났다’고 할 만큼 완성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특히 춘향과 이몽룡이 월매 몰래 편지를 주고받으며 첫날밤을 보내는 등 이전의 판소리와 차별화된 장면 구성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이는 당시 자유연애라는 사회 상황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짜임새로, 정정렬 명창 특유의 현대성과 미래 지향성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또한, 다양한 부침새(장단의 박에 사설을 붙이는 모양)와 화려하고 정교한 기교를 갖춘 바디(명창이 스승에게 사사했거나 혹은 창작해 부르는 판소리 한마당 전체의 짜임새)는 음악적인 면에서도 탁월한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모보경 명창은 김여란-최승희의 뒤를 이어 정정렬제 판소리를 가장 온전하게 전승하며 맥을 이어나가는 중견 소리꾼이다.

서정성이 짙은 그의 소리는 상청과 중․하청이 모두 고르고, 절제되면서도 우아한 성음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는다.

이번 무대에서 모보경 명창은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리 내공과 능숙한 감정 표현으로 관객을 압도하며, 정정렬제 ‘춘향가’의 진면목을 들려줄 예정이다.

고수로는 조용안, 조용수, 신호수가 호흡을 맞추며, 판소리 연구가 배연형이 해설을 맡아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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